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눈이 크다. 그래서 그런지 종종 연예인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물론 나도 안다. 내가 1초짜리라는 걸. 그래도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그런 말을 들은 날은 집에 가서 그 연예인을 찾아보면서 어디가 어떻게 닮았는지 뜯어본다. 그러다 보면 지금 내 현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스물여덟 살)을 잊고 나도 그 연예인처럼 살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는 거 알지만 그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불행하지 않다. 어쩌면 조금 행복할지도. 사실 예전에는 대학교 2학년 때까지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예전에는 그냥 이런 칭찬을 들으면 아 예쁘게 봐주는 거구나, 에서 끝이 났다면 지금은 마치 내가 그 연예인 같은 삶을 살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착각을 한다.
둘의 차이를 생각해 봤다. 예전의 나는 나 자신에게 만족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 삶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내 삶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았고, 나중에 무엇을 하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지금 내 현실이 너무 싫고 부끄럽다. 그래서 끝없이 다른 사람의 삶과 내 삶을 비교하고 점점 더 깊은 나락으로 빠지고 있다. 어쩌면 그래서가 아닐까? 내가 연예인을 닮았다는 말에 그토록 굶주린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