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새벽
침대에서 눈을 뜨니 오전 5시 30분이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상쾌한 바람. 그 바람을 조금 더 느끼고 싶어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처음에는 걸을 때마다 내 발에 느껴지는 작은 압력에 집중했다. 발 뒤꿈치에서부터 발바닥을 지나서 발가락까지. 땅과 닿는 내 발을 느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생각하지 않고 한 걸음걸음에 온 신경을 쏟으려고 노력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계속해서 딴생각이 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주로 내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하지만 난 단 한 걸음이라도 그 걸음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그 한 걸음, 두 걸음에 내가 집중한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길 바라며.
그다음에는 주변에서 나는 모든 소리에 집중했다.
내가 발을 끄는 소리, 작게 나는 바람 소리에. 규칙적인 발소리에는 생각보다 많은 신경을 써야만 집중할 수 있었다. 발의 압력을 느낄 때보다 더. 그렇지 않으면 자꾸만 딴 곳으로 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규칙적인 ‘소리’는 금방 백색소음으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더 큰 노력을 필요로 해서였을까, 발소리에 집중한 그 짧은 순간에 나는 정말 그 소리만 듣고 있었다. 타박, 타박.
마지막으로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집중했다. 늘 보던 가게의 간판, 전봇대에 붙은 비상벨, 그리고 그 밖의 모든 것. 이 과정은 꽤나 재미있었는데 아마도 내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머릿속의 생각이 아닌 눈앞의 것들에 신경을 집중하자 어떤 프레임으로 그것들을 잡으면 가장 그것 다울지를 생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내 마음에 들었던 건 이 한 장이었다.
주차장 벽을 넘은 덩굴이 어여쁜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자주 지나다니던 길이었는데도 이런 덩굴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 이 사진의 밑으로는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었는데 자동차를 사진 프레임에 넣지 않은 이유는 덩굴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동네를 작게 한 바퀴 돌고 집에 들어오니 15분 정도 지나 있었다. 누워서 SNS를 했다면 아무 의미 없이 지나갔을 15분 동안 나는 이 새벽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