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과 행복
5세 시절의 아들은 숲놀이에 푹 빠져있었다.
유치원에서 숲 체험을 하고 온 날이면 있었던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신나게 이야기하곤 했다.
아빠! 세상에~ 나 오늘 숲에서 네 잎 클로버도 봤어요! 그건 행운을 가져다준다면서요?
응 맞아!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하다니 정말 좋았겠다! 그런데 찾은 네 잎 클로버는 어디에 있어?
네 잎 클로버요? 음… 네 잎 클로버는 자기 자리에 있겠죠?
아..! 가져온 게 아니고 눈으로만 보고 온 거야?
네~ 자연은 그 상태로 있어야 아름다운 거라던데요? 클로버도 집이 있는데~ 집에 있겠지!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하면 꺾어서 코팅하고 기념하기에 바빴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그렇지. 모두 집이 있지. 모두가 귀한 존재이지.
순수함을 지척에 두고 사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늘 눈과 귀를 기울이며 배워야 한다.
6세의 아들은 개미를 참 좋아했다.
2023년의 여름, 주말 아침이면 늘 동네 공원에서 아이와 함께 개미와 무당벌레, 쥐며느리 등을 관찰하곤 했다.
한참 이곳저곳을 살피던 아이가 멈춰서 쪼그려 앉아있기에 다가가 보았다.
아들~ 뭐 재밌는 게 있어?
여기 개미들 여러 마리가 세 잎 클로버 근처에서 계속 빙글빙글 돌고 있어요. 아무래도 행복을 찾으러 왔나 봐요.
네 잎 클로버는 행운,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을 상징한다고 했던 그 이야기를 이렇게 응용하여 대답하는 귀한 입을 보며 더위가 사르르 녹는 기분이 들었다.
피곤한 직장인의 지친 몸이 ‘덥고 힘들다. 빨리 들어가자’ 아우성치는 것도 소거시킬 힘이 났다.
그날, 야무지고 따뜻한 아이의 손을 잡고 걸으며 아이의 눈을 안경 삼아 초점을 교정하여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음에 감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