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먼 산에 뜬 달 Oct 23. 2023

수거 ____ 할 수 있읍니다.

[ 사진 일기 ] 자꾸만 궁금하고 자꾸만 생각나고

2023.10.19

아파트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에 붙어 있는 안내문이다. 쓰레기를 버릴때마다 원래 뭐라고 썼다가 지운 것일까 생각해본다. 글자가 지워져 애매하게 넓은 간격이 궁금하다.

'비닐 봉지는 옆에 있는 비닐봉지 수집통에 넣어주세요.' 같고, '봉지째 넣으시면 수거업체에서 수거 거부 할 수 있읍니다.' 정도 일수 있겠으나 아랫줄에서 '거부' 달랑 두글자만 있었다기엔

지워진 자리가 너무 넓다. 흐릿하게 흔적이 남아있긴 하지만 제대로 보이지 않아 판독이 어렵다.


누가 왜 지운 걸까. 수거정책이 바뀐것도 아닐텐데. 잔반통에 봉지째 넣으면 수거업체에서 수거를 거부하는것이 당연하다. 설사 비닐봉지를 넣어도 되는 거라면 몇글자만 지울게 아니라 저 안내문 자체가 무의미하니 아예 떼어버리면 된다.


결국 도달한 결론은 나처럼 쓸데 없는 일에 지나치게 궁금해하고 에너지를 낭비하는 사람들을 골려주려고 누군가 일부러 지운 것이고, 그런 거라면 그 장난은 대단히 성공했다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징검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