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슈팅스타> - 장덕래 감독
성공한 자살자의 동기는 영영 답을 잃어버린 수수께끼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순간, 자살을 결심한 사람은 후회했을까? 그토록 원했던 죽음의 순간에 희열을 느꼈을까?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렸을까? 그 사람의 안녕을 빌었을까, 아니면 미안함과 죄책감에 슬퍼했을까?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들에 분노했을까, 모든 걸 용서했을까? 충동과 절망에 흐려진 판단력으로 죽음을 결심했다면 본인조차 답을 알 수 없었을지 모른다. <슈팅스타>에서 관객은 자살에 실패한 주인공의 환각을 통해 그 선택 뒤에 숨겨진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주인공은 ‘살고 싶지 않아서’ 죽음을 선택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줄곧 흑백으로 표현되는 환각이 주인공의 실제 삶보다 덜 우울하게 느껴지는 것은, 주인공이 사실은 맘 속 깊이 살아있음의 생동감을 원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커다란 음악을 틀며 요란하게 등장하는 괴팍한 성격의 렉카 기사나, 여학생의 가방에 들어있던 책을 본 주인공의 마임 연습은 압박과 책임감에 짓눌린 삶에는 부재했을, 다양한 감정에 대한 주인공의 목마름을 보여준다. 전화도 채 걸리기도 전에 차를 고치러 왔으면서, 부품을 놓고 왔다며 주인공을 떠나버리는 렉카 기사 또한 자신의 삶을 구하려는 마음과 저버린 마음의 양면성이 구현된 모습이다. 연탄 가스에 취해 드러난 무의식이 이런 모습이라면, 주인공은 죽음이 가까워온 순간까지도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기로 결심한 건 금전적 실패에 대한 절망과 가족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다. ‘유지영’이라는 이름은 전 아내의 것이자 자살에 동참한 여학생의 것이기도 한데, 아내와 딸에 대한 죄책감이 한데 섞여 만들어진 이 인물은 주인공을 거세게 비난한다. 비겁해, 겁쟁이, 넌 도망친 거야, 책임지기 싫으니까 도망친 거라고, 넌 우릴 버렸어. 공격의 말에 주인공은 자신이 아니라 ‘우릴’ 위한 선택이었다고 변명하면서, 기어이 학생의 뺨을 때려 도망가게 만든다. 실제 삶에서 그가 아내와 딸을 대한 방식이 꼭 이랬을 것이다. 버려진 몸에 외투를 덮어주고 싶을 만큼은 죄책감을 느끼지만, 책임감 앞에서 도망치고 변명하며 끝내는 아주 밀어버리고 마는. 트렁크에 딸의 생일 선물을 실은 채로 자살을 시도하는 모순된 마음이 환각 속에서조차 주인공을 괴롭힌다.
영화는 행인의 신고로 끝이 났으니, 주인공은 결국 구조되어 깨어났을 지도 모른다. 환각을 통해 자신의 무의식을 들여다보고 난 주인공이 다시 한 번 선택의 기로에 선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보고 싶은 마음에 자신을 맡길까, 아니면 늘 그랬던 것처럼 죄책감과 두려움 앞에서 도망칠까? 자살을 결심한 순간에 떠올린 ‘슈팅스타’는 ‘죽음’과 ‘가족을 향한 속죄’ 중 어느 것을 향한 소원이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