그 말이 참말이었네
생후 18개월을 향해 가는 우리 딸
말이 폭발적으로 느는 것을 보면서 웃음이 마를 일 없는 일상을 보내게 된다.
첫째 아이는 워낙 말이 빨라서 신기했다. 돌 즈음에 이미 짧은 문장을 완성해서 말을 했으니. 그래서 아빠 욕심에 이것, 저것을 알려주고 들려주면서 아이가 더 빠른 속도로 언어 성장을 이루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둘째 아이는 상대적으로 큰 아이보다 말이 트이는 시점은 늦었지만 인지는 굉장히 빨라서 엄마와 아빠의 지시어에 정확하게 대응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3월부터 어린이집을 등원하면서 요 몇 주 사이에 언어 표현이 정말 다양해졌다.
헬리콥터 책에서 응급 환자를 옮기는 장면을 가리키며 ‘어셔 어셔! 서둔너!’라고 한다.
외출 후 주차장으로 들어오면 ’뚜뚜뚜뚜-‘라고 말하고 주차를 완료하면 ’다했다!‘라고 경쾌하게 외친다.
아빠가 출근할 때 ’사랑해!’라고 하면 짤따란 팔을 머리 위로 올리며 ‘샹해!‘라고 외친다.
’할아버지의 대단한 재채기‘라는 책에서 할이버지가 재채기로 저 멀리 이집트까지 날아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이후로 내가 본인을 들어 올려서 식탁에 앉혀 줄 때면 ’에에에취!‘라고 외친다.
딸은 엄마, 아빠의 침대 머리맡에 있는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연 뒤 바깥 풍경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가끔 바깥이 보고 싶으면 나의 손을 잡고 안방으로 데려온 뒤 커튼을 가리키며 ‘뜨더!’라고 외친다. 내가 둘째에게 ‘딸아, 이럴 때는 열어주세요.라고 말하는 거야.’라고 하면 나름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여더!‘라고 말한다.
오빠가 학습하려고 책상 앞에 앉으면 본인도 작은 의자를 꺼내어 앉은 뒤에 뿌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안아’라고 한다. 스스로 앉은 것에 대한 만족감이려나.
약국에서 약을 처방받으면 약사님은 텐텐과 비타민을 주시는데 본인 것을 받고 나면 ‘어빠!’라고 하며 오빠의 것도 야무지게 챙겨서 전해준다.
색칠 놀이를 할 때면 좋아하는 색연필을 꺼내서 쥐어들고 ‘초초, 파파, 빠빠’를 외치며 초록색, 파란색, 빨간색을 들고 끼적인다.
엄마가 바빠서 늦는 날, 아빠가 재우려고 하면 엄마를 찾으며 엉엉 울지만 ‘엄마 오시면 우리 딸 옆에서 자라고 이야기할게. 엄마 늦지 않게 오세요. 연락도 해줄게.’라고 하면 ‘어셔? 서듀?’라고 하며 재촉을 요청하기도 한다.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본인이 좋아하는 ‘트니트니 체조송’을 나지막하게 불러주면 한곡이 끝날 때마다 ’또~‘를 말한다. 그렇게 서너 번의 ’또~‘를 끝으로 새근거리며 잠든다.
덕분에 아빠는 신나는 노래를 나른하게 불러 주느라 재능 없는 편곡 실력만 는다.
이 콩알 같이 작고 귀여운 녀석이 별의별 것들을 습득하며 만들어내는 웃음소리가 귀하디 귀하다.
사랑하려고 낳은 것은 맞는데 생각보다 더 사랑스러워서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