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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슬립 Aug 02. 2022

60시간 연속 코딩 기록을 보유한 개발자의 삶

작지만 지속되는 성취가 가장 큰 동기부여 요소입니다

Editor’s note

슬립X피플은 사람들의 일과 삶, 그 속에 담긴 건강과 수면에 관한 이야기를 담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개발자 업무로 작은 성취를 이어가며 동기부여를 지속하고 있는 주영 님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스타트업에서 개발 리드를 하고 있는 풀스택 데브옵스 개발자 김주영입니다. 

저는 개발을 하다 집중이 안 될 때는 반복적인 작업을 하거나, 지금 개발하는 것과 전혀 관련 없는 개발 분야 글들을 찾아보는 편이에요. 보통 아예 일을 하기 싫을 때는 장소를 옮기는데 주의를 환기시킬 겸 회사에서 5분에서 10분 정도 거리 안에 카페를 갑니다. 사실 예전에는 주어진 개발만 하고 정해진 날짜까지 론칭만 하고 이슈가 생기는 순간에 대응만 하고 이 정도의 관심만으로 일을 한적도 있었는데요. 지금은 회사에서는 왜 이때까지 론칭해야 되는지 지금 투자사들하고는 어떻게 얘기가 진행되고 있는지 시장에서 반응이 어떤지 이런 것들이 계속 공유되니까 제가 가지고 있는 마음 가짐이나 태도 같은 게 예전과는 달라졌어요.


동기부여와 성취에 관해 이야기하시는 주영 님


지금 회사에서 일을 한지는 이제 1년 반쯤 됐고, 개발상 맡은 부분이 많다 보니 업무가 몰리는 편인데요. 제가 사용하는 개발 툴에서 코딩하는 시간을 측정하는 툴이 있거든요. 이번 달은 주 평균 60시간 정도 코딩을 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웹에서 서칭하고 다른 사람하고 얘기하고 회의하고 이런 걸 다 빼고 60시간이요, 그러니 코딩에 다른 유형의 업무까지 포함하면 60시간보다 훨씬 더 길게 일을 했던 거죠. 


저는 제가 집중 안 되면 일하는 중간에도 공간을 옮기는 편이거든요. 

공간 같은 물리적인 환경은 제가 유동적으로 대응은 할 수 있는데 생활 리듬이 깨지면서 생기는 정신이나 육체의 악영향은 예방 말고는 스스로 대응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제가 스트레스가 많을 때는 자주 체하는데 그럴 때마다 새벽에 토하거든요. 그럴 때는 살도 많이 쪘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전 회사에서 일했을 때보다 지금 한 8kg 정도 빠졌어요. 스트레스받으면 폭식하고 체하는 경향이 있는 편인데 나이를 먹으니 확실히 다시 회복하는 게 느려지더라고요, 제가 필요하다면 이틀 밤까지 새 가면서 일하는 경우가 있는데, 작년에도 사무실에서 60시간 동안 밤새 가면서 나가지 않고 일한 적이 있거든요. 확실히 어렸을 적 보다 회복이 훨씬 힘들더라고요.

카페로 장소를 옮겨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주영 님


그리고 저는 집중을 하면 그 집중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요. 어떤 특정 시간에 집중이 된다기보다는 업무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집중하는 상태가 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한 번 끊기면 다시 집중하는 데 시간이 걸려요. 만약에 업무 중간중간에 회의가 많거나 계속 협업하는 동료 간에 피드백이 많은 날은 사실상 거의 코딩에는 집중을 잘 못하죠. 특정 시간에 집중하는 패턴이 있다기보다는 방해받지 않고 하나만 볼 수 있는 상태를 만들면 잘 집중하는 편이라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휴대전화도 애플 워치도 방해금지를 켜놓고 몇 개 채널 알림만 허용해 놓을 때가 많아요. 그래도 몇 개 채널만 여는 이유는 혹시나 서버 쪽에서 응급상황이 생기면 바로바로 대응해야 되니까요.


최근에는 수면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서 만족하는 편입니다. 

잠을 확보하기 위해서 진짜 별짓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데요. 눕자마자 바로 잠드는 게 좋다고 느낄 때가 있었어요. 몸이 너무 피곤해서 잠드는 게 처음엔 좋았었거든요. 그런데 몸이 너무 피곤할 때까지 혹사하다 보면 오히려 나중에 잠을 못 자게 되는 때가 오더라고요. 분명 피곤하다고 느끼는데 잠은 안 오고, 그러다 보면 자도 자꾸 선잠 자고 2시간도 제대로 못 자고 깨고 이런 게 반복되다 보니깐 자연스럽게 들던 생각이 몸이 아무리 피곤해도 스트레스가 많아서 신경을 너무 쓰고 있으면 오히려 잠을 못 자고 어느 정도는 스스로 진정이 되어야 잠을 잘 수 있구나 깨달았어요. 불안이나 신경 쓰이는 게 있으면 잠을 자려고 해도 잘 못 자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는 6시간에서 7시간은 자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오후에 업무 중 휴게실에서 자는 것 그리고 퇴근하고 한두 시간씩 자는 것 그리고 밤에 한 1시쯤부터 6시까지 자는 것.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런 식으로 나눠서라도 절대적으로 자는 시간을 챙긴 지 2년 정도 된 것 같아요. 흔히 얘기하는 밤에 숙면을 취하는 그런 개념은 아니지만요.


영양제 먹고 몸이 확 좋아졌다고 느낀 적도 없어요. 그러다 보니 영양제도 안 챙기게 되더라고요. 건강을 위해서는 운동과 생활 패턴 관리 외에는 특별히 하는 게 없는 편이에요. 원래는 업무시간 중간 점심시간에 크로스핏을 주로 했는데 다니던 박스가 문을 닫아서 요즘은 아침에 운동을 합니다. 원래 운동을 했던 사람은 아니라 운동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숨이 찰 정도에 고강도 운동을 하다 보면 너무 힘드니 업무나 관계에 대한 생각을 오히려 하지 않게 되어서 정신은 오히려 쉰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걷기와 같은 적당한 강도의 운동을 하면 운동 중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잖아요. 


크로스핏에 빠져 있었던 주영 님


반면에 숨찬 정도로 운동을 하면 아예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어서 그 자체가 뇌한테는 휴식이고 이를 액티브 레스트라고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아침에 숨이 가빠올 정도로 뛰는 것도 업무 중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고 느꼈어요. 크로스핏은 진입장벽이 있잖아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그 진입장벽을 넘을 수 있었던 이유가 숨찬 운동을 일부러 찾았던 것 같아요. 크로스핏을 한 11개월 정도 했었어요. 하면서 재밌었던 게 크로스핏은 전 세계 사람들이 자기의 기록을 측정해 다른 사람들과 순위를 매기는 크로스핏 오픈이라는 대회가 있거든요. 이 오픈이라는 대회 결과에 따라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세계에 각 대륙별로 순위권에 든 사람들이 모여서 그중에 최강자를 가리는 대결까지 하고요, 크로스핏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매년 해서. 이번에 도전해 봤는데 잘은 못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기록을 재고 서로 응원해주는 게 재밌더라고요. 이런 재미들 덕분에 크로스핏을 할 때는 주 5일 크로스핏을 했었어요. 점심시간에 밥 안 먹고 크로스핏하고 갔다 와서는 일하면서 샌드위치나 샐러드 따위를 먹고 그렇게 거의 한 11달 정도 했었죠. 


다니던 곳이 문을 닫고 최근 한 달은 크로스핏은 안 하고 보통 아침에 일어나서 30분 정도 뛴 다음 씻고 출근하고 있습니다. 보통 평균적으로 8시 30분 전에는 출근하는데 좀 늦게 일어나는 날에는 11시 정도까진 출근하는 거 같아요. 기상시간은 보통 일출시간에 따릅니다. 방에 해가 잘 들어오는데 커튼을 안 달아서 아무리 피곤해도 해가 뜨면 무조건 깨더라고요. 특별히 알람을 맞추고 살지는 않아도 보통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데 늦잠 잘 때는 확 늦잠 자는 편입니다. 퇴근은 보통 저녁 8시 전후로 하고 집에 와서도 저녁을 먹고 잠깐 눈을 붙인 다음 다시 잠들기 전까지 보통 업무 관련된 글을 읽거나 남은 업무를 합니다. 


요즘은 보통 1시쯤에 잠들고 아침엔 6시 전에 일어나요. 

요즘 해가 짧아져서 6시 전에 해가 들어와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일어나면 일단 가볍게 4km 정도 뜁니다. 집에서 한강까지 한 1.5km 정도 되고 거기서 한 1~2km 정도 더 뛰고 돌아오다가 중간부터 좀 걸어오고 그렇게 해서 평균 4~5km 정도 한 번에 뛰는 편이에요. 주말에는 무조건 하루는 뛰고 평일에도 이틀은 뛰려고 하고 있고요. 


그러고 나서 씻고 회사 출근하고 속이 안 좋은 날은 점심을 안 먹고 속이 괜찮은 날은 점심 먹는 편인데요. 오후쯤에 너무 졸릴 때가 있어요. 그러면 회사 휴게실에서 잠깐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눈 붙이고 보통 퇴근하자마자 저녁 먹고 한두 시간 잠깐 자고 일어나요. 최근 한 달 동안 제가 업무에 투입한 시간 대비 컨디션이 괜찮다고 느끼고 있어요. 


제가 대학교를 자퇴했거든요. 제가 대학교를 자퇴하고 군대 갔다가 와서 적당히 있었어요. 그때만 해도 개발자 처우가 좋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개발할 줄은 알았지만 개발을 일로 하기 싫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그냥 컴퓨터를 좋아했었으니까. 그냥 중, 고등학교 때도 이유도 없이 혼자서 집 컴퓨터에 리눅스 깔아놓고 서버도 혼자 운영해보고 했던 경험이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그냥 아는 사람 통해서 일을 하게 되고 그러다가 그때도 스타트업에 들어가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개발을 업으로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스타트업에 계속 있다 보니까 할 줄 아는 게 더 많아지더라고요.


스타트업은 특성상 어떤 특정한 포지션에서 특정한 역할로만 있는 게 아니라 필요하면 무조건 알아서 해결해야 되는 상황이 계속 생기니까요. 스타트업에서는 개발 자수가 적을수록 훨씬 다양하게 많은 걸 하게 되어 있더라고요. 작년에도 한동안 회사에 업무에 비해 개발자가 부족했을 때는 60시간 안 자기도 하고 몇 달 동안 평균 3시간 이상 못 자기도 하면서 일했던 기간이 있었어요.


이런 삶을 살다 보니 사람이 살면서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스트레스는 무조건 있고 순간순간에 성취로 그 스트레스를 대응하는 정도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믿어요. 인관 관계도 어렸을 때는 막연하게 어떤 친구하고 친해지면 또는 친구가 많으면 나는 정말 행복할 것 같고 그랬는데 이제는 이런 것도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요. 오히려 짧게 또는 길게 내가 스스로의 성취를 하고 그 성취를 기반으로 관계를 찾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삶에서 일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것 같기도 한데. 지금 내가 밸런스가 맞는 삶을 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내 능력이나 태도가 성장할수록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 기회로 관계를 맺는 게 좋아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운이 좋아서 개발자로서 살기에 나쁘지 않은 시기에 살고 있는데 덕분에 제가 했던 경험이나 가지고 있는 능력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같이 성장하는 관계가 계속 생기는 게 큰 원동력입니다.


서핑을 하며 소소한 행복을 느꼈던 주영 님


지금은 어떤 선순환에 제가 들어갔다고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항상 이 패턴을 유지했던 것도 아니고 나태하게 몇 년을 보낸 적도 있었고. 일하지도 놀지도 않고 아무것도 안 하는 그런 삶을 살았던 기억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지금 일구고 있는 성취로 어디 가서 인정받고 인정받았으니 다시 일을 열심히 하고 이런 선순환 고리에 들어가 점점 더 이전보다 삶을 더 열심히 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크로스핏을 처음 시작할 때, 같이 운동하셨던 분 중에 40대 후반의 여성분이었거든요. 그분이 했던 얘기가 있었어요. ‘나이가 들면 성실한 것도 체력이 갖춰져야 할 수 있다’는 말이었는데요. 그때 내가 삶을 유지하고 태도를 강화시키려면 단순히 마음가짐만으로는 안 되는구나 몸을 잘 관리해야 된다는 걸 느꼈어요. 그러면서 일에 대해서도 건강에 대해서도 동기부여가 되면서 관심도 더 생기고, 재밌어지더라고요. 노력을 하는 과정 자체는 지난한데 크고 작은 성취들을 몇 번씩 반복하다 보니 어떤 위대한 목표 이런 것보다는 그냥 계속 반복되는 성취가 동기부여가 더 강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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