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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객 S Jun 30. 2023

폭탄 돌리기

영화 <죄 많은 소녀>

열일곱 번째 영화: <죄 많은 소녀>
감독: 김의석
선정자: P
*트리거워닝: 자살,자해


J:영화 어떠셨나요? 전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알겠지만 불호였어요.

S:처음으로 영화 보면서 속이 안 좋았네요.

L:저는 일단 독립영화다워서 좋았구요. 생리대 장면이랑 학생이 담임교사 성추행 허벅지 어쩌구한 장면은 거슬렸어요.(감독은 GV에서 이 장면에 대해 사과했다)

S:계속 뭔가를 증명해야 한다는 주인공의 처지를 나타내고 싶었던 건 알겠는데 굳이 생리대를?

N:재밌다-재미없었다 척도로 나눌 순 없는 영화네요.

P:인스타 친구가 계속 추천해줘서 궁금했는데 연출이 과하게 폭력적인 면이 있어서 그 점이 다들 보기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N:저는 보는 내내 <한공주>가 생각났어요.

J:한공주도 비슷한 얘긴가요?

N:불행의 연속이라는 지점에서요. 그리고 영화가 그걸 동력으로만 계속 달리니까.

P:이 영화에 대한 보편적인 해석은 죄책감을 서로 회피하려는.....그런 불편한 지점을 다룬 영화라고 하더라고요.

L:죄책감에 대한 영화 같아요. 모든 캐릭터가 다 죄책감에 대해 움직이는?

S:모두가 원망할 상대를 찾아다니는 것 같았어요.

N:피해자가 되기 위해 어디까지 자해할 수 있는지

S:어떤 걸 표현하려고 했는지는 알겠는데 너무 과했어요.

J:저 비위가 넘 약해서.....중간중간 장면을 건너뛰었거든요


#모두가 비뚤어진

J:여고생 주인공 세명은 결국 무슨 관계였나요?

L:삼각관계? 근데 경민이랑 영희는 쌍방이었나요? 결국 저희도 경민이가 왜 죽었는지 모르는 건데.

S:왜 죽었는지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J:다들 관심도 없는 거 같고.

L:맞아요. 근데 영화에서 다들 그걸 찾잖아요.

P:왜 죽었는지 누구 때문에 죽었는지 확실히 해야 자신의 죄책감을 덜 수 있을 것 같아서 다들 그렇게 행동했던 것 같아요.

N:누군가는 잘못이 있고 그걸 규명해야 한다고 믿으니까.

S:그러면서도 빨리 묻으려는 것 같기도 했어요.

J:영희가 락스 마신 뒤로 학교 안에서 피해자→숭배자 같이 되잖아요. 그게 좀 창녀→성녀로 보는 거 같은 감독 시선이 너무 불쾌했어요.

S:저는 영희를 숭배한다기보다는 건드려서는 안 될 폭탄 같은 거로 보는 것 같았어요.

N:등장인물들이 죄다 피해자 배틀을 벌이면서 서로 자해하는데 거기의 승자가 영희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승리할수록 더 망가지고.

L:첫 장면에 수화해석 없이 나오다가 나중에야 무슨 얘기를 했는지 들려주는 연출이 너무 좋았어요. 나중에 수화자막 보이고 애들 박수치는데 소름 돋았어요. 그 장면 하나로도 영화가 너무 좋다고 느꼈어요. 여러 가지 거슬린 부분은 있었지만.

J:경민이 엄마 영희도 되게 소름끼치고 아니 근데 여기서 제일 문제는 남자 어른들 아니에요?

S:애한테 폭력 휘두르는 거 보고 식겁했어요.

P:작년 담임도 책임 회피하는 발언 하고요.

J:친구가 자살했는데 바로 정신과 상담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근데 그 책임을 전부 영희한테 뒤집어씌우기만 하잖아요.

N:책임을 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L: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왜 너 혼자 그러냐 죽은 애한테 못할 짓이라고 말하는 거 너무.....

N:같은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요. 나서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니 정말

L:감독 실화 바탕으로 제작된 거라는데 친구가 죽고 난 뒤에 원망, 상실감 그런 걸 그리고 싶었대요. 어디까지가 실화인지는 모르겠지만요.

S:의도하고 좀 빗나간 것 같은데......

L:초반에 화장품 가게에서 경민이 뭐 훔쳤다는 식으로 영희가 얘기하잖아요. 이 장면이 무슨 뜻인지 아시는 분? 왜 있던 건지 잘 모르겠어요.

S:전 모르겠어요. 솔직히 말해서 투머치한 장면이 아니었나.

P:저도 물건 훔치는 장면까지 왜 넣었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른 식으로 친구 관계를 표현해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N:어떻게든 경민이 죽음에는 내 탓이 없었다고 그 애가 자살할만한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짜내서 꺼낸 게 그 얘기 아니었을까요.

J:여기 나오는 여고생들이 누구 하나 원만한 대인관계는 아니었던 거 같아요. 경민이 죽고 나서 친구란 애들 다 한 명씩 인터뷰하는데 사람 하나 이상하게 만들기 참 쉽더라고요.

S:사실 그 애들 친구라고 하기도 어렵잖아요.

L:다들 자기 불리한 건 한 개씩 빼고 거짓인지 진실인지 확인도 안 하고 몰아세우고

J:취조를 하는데 피해자의 어머니가 그 자리에 있어도 되나 싶어서. 잘 모르겠어요. 하여간 거기 형사들도 다 마음에 안 들었어요.

L:경민이 어머님 너무.....광기

J:근데 어머님 심정은 이해할 만해요. 남편이 더 싫었어.

L:경민이 엄마도 그래서 뭐라고 하잖아요. 그럼 당신은!! 근데 이러고 끝나서 아쉬워요. 그 뒤로 남편은 나오지도 않고.

J:영희 아빠도 별로였어요. 영희가 친구들한테 맞고 신발 칼질당했는데 처신 똑바로 하라 그러고. 그래놓고 애 다치니까 보호자 자처하고.

L:영희 아빠가 갑자기 애 감싸면서 경민이 엄마한테 뭐라고 할 때 엥? 갑자기 챙기는 척?

J:그래도 경민이 엄마 광기가 제일 인상적이었던 거 같네요

S:수술비 대줬다는 거랑 장학금 너무 소름 끼쳤어요.

경민이 절대 잊지 마.

L:레스토랑에서 그 무딘 칼로 심장 퍽퍽 찔렀을 때

J:경민이 이름 장학금이 왜요? 하면서 영희 냉장고에 밤중에 음식 챙겨 넣고. 영희가 친구들 대동해서 다니니까 살만한가 보다면서 비꼬고.

N:경민이 엄마도 정말 덜 자란 것 같아요.

P:그렇게 행동하는 심정은 이해가 되긴 하는데.....

N:영희가 내일 내가 죽으면 뭐라 변명할지나 준비하라니까 그 자리에서 갑자기 칼을 집어 들더니

S:그래도 딸 또래 애한테 그럴 수 있나. 작정하고 멘탈 부수려는 거잖아요.

N:모두가 다 피해자가 되고 싶어서 안달 났어. 정작 죽은 애는 따로 있고.


#파수꾼&죄 많은 소녀

J:비위 상했는데 얘기하다 보니 좀 괜찮은 영화 같아요.

P:연출이 과한 점이 있었으니까요ㅠㅠ

S:저는 물리적으로 속 뒤집히는 장면은 없었는데 사람들의 가증스러움이라든가 모두가 날이 바짝 서 있잖아요. 우르르 몰려가서 쟤 패다가 또 타겟 바꿔서 다른 애 패고. 그러는 사이에 본질은 흐려지고. 너무 한국사회여서 그런 분위기가 힘들었어요.

N:처음부터 끝까지 피해자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였어요. 일견 흥미롭고 생각할 만한 지점을 던져주지만....

L:독립 영화중에 <박화영>이라고 있는데 비슷하게 절망적인 분위기가 계속되는 영화예요. 같은 학생들 이야기라 생각났어요.

P:제목을 트위터에서 보긴 했는데 좀 보기 힘든 영화라고 봤던 것 같아요.

L:안 보시길 추천해요. 이 영화보다 심해요.

P:(죄 많은 소녀는)영화 프로그램 같은 곳에서 <파수꾼>하고 비교가 많이 되더라고요.

L:비슷한 대사가 나오긴 하죠. 네가 죽는 모습 보고 싶다 이런 뉘앙스.

N:죽은 애와 가장 가까웠던 사람들이 그 애의 주변인들에게 죄의식과 원망을 투사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약하고 탓하기 쉬운 사람이 영희잖아요. 그래서 영희 본인도 그 주변인을 미워함에도 불구하고 내몰리게 되는 거고.

(.....)

N:죄 많은 소녀가 여자판 파수꾼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는데 소녀의 파괴적 욕망은 자해로 귀결되고 파수꾼에서 소년들은 서로 가학적으로 폭력을 표출한 거 생각하면 여러 생각이 드네요. 어째서 같은 파수꾼인데 여자는 자기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남자들은 서로에게 폭력을 휘둘렀나.

L:청소년 시기에 여학생들은 주로 관계성 폭력을 저지르고 남학생들은 신체적 폭력을 행한다고들 해요.

S:L님한테서 전문가의 냄새가 나요

L:교수님이 그랬어요. 전 아니에요

(웃음)

N:여성 호모소셜이랑 남성 호모소셜의 기질이 달라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네요.

S:두 영화를 다 본 입장에서 처음에 비슷하단 얘기 나왔을 때 띠용했거든요. <파수꾼>은 주인공이 '관계에 서투르다'고 포장은 하지만 저는 걔한테 문제가 있다고 봐서요. 죄많은 소녀는 그야말로 내몰렸다고 느꼈는데. 결이 비슷한 건 사실이지만요.

P:저도 결이 비슷하긴 한데 바로 일대일 대응되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S:제가 파수꾼 주인공을 안 좋아해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 딱 싫어하는 타입.....


#곡성 어쩌구

L:뜬금없지만 갑자기 선우정아 나와서 놀랐어요

P:음악감독인데 출연도 했다더라고요.

S:출연도 하셨나요? 어디 나오셨지?

P:클럽 FF에서 나와요.

넌 고개를 들었지 뭐가 보여 난 고갤 흔들었지 뭣도 안 보여

L:영희는 결국 누구를 좋아한 거예요?

N:영희는 좋아짐 당한 게 아닐까요

S:당했대(웃음)

L:갑자기 병실에서 그 친구가 "내가 더 너 좋아하는데!" 이러면서 둘이 키스해서 영희 힘드네.....목에 손가락 넣은 것도 뭐지? 그러고 키스해서 뭐지? 싶었어요.

S:저 목에 손가락 넣는 데서 내가 예수인 것을 믿겠느냐 생각나서 

카라바조. <의심 많은 도마>

P:GV에서 종교적 메타포를 가져오려고 했다는 답변이 있었네요.

L:<곡성> 연출가라서 그런가

일동: 헐

L:곡성 연출하셨다가 <죄 많은 소녀>가 감독 데뷔작이래요.

J:또 뻘한데 장례식 굿 치르는 건 왜 나온 거죠?

L:곡성 연출가라서

(웃음)

N:말 그대로 한풀이를 보여주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거기서 통곡한 사람들은 나중에 영희를 수동공격하진 않았잖아요. 애도할 때 제때 애도해라, 계속 마음속에 쌓고 있다가 그런 식으로 표출하면 무슨 소용이냐면서.

J:아 곡성 재밌나요?

N:영화가 웃기는 짬뽕이에요. 어이없어요

S:곡성 별로 안 무서워요. 그냥 기괴함

L:네!! 종교적 내용이 아주 잘 담겨서 좋았어요. 뭐 사람마다 다르죠!!

-영차영차는 서로의 취향을 존중합니다-

N:아무튼 <죄 많은 소녀>는 여러 가지로 남들이 들춰내기 꺼리는 의제를 던졌다는 점에서 그래도 한 번쯤 볼 만한 가치는 있었어요.

L:연출이나 캐릭터들 대사가 마음에 박힌 게 많아서 좋았어요.

J:영화 초반에 이 영화는 자살 트리거를 담고 있다고 고지라도 해줄 줄 알았는데요....

N:설마 여기까지 하려나? 싶으면 기어이 거기까지 하고 마는

(영화 관계자분들 듣고 계시나요 트리거워닝 부탁드립니다)

L:영화 너무 좋았어요. 감사해요

N:연출이 너무 직설적이었지만 그래도 인상 깊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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