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어려움이 닥치면 어떻게 대처하시는지? 누군가는 어려움을 직면하고 누군가는 회피할 것이다. 나는 완벽한 후자형 인간이고, 완벽한 전자형 인간이었다. 나는 대학교 2학년 때까지는 전자형 인간이었고, 그 이후로는 쭉 후자형 인간이다. 이 두 시기를 나눈 내게는 나름 커다란 사건이 있었는데 그에 대해서는 나중에 후술 하겠다. 나는 대학교 2학년 때까지 나는 어려움이 닥쳐오더라도 앤 간 해서는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었다. 과제에 동아리에 학교 내 영화 촬영까지 겹쳐 잠도 못 자더라도 어떻게든 모든 일을 해내려고 노력했고 결국 해냈다. 그게 당연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랬던 내가 후자형 인간으로 완전히 바뀐 건 휴학 1년 후부터였다. 나는 그 시기에 연기도 배우고, 시나리오 작법도 배우고, 사진도 배웠는데 다 중간에 그만뒀다. 무슨 큰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냥 숙제가 하기 싫어서였고, 혼나고 싶지 않아서였다. 초등학생도 이런 이유로 무언가를 그만두지는 않을 것 같은 이유로. 나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항상 큰 포부를 가지고 시작했다. 유명한 배우가 되어야지, 공모전에 입상해야지, 사진작가가 되어야지, 등등. 그런데 그 목표까지 가는 지점에 작은 돌부리라도 있으면 나는 그 길을 가는 것을 포기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그래서 부러웠다. 힘들어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나아가는 사람이. 하필 내 주변엔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회사에서 비인격적인 말을 들어도 버티는 친구처럼. 어쩌면, 내가 변하지 않았다면 나의 모습일 수도 있었던 그 친구들의 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