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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몰입오타쿠 Dec 13. 2023

변화하는 세상, 그 속의 K-POP

화사의 <I Love My Body>로 보는 작지만 유의미한 변화


세상은 변화한다. 바뀌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우리 사회는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물론 정도는 미세하지만 말이다. 여성 인권 역시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2016년 강남역 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즘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여성들은 스스로를 옥죄고 있던 코르셋을 하나둘 벗어던지는 시도를 보였으며, ‘아름다움’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대중음악 역시 이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노래 가사 속 등장하는 여성의 의식도 함께 변화하기 시작했다. 타인의 시선에 맞춰진 여성 신체의 성적 대상화를 벗어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모습으로 나아갔다. 지난 9월에 공개된 화사의 <I Love My Body>가 그랬다. 사회가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정형화된 여성의 신체를 찬양하는 음악이 아니다. 이 곡은  ‘나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있다. 



화장은 치열하게 / 머리는 확실하게 / 허리는 조금 더 졸라매야 해 / 표정은 알뜰하게 / 

말투는 쫀득하게 / 행동은 조금 더 신경 써야 해   

-2013, 이효리 <Bad Girls> 中-     


기준만 수백만 가지 / 뭐가 맞는 거지 / 정답은 딱 한 가지 / I love my body 윤기나는 내 머리 / that’s my body 사랑스런 내 Tummy / Unique한 팔과 다리 

-2023, 화사 <I Love My Body> 中-



한 세대를 대표하는 두 여성 디바의 가사를 나란히 두고 보면, 그 차이는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두 곡 사이에는 10년이라는 긴 세월이 존재한다. 잘록한 허리가 아닌, tummy에 대해 말하는 대중음악이 이전에 존재했는가. 마르고 하얀 팔과 다리가 아닌, unique한 팔과 다리에 대해 노래하는 대중음악이 과연 있었던가. 이는 우리가 만들어낸 대중음악의 유의미한 변화다. 이뿐만이 아니다.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변화한 몸을 보며 우울을 느꼈지만, 이 곡을 통해 조금씩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한 사람도 존재했다. 또한, 이 곡이 누군가에게는 꾸밈 노동으로부터 서서히 벗어나는 계기가 되어주었을지도 모른다. 화사의 노래는 변화한 사회를 보여줌과 동시에, 수많은 여성에게 용기를 심어준 셈이다. 거울 앞에서 수없이 긴 시간을 보내는 여성들에게 날씬한 몸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것이 바로 대중음악이 갖는 강력한 힘이다.    

  

대중음악은 불특정다수가 향유한다. 내가 선택하지 않아도, 음악은 불시에 우리를 찾아온다. 친구들과 한강을 거닐다가, 혹은 무심코 들어간 카페에서, 이 외에도 우리는 예기치 못한 순간에 음악을 마주하게 되고 그 음악은 우리의 삶에 서서히 스며든다. 그런 말도 있지 않나.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것이 거듭되면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크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대중음악이 그렇다. 사소해보일지라도, 음악은 대중에게 스며들고 결국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대중음악이 갖는 책임감은 막중하다. 그 파급력에 대해 깊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음악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을 갖는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의 변화를 유도하기에는 충분하다. 결국 개인의 의식이 모여, 사회에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믿는다.     

 

굳건해 보이는 바위일지라도, 결국 바람과 파도에 의해 결국 깎이고 변화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바위는 파도와 바람에 의해 깎이고 깎이면서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바뀌지 않을 것처럼 견고해 보여도 언제나 그래왔듯, 우리는 이번에도 틀림없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작은 파도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들 것이라 믿는다. 그렇기에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파도를 일으켜 줄 바람이 필요하다. 대중음악이 바람의 역할을 수행해 주기를 바란다. 우리가 살아갈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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