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 서울의 고민

'더현대 서울 인사이트'를 읽고

by 다시만난책




서점을 걷다 녹색 표지의 예쁜 책을 발견했다.

'더현대 서울 인사이트' 라는 제목과 띠지의 김난도 교수의 얼굴을 보고 아 새로운 책이 나왔구나 싶었다.

책을 훑어보니 더현대 서울이란 여의도에 새로 생긴 백화점에 대한 이야기다.

나중에 봐야지 하고 내려놓았는데 며칠째 책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며칠 뒤 서점에서 구입했다.


이 책은 2021년 2월 26일 여의도에 개점한 현대백화점을 분석했다. 코로나 시국에도 연일 방문객이 들끓었으며 핫플레이스라고 소문이 난 곳이다. 백화점은 거기서 거기고, 좀 달라져봤자 브랜드가 새로운 게 있다거나 먹을 것이 새로운 게 있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사람 많은 곳은 질색이라 가 볼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책을 읽고 가봐야겠다는생각이 들었다.


더현대 서울(백화점)의 개점 환경에는 몇 가지 리스크가 존재했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개점을 결정하고 몇년에 걸쳐 준비한 바, 주요 이슈는 아래와 같다.


먼저 소비자들이 점점 온라인으로 옮겨가며 국내외 백화점 중 폐점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었다. 자잘한 생활 소비재부터 값나가는 고급 의류, 가전까지 온라인 구매 비율이 점차 증가했다. 해외에서는 아마존이 오프라인 유통을 위협하고 있었고, 국내에서는 다양한 온라인 몰, 모바일 서비스들이 소비자를 나눠 가져가고 있었다. 앞으로의 대세는 아무래도 온라인, 모바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대형 오프라인 매장을 개점한다는 것은 경영상에 리스크가 될 수 있었다. 내부 설비, 인테리어, 브랜드 입점 계약, 인력 운용... 건물이 크기 때문에 딱 잘라서 반만 열수도 없고, 다 열자니 투자가 가늠이 안 되고. 막상 열었는데 예상보다 사람이 오지 않는다면? 아찔할 수 밖에 없다. 차라리 영리하게 온라인에서 사업을 더 확장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을 것이다.


위치도 문제였다. 여의도는 업무지구이지 거주지구가 아니다. 주중과 주말의 시간대별 상주 인구를 보면 평일에는 회사원들이 낮시간에 상주하다 저녁에는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주중과 주말의 매출이 거의 절반씩 되어야 하는 백화점 입장에서는 도무지 수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아울러 인근에 이미 IFC몰, 신세계 타임스퀘어, 현대 디큐브시티 등이 위치해 있다. 특히 IFC몰은 더현대 서울과 붙어 있으면서 지하철역 접근은 더 좋고 괜찮은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었다. 당장 IFC몰과의 차별화를 하지 않으면 굳이 사람들이 거리가 먼 더현대 서울로 올 이유가 없었다.


브랜드는 어떨까. 우선 IFC몰에 입점한 브랜드를 입점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울러 브랜드 중 매장 수 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경우에는 이미 한도가 찬 경우, 더현대 서울에 입점하지 않을 수 있었다. 백화점으로는 서울 최대 규모가 될 더현대 서울에 대체 어떤 브랜드를 채워야 할까? IFC몰에 입점한 브랜드의 경쟁사를 입점시키면 될까? 아예 아무도 모르는 해외 브랜드를 가져와야 할까?


건물도 이슈가 있었다. 애초에 '쇼핑몰'로 계획하고 지은 건물이라 일반적인 백화점의 구조가 아니었다. 공조 이슈도 있고, 식품관의 설비 이슈도 있었다. 그대로 쓰자니 고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이 책은 이런 과정들을 현대백화점에서 어떻게 풀어나갔는지를 서술한다.

왜 책이 나왔는지(?) 알 수 있는 비하인드들이다.


간단히 결과를 요약하자면,

현대백화점에서는 바꿀 수 없는 것부터 고려했다.

입지와 건물의 규모, 그리고 온라인이 대세가 되어가는 상황. 이 3가지는 바꿀 수가 없다.

그래서 이 3가지를 해결하는 방안을 마련했고, 거꾸로 그것들을 특이점으로 개발했다.


먼저 입지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여기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회사내부에서 갑론을박도 하고, 컨설팅도 받고. 결과적으로 현대백화점에서는 더현대 서울의 타겟을 여의도와 인접지 거주자가 아닌 서울 전체, 그리고 더 나아가 해외까지로 넓혔다. 말은 쉽지만 다소 공허하다. 어떻게 멀리서 고객들을 오게 할 것인가?


이 질문은 두번째인 건물의 규모와 연결된다. 더현대 서울의 부지와 건물은 상당히 크다. 일반적인 백화점은 여기에 매장을 꽉꽉 채워넣는다. 수익이 나려면 당연하다. 그러나 그러기엔 공간이 정말 컸고, 뭔가 다른 공간, 멀리서 사람들이 와야 하는 공간이 필요했다. 현대백화점에서는 여러 사례를 분석한 후 두 가지를 결정했다. 하나는 공간에 여백을 두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자연을 갖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더현대 서울 5층에 가면 그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더현대 서울은 온라인이 줄 수 없는 가치, 그리고 온라인의 이점을 활용하기로 했다. 온라인, 아니 요즘은 모바일이 더 맞는 표현 같다. 모바일은 편하지만 따분하다. 그리고 혼자다. 사람들은 어딘가 놀러 갈 곳이 필요하고, 친구를 만날 곳이 필요하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이 반드시 쇼핑만 하러 오는 곳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 모바일로 보던 브랜드를 만나는 곳, 제품을 체험하는 곳, 공간에 가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곳으로 생각했다.


여기에 MZ세대에 대한 고려도 있었다. 모바일의 주 사용자층은 MZ세대이다. 이들은 구매력은 윗세대보다 높지 않지만 전파력은 월등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윗세대가 입고 사용하는 것들에 MZ세대는 그다지 흥미를 가지지 않지만 MZ세대가 입고 사용하는 것들은 윗세대의 관심을 끈다. MZ세대가 핫플이라고 하는 곳은 정말 핫플이 된다. 더현대 서울에서는 MZ세대에게 인기있는 나이스웨더와 같은 편집숍형 편의점부터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유명한 번개장터, 무신사로 잘 알려진 디스이즈네버댓 같은 매장을 유치했다.




책을 읽고 난 다음날 더현대 서울을 방문했다. 평일이라 한산할 줄 알았는데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지하 식품관은 인근 여의도 회사원들로 가득찼고, 층층이 유동인구가 많았다. 건물 내부는 여백이 많았고, 그래서인지 오히려 사치스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서울에서 오밀조밀, 다닥다닥, 어느 자투리 공간도 남기지 않고 들어찬 물건들을 보다가 이렇게 휑한 곳을 오니 새로웠다. 진정한 럭셔리란 이런 여백이 아닐까 싶었다.


매장은 하나하나 인테리어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일반 백화점에서 보는 '백화점 매장' 느낌이 아니고, 다 제각각에 아름답다. 의류 매장의 경우, 남녀 층이 나뉘지 않고 한 층에 같이 있어서 보기 더 좋았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이 편이 더 나았을지 모르겠다. 기대한 웨스트엘름 매장은 작아서 아쉬웠다. 나이스웨더는 신선했고, 번개장터는 운동화만 쭉 있었는데 실제로 쇼핑 중인 남성들이 있어서 공간이 잘 쓰이고 있구나 싶었다.


5층은 책 표지에도 나왔듯이 더현대 서울의 가장 의미있는 공간이었다. 개방감이 상당했고, 다시금 정말 사치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국내 어느 다른 백화점에서 이런 공간을 조성할 수 있을까? 계산기 두드리지 않고 미쳐야 할 수 있는 전략 같다. 수목 관리에만 예산이 상당히 들어갈 것 같다.




책을 읽고, 더현대 서울을 다녀와서 생각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유지할까 였다.

더현대 서울은 태생적인 리스크를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썼고, 그 새로운 전략에는 지속적인 기획과 투자가 필요하다. 즉, 과거처럼 상권 좋은 곳에 백화점 하나 오픈하면 브랜드 잘 바꿔서 넣어주고 판촉 잘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품질'과 '신선도'를 유지해야 한다. 왜냐하면 더현대 서울은 '핫플'이기 때문이다. 이 백화점은 아무도 백화점이라고 생각하고 오지 않는다. 이 곳은 재미있는 핫플이고, 가면 트렌드를 만날 수 있다. 그게 없다면, 굳이 거기까지 갈 이유가 없다.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담당자들은 머리가 얼마나 아플까. 그러나 동시에 보람도 있을 것 같다. 여느 다른 백화점에서는 해보지 못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니. 더현대 서울에서 몇년 버티면(?) 내공이 상당해 질 것이다. 그 내공은 물론 본인의 자산이 될 것이고. 이 거대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 모두 배운 것이 있으리라 믿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