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파민 중독자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Editor’s note
현재 직장이 제 첫 회사예요. 제가 입사할 당시만 해도 지금만큼의 큰 관심은 받기 전이었어요. 사내 스타트업 조직이었다보니 신입임에도 불구하고 저 한명이 하는 일의 범위나 양이 많았고, 그래서 회사와 서비스에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도 굉장히 많이 들었죠. 그런데 최근 1년 사이 회사가 눈에 띄게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배경의 많은 분들이 입사하시고, 업무도 점점 전문적으로 분업화 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서 예전이라면 제가 혼자 하던 일들을 지금은 10명이 나눠서 하는 거죠.
그러다보니 제가 요구받는 것들은 예전에 비해 더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분야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급격하게 이런 과정을 겪다보니 조금은 어려운 부분도 있어요. 지금 하는 업무는 프로덕트 매니저(PM)인데요. 하루를 시작하면 지표부터 보기 시작하죠. 항상 관리하고 있는 전사 데이터 대시보드나, 최근에 릴리즈한 기능의 지표를 살펴봐요. 요즘은 해외 유저 인터뷰로 하루를 시작할 때도 많답니다. 이렇게 데이터와 유저들의 목소리를 분석해 문제를 정의하고, 핵심적인 기능과 서비스를 직접 기획하여 제품에 반영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초반에는 약간 나태하게 살기도 했는데 이게 너무 아깝더라고요 이 시간이. 그래서 재택근무의 장점인 출퇴근 시간이 없다는 점을 잘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중 하나는 영어 라디오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인데요. 정해진 시간에 영어 라디오가 자동으로 켜지게 설정을 해뒀어요. 아침 일찍 일어나 영어 공부를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거죠.
그 다음에는 그 날 상황 봐서 운동을 하러 가거나 회사 일을 좀 빨리 시작해요. 오전부터 회의가 있는 날이 많아 오전시간이 여유롭지 못하거든요. 오전 시간을 보내고 나면 점심을 먹는데, 요즘은 건강관리 목적으로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전날 마지막 식사 시간 이후 16시간이 지난 시점에 점심을 먹어요.
배달은 거의 시켜먹지 않고 마트에서 장 본 재료들로 간단하게 요리를 해먹어요. 퇴근시간은 매우 불규칙한데요. 서비스를 책임지는 PM롤을 맡고 있다보니 해야하는 일이 워낙 많은데, 거기에 재택근무까지 하다보니 업무시간이 길어졌어요. 저희 회사는 자율출퇴근제로 정해진 업무시간은 없어서 밤늦게 슬랙이 오가기도 해요. 스스로 중심을 잘 잡고 일과 삶의 균형을 잘 잡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개인적으로는 최근 부서를 옮겨서 적응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작년에 비해 야근도 많이 하게 됐는데요. 저는 시기마다 에너지를 집중하는 영역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지금 제 나이대 20대 후반의 3년차 직장인에게 회사 업무와 회사 업무를 더 잘해내기 위해 자기계발하고 성장 하는 것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만큼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서 나름 노력도 많이 하고 있는데요. 집중이 안 될 땐 뭘 해도 잘 안 되더라고요. 잠깐 쪽잠을 자고 오거나, 나가서 산책을 하고 오거나, 동료분들과 티타임을 가지곤 해요. 혹은 집중력이 덜 필요한 업무를 찾아서 미리 끝내두기도 해요. 중요하진 않은데 하긴 해야 하는 일들 있잖아요? 그런거 하기 딱 좋더라고요.
야근을 하더라도, 운동을 다녀오고 그 뒤에 남은 업무를 더 하려고 하는데요. 마냥 미루다보면 운동을 절대 못 하더라구요. 해마다 하는 운동이 달라지는 편인데요. 작년에는 수영, 테니스, 등산을 했었어요.
등산은 정말 좋아해서, 심지어 평일 새벽에 등산을 다녀온적도 많아요. 그리고 요즘은 유산소 운동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무산소 운동만 너무 열심히 하다가 횡문근융해증이라는 병이 생긴적이 있거든요. 근육에 생기는 병인데요. 그 후로 과한 운동에 대한 두려움이나 경각심이 생겨서 요즘은 유산소 운동 위주로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운동 외에도 반신욕을 너무 좋아해서 헬스장도 탕이 있는 곳으로 골랐어요.
운동 하기 싫은 날에도 어떻게든 일어나서 헬스장에서 반신욕이라도 하고 와요. 반신욕을 하고 오면 몸의 긴장도 풀리고 잠도 잘 와서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먹는 것들도 건강하게 먹으려고 나름 노력하고 있어요. 특별히 식단을 구성하지는 않지만 배달 음식은 자제하고 집에서 항상 요리해 먹어요. 요즘은 두부에 꽂혀서 온갖 두부요리는 다 해먹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백미는 먹지 않고 꼭꼭 현미밥을 먹어요. 운동 외에는 반신욕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반신욕을 하고 나면 뭉쳐있던 근육들도 풀리고, 혈액순환이 잘 돼요. 근력 생성을 제외하고 반신욕이 운동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해요.
여기에 더해서 건강 관리를 위해서 최근에 이사를 했어요. 전에는 이제 원룸에서 살았거든요. 그 때는 이제 재택 근무를 할 줄 모르고 출퇴근을 위해서 회사에서 가장 출퇴근하기 좋은 신분당선 강남역에서 살았어요. 입사 후 초반에는 그렇게 출퇴근하다가 갑자기 재택 근무로 바뀌니까 일과 생활이 분리가 안되더라고요. 같은 공간에서 일도 하고 밥도 먹고 공부도 하고 잠도 자고 하니까. 그래서 초반에는 일이 끝나면 무조건 밖에 나가서 카페에서 쉰다든지 했는데요. 요즘에는 그마저도 잘 안 되는 것 같아서 작년에 안양으로 내려와서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잠자는 방에는 정말 침대 밖에 없어요. 잠자는 곳은 딱 침대만 두고 나머지 생활은 거실에서 하는거죠.
그런데 회사 일도 있고 거기에 더해서 개인적으로 요즘 관심있는 블록체인 분야가 대부분 해외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나오다 보니까 24시간 내내 트위터라든지 디스코드 이런 데에서 많은 정보를 얻으려고 해요. 이런 것들을 보기 위해서 주로 낼 수 있는 시간은 퇴근하고 시간밖에 없고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시간에 잠자는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죠. 그러다보니 최근 수면 만족도는 좀 안 좋은 편이에요.
또 제가 2월에 팀을 옮겼는데 거의 이직을 한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거든요. 완전 도메인이 바뀌어서 같이 일하는 사람도 달라지고 새로운 팀에 적응하고 그런 환경 속에서 성과도 내려고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업무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잠을 좀 잘 못 자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가 해외 법인들하고도 굉장히 일을 밀접하게 해요. 그러다 보니까 미국하고 미국 팀하고 회의를 잡으면 항상 오전 9시 전후에 하거든요. 해외 시차에 맞춰서 일해야 하는 환경도 수면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취침 시간이 늦어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추측하고 있어요. 퇴근하고 이런 저런 잡무 하다보면 새벽 2시 3시에 잠들게 되더라고요. 12시에만 잠에 들어도 문제들이 좀 사라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수면 만족도를 개선하고 싶던 와중에 지인 중 한 분이 수면 관련 앱을 사용해 본 경험을 공유해 주셔서 ‘나도 해봐야겠다'하고 우선 무료 버전을 사용해봤죠. 처음에는 신기하더라고요. 제가 잠버릇이 엄청 많거든요. 잠꼬대도 심하고 말도 많이 하고 코도 골고 이도 갈고 하는데 그게 녹음돼 있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좋다고 생각했는데 사용하다보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잠결에 하는 행동은 무의식에서 나오는 것들이니까. 그 수면 분석 내용을 보고 제가 할 수 있는 개선책이 없어서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웨어러블 기기도 비슷한 상황인데요. 웨어러블 기기는 착용하고 자면 수면 시간 보여준 것과 저녁에 스마트폰 하고 있을 때 잘 시간이라는 알림이 오면 수면에 대해서 경각심이라도 갖게 되니까 사용하고 있어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아침에 잘 못 일어나는데 웨어러블 기기로 알람을 설정하면 진동이 좀 잠이 잘 깨더라고요 그 정도 용도로만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잘 사용하지 않는 것들 말고 매일 사용하는 건 안대예요. 눈 뜨고 자는 버릇때문에 안대를 꼭 끼고 잡니다. 안대만 끼고 자도 수면의 질이 많이 올라가는 것 같더라고요.
잠에 잘 들기 위해서 하는 것들도 있는데요. 잠이 안 올 때는 싱잉볼 연주를 듣거나 요가로 근육이완을 하고 자요 그리고 이불과 베갯잇을 3일에 1번정도 세탁해서 갈아줍니다. 이것도 효과가 커요! 이불이 청결하면 잠도 잘 오더라고요. 수면이라는 것이 잠꼬대나 이갈이 개선 같이 노력해도 쉽게 안 되는 부분도 많지만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해결 가능한 것들, 예를 들어서 잠에 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등은 최대한 해보려고 해요.
요즘에는 '나는 도파민 중독자다' 이렇게 생각하거든요. 제가 뭔가 이렇게 '꽂혀서' 하는 것들이, 예를 들어 일이라던지, 운동이라던지 뭔가 그런 것들에 집중하는 순간 다 도파민이 나오더라고요 그 신경전달 물질이. 그리고 그게 저한테는 가장 약간 강력한 마약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좀 더 장기적으로 생각해보면 '내가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 이런 생각들도 사실 도파민을 유발하는 것들일 수 있어요.
그런 일들을 해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항상 행복을 얻는 것이니까. 그래서 '사람은 정말 생물학적으로 굴러가는 유기체다' 이런 걸 요즘 많이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제가 좋아하는 어떤 유튜버 님의 시그니처 타이틀 중 하나인데요. 우리가 평소에 삶을 살 때 '열심히 산다' 이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근데 한 유투버 분께서 좀 삶을 정성껏 살자 이런 말씀을 하신 걸 봤거든요. 그게 갑자기 확 와닿았었어요.
그래서 저는 나중에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어떤 모습일지 모르는 그 곳을 향해서 가는 과정이 재밌는 것 같아요 결과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