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 우리집 근처 검은 하천에도 징검돌이 듬성듬성 놓여있었다. 그것들은 대충 아무돌이나 던져놓았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대부분의 돌들이 고르지 않은 면이 바닥으로 가 있어 발을 딛는 순간 삐뚝삐뚝 흔들려 바짓단을 온통 적시는 일도 많았다. 그럼에도 몇번이나 팔랑대며 하천 양쪽을 오고 갔다.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 가려면 사람들과 이어져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작은 돌 몇개로 듬성듬성, 그러다 좀 더 왕래가 잦으면 단단하고 널찍한 돌들로 그 간격을 줄인다. 결국 다리가 되고 길이 된다.
하천 산책을 할 때면 징검돌을 마주치게 되는데 팔랑대던 내면의 아이가 튀어나와 그 돌들이 반갑다. 이제 그 돌들은 커다랗고 넙데데해 지나치게 안정감을 주며 간격마저 촘촘해 건너가고 싶은 유혹이 덜하다. 하지만 촘촘하게 이어진 세상, 더 이상 징검돌이 필요하지도 절실하지도 않은 세상에 그 시절 그 작은 돌들을 기억하고 존재하게 하는 그 마음들이 다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