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십 대 후반, 곧 서른을 바라보고 있다. 보통 이십 대 후반,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직장에서 일을 하거나 대학원에서 학위를 준비하는 모습, 그것도 아니면 최소한 아르바이트라도 하고 있는 모습일 테다. 하지만 나는 셋 다 아니다. 이십 대 후반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나마 지금은 학점 은행제 교육이라도 받고 있긴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변명은 앞으로 쓸 글에서 하나씩 이야기하겠다. 아무튼 나는 몇 년 간 생산적인 일이라곤 전혀 하지 않은, (여기서 생산적인 일이란 돈을 버는 일을 뜻한다.)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게는 경력이란 것이 있을 리 없었고, (하다못해 아르바이트 경력이라도)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아니,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글쓰기는 아니었다. 글을 쓰는 일은 경력이 필요하지 않았고 지금 당장이라도 쓸 수 있었다. 종이와 펜만 있으면, 또는 노트북만 있다면 아무도 내가 글을 쓰는 것을 막지 않았다. 다른 모든 일이 내게 경력과 경험을 요구하며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은 것과 달리 글쓰기는 다른 어떤 조건도 없이 내게 기회를 주었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기로 결정했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내가, 아무 경험도 경력도 없는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글을 쓰는 것뿐이었으니까. 그래서 글이 좋았다. 글에게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