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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 산에 뜬 달 Oct 23. 2023

징검돌

[ 사진 일기 ]  돌 몇 개만 있으면 이어진다

2023.10.17


하천을 지나다 징검돌을 만났다.

징검..징검.. 문득 그 말의 시작이 궁금하다.

징검돌, 징검다리의 '징검'은 '징그다'에서 나왔다.


[징그다]
해지기 쉬운 곳이나 해진 곳을 다른 천을 대고 듬성듬성 꿰매다.


처음 접하는 단어다. 찾아보길 잘했다. 배우고 찾으려고 하면 새로운것 투성이다.


유년시절 우리집 근처 검은 하천에도 징검돌이 듬성듬성 놓여있었다. 그것들은 대충 아무돌이나 던져놓았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대부분의 돌들이 고르지 않은 면이 바닥으로 가 있어 발을 딛는 순간 삐뚝삐뚝 흔들려 바짓단을 온통 적시는 일도 많았다. 그럼에도 몇번이나 팔랑대며 하천 양쪽을 오고 갔다.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 가려면 사람들과 이어져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작은 돌 몇개로 듬성듬성, 그러다 좀 더 왕래가 잦으면 단단하고 널찍한 돌들로 그 간격을 줄인다. 결국 다리가 되고 길이 된다.


하천 산책을 할 때면 징검돌을 마주치게 되는데 팔랑대던 내면의 아이가 튀어나와 그 돌들이 반갑다. 이제 그 돌들은 커다랗고 넙데데해 지나치게 안정감을 주며 간격마저 촘촘해 건너가고 싶은 유혹이 덜하다. 하지만 촘촘하게 이어진 세상, 더 이상 징검돌이 필요하지도 절실하지도 않은 세상에 그 시절 그 작은 돌들을 기억하고 존재하게 하는 그 마음들이 다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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