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컷을 했다. 원래도 긴 머리는 아니었지만, 더 제대로 숏컷을 쳐버렸다. 그러고 나서 학교에 갔는데, 뒷사람이 그러는 거다. 어? 단발이 더 예뻤는데. 순간 후회했다. 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단발이 더 예쁜가?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또 다른 사람이 이야기했다. 머리를 숏컷으로 자르니까 매력이 더 사는 것 같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었다. 누군가의 눈에는 숏컷도 잘 어울리는구나.
그리고 버스를 타고 집에 오면서 생각했다. 내가 남들의 시선을 엄청나게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맘에 들려고 자른 숏컷인데 다른 사람이 별로라고 하니까 갑자기 별로인 머리 스타일이 되었다가, 또 다른 사람이 예쁘다고 하니까 또 예쁜 머리 스타일이 되는. 내 머리 스타일은 변한 게 없는데. 내가 보는 시선이 변한 것 뿐인데. 그 시선은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었다.
나는 남의 평가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나 자신의 기둥이 우뚝 선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머리 스타일 하나마저도 다른 사람의 평가에 휘청 휘청 대는 걸 보니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