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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세 Jul 28. 2023

귀여운 할머니가 꿈인 나와
역(逆)노화 연구

하정 '귀여운 할머니'

나의 장래희망이 귀여운 할머니인데, 너무나 똑같은 제목의 책을 발견하고 반가우면서도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을 수 있겠군 생각했다. 


가족들의 이야기와 물건을 소중히 생각하고, 이것을 다시 교류하는 덴마크 시골에 사는 할머니를 보면서 비록 지금의 나는 새로운 물건을 좋아하고, 어른들의 이야기에 지루해하지만, 앞으로 오래된 물건과 사람을 다시 보고, 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마 여유를 특히,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옆으로도 보고, 돌려서도 보고, 뒤집어서도 보고 그러면 또 다른 쓸모와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귀여운 할머니'를 읽으면서 막연하게만 생각해 온 나의 꿈을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고, 그래서 귀엽게 늙어가기 위해서는 나만의 몇 가지 조건을 만들어 보았다. 


첫째, 종종 내가 계획하고, 내가 돈을 낸다. - 늙었다고 다른 이에게 미루지 말자. 내가 내면 눈치 볼 것도 없지 않나.

둘째, 내 생각을 말하되, 강요하지 않는다. - 의견을 말할 분위기가 되면 할 말만 정확하고, 짧게 하자. 하지만 분위기 파악을 잘 못하겠으면 우선 입은 닫고, 귀는 열자.

셋째, 한계를 두지 말고, 배우는 자세로 살자. - 멋지고, 좋아할 만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자. 지금 나는 마음 근육 만들기(요가, 그림), 진짜 근육 만들기(헬스 트레이닝)에 관심을 많다.

넷째, 부족함 보다는 좋은 점을 더 잘 찾는 눈썰미를 갖는다. - 무심코 지나가기보다는 관찰을 하자. 시선을 두어야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넷째로 끝내는 것은 싫으니 다섯째, 좋아하는 것을 잘 간직하자. - 벌써 오래전에 버렸던 것 같은데, 갑자기 쓸모가 생각나는 옷이 있다. 이런 식이면 버리지 못하고 엄청 쌓일 텐데, 그렇다고 안 살 수도 없다. 그래서 결심했다. 좋아할 만한 것을 잘 골라서 적게 사기로...


귀여운 할머니가 꿈인 내가 어쩌면 귀여운 할머니가 되려면 시간 좀 필요하겠는데~라고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재미있게 살펴본 논문이 있다. 나이가 들고 늙어가는 것은 숙명일까? 노화의 원인을 알 수 있다면 노화를 막을 수 있고, 좀 더 오버하면 젊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아이디어에 대해서 최근 가능할 수도 있겠는데? 하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기존에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유전자 돌연변이가 축적되어 발생하는 유전자 내부의 염기서열 변화(유전체 변화)를 노화의 원인으로 보았다. 그런데 새로운 연구에서 유전자 코드의 변화 없이 유전자 바깥의 구조 변화(후성유전체 변화)가 노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비록 마우스 모델에서이지만 실험적으로 증명하였다. 후성유전체란 태어날 때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DNA 유전자 정보는 변함이 없지만 이후 성장하면서 후천적으로 유전자의 구조 등의 변화로 유전자 기능이 바뀌는 것으로, 일란성쌍둥이가 성장하면서 점차 외모와 질병 발생 등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후성유전체 변화에 의한 것이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유전자 구조 변화로 노화를 촉진시킨 마우스를 다시 젊게 만들었는데, 역(逆)분화와 관련된 유전자 3가지를 넣어주었더니 근육과 신장, 망막에서 제 나이만큼 젊어졌다는 것이다. 역분화라는 것은 피부와 같이 이미 분화가 완료된 체세포를 모든 세포로 분화할 가능성이 있는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말하며, 일본 교토대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이러한 역분화 줄기세포 발견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연구성과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유전자 내부의 서열 변화는 우리가 일일이 찾아내고 고쳐야만 하기 때문에 노화를 늦추거나 되돌리기가 힘들지만, 유전자 외부의 구조 변화는 역분화 유전자로 치료제를 만들거나, 이러한 기능을 유도하는 약물로 노화를 조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출처 : Cell, Loss of epigenetic information as a cause of mammalian aging, 2023.1.19


역노화 연구, 그래 중요하긴 한데, 나는 오래 살기보다는 건강을 잘 유지하다가 여러 사람 힘들지 않게 편하게 가고 싶다. 하지만 만약 젊음으로 돌아갈 수 있고, 건강하면서도 젊게 오래 살 수 있게 하는 기술이 나온다면 간사한 내가 그때도 이런 내 생각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지만 다행인 것은 내가 죽을 때까지 이런 기술이 완성되기는 힘들 것 같다. 다만, 노화로 인한 질병 발생과 삶의 질(보고, 듣고, 먹고, 움직이고) 저하를 어느 정도 예측해서 막을 수만 있다면 이것은 참 좋을 것 같다. 최근에는 생체노화를 진단해서 예방, 치료,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추세로 노화 극복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다음 기회에 좀 더 자세하게 다루고자 한다.


2023년 입춘도 지나고 봄을 앞둔 2월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이 자리에서 기록을 남긴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실눈(안 그래도 노안 때문에 이렇게 뜨기는 해야 하지만)을 뜨고, 우선 내 주변의 물건을, 사람을, 그 의미를 다시 한번 잘 들여다봐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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