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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멜리 Dec 08. 2023

타이게테의 임무와 순결서약

아르테미스를 따르는 그녀의 이야기


헤라클레스의 추격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많이 지쳐 있어요. 힘없는 목소리인 점 이해해주세요.


저는 일년 동안 도망다니다가 지금에서야 귀환했어요. 일년 동안 내내 저를 잡으려고 하는 헤라클레스에게 쫓겨 달렸죠. 집요하게 저를 추적하는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저주를 풀기위해 저를 잡아오라는 명을 수행한 거죠. 제가 그 대상인 것은 아르테미스가 가장 아끼는 사슴이어서 그랬을 거예요. 헤라클레스를 궁지에 빠지게 하려는 거죠. 저는 결국 지쳐서 잡혔어요. 무릎을 꿇었죠. 다행히 헤라클레스는 제 털끝하나도 손상시키지 않았어요. 아르테미스에게 약속했다더군요. 다시 온전한 모습으로 돌려주겠다고요. 오늘 겨우 귀환됐어요. 헤라클레스는 과업을 하나 완성했다더군요. 그에게 씐 저주를 풀기 위해 누구에게도 잡히지 않을 재빠른 저를 일년을 쫓아다녔으니 저도 탄복합니다.


제가 이렇게 멋진 황금뿔을 가진 수사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여성입니다. 달과 숲, 야생동물의 수호자 아르테미스와 같이 다니는 님프 타이게테입니다.



타이게테의 순결서약

저는 아버지 아틀라스와 어머니 플레이아의 딸입니다.


아르테미스와 함께 순결서약을 하고  야생동물을 돌보고 지키고 있었는데 우리 플레이아데스 자매들은 한 명 빼고는 신들 아이를 갖게 되었네요. 저는 제우스의 눈에 띄어서 그만…


남들은 순결서약의 의미를 그저 여성의 정절을 지키는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우리의 순결서약은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첫째, 우리의 소명인 야생동물과 달의 수호자로 최선을 다하겠다, 둘째, 누구의 소유도 아닌 속박되지 않는 삶을 살겠다는 것이에요.

이건 우리가 우리의 삶의 주체로서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었어요. 자유롭게 살아가는 방법이었죠. 달과 숲, 야생동물을 지키기 위한 기본 자세였죠.  


아르테미스와 우리 자매들은 그녀와 함께 야생동물을 보호하며 지냈어요. 누군가는 우리가 사냥에 미친 거 아니냐고 하는데요. 오해예요. 우리의 사냥은 스포츠예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고 공동체의 결속을 위한 것이죠. 동물들을 쫓아다니며 재빠름과 민첩성을 키우고 아무리 무서운 동물과도 맞설 수 있는 용맹함을 키울 수 있거든요. 동물들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우린 강한 한 팀이었어요.


순결서약을 저버리고 제우스에게 넘어가다


그런 저였는데 제우스의 꾐에 넘어가 결국 순결 약속을 저버렸을 때, 그런 유혹에 넘어간 제 자신과 제우스에게 몹시 분하고 화가 났어요.


우리 수호대와 한 순결 약속을 지키지 못해 제 심정은 정말 처참했어요.


아름다운 숲을 지키며 보람된 날들을 보내던 내가 이렇게 나약하다니, 과연 내가 아르테미스에게 얼굴을 들 수 있을까 싶었어요. 나를 동료로서 아끼고 사랑하던 아르테미스가 알면 얼마나 괴로워하고 슬퍼할까 싶어서 결국 말도 못하고 저는 산에 숨어버렸어요.


늘 함께 다니던 내가 없어진 걸 알고는 아르테미스가 산을 샅샅이 뒤지고 다니더라고요. 저는 아르테미스의 발소리만 들어도 알아요. 그녀는 무척이나 가볍고 민첩해서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보다도 더 들릴락말락하게 움직였어요.


제가 우리 중에 가장 민감한 귀를 갖고 있어서 그녀의 소리를 알아차렸죠. 네. 맞아요. 저는 아르테미스의 추종자예요. 아르테미스도 그런 저를 알아보고 절 무척이나 많이 아껴줬어요.


저는 숲과 동물들을 보호하고, 숲의 질서를 정돈하며 평생 순결을 지키면서 살아간 아르테미스의 비전을 좋아했어요. 아침 이슬에 발이 젖는 줄도 모르고 동물을 챙기고 바라보는 그녀를 보면 아무리 아르테미스가 성질이 거칠고 고약해도 그녀를  믿고 따를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숲을 다니며 밤새 동물들이 잘 잤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확인하면서 동물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그런 아르테미스를 중심으로 우리의 팀웍은 더 강해졌어요.


제가 순결서약을 지키지 못했을 때 아르테미스가 화를 내고 절 죽일 것 같았어요. 제가 아르테미스 무리에서 쫓겨날까봐 두려운 것보다, 더이상 아르테미스에게 신임받지 못할까봐 그것 때문에 마음이 미어지더라고요.


동료의 분노, 슬픔


아르테미스는 저를 너무 애타게 찾아다녀서 결국 바위 밑에 숨은 저를 찾아내더라고요. 바위를 들추고 그 밑에 깔려있듯이 숨은 저를 발견했어요. 어둠 속에 너무 오래 있어서 바위가 들춰지자 스며든 빛에 눈이 부셨지요. 눈을 겨우 떴을 때 제 이름을 부르는 아르테미스와 눈을 마주쳤어요.


“타이게테, 나와.”


그녀는 제 예상대로 몹시 화를 냈어요. 그녀가 자신의 아버지 제우스에게 실망하고 화가 나서 수염을 뽑고 난동을 부릴 때도 그렇게 무섭지 않았어요. 저는 죽임을 당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한동안 입을 열지 못하다가 말문을 떼려했을 때, 아르테미스가 와락 저를 껴안았습니다.

“더이상 동료를 잃고 싶지 않아.”

그녀의 눈물이 제 목덜미 위로 떨어졌습니다. 그녀도 나만큼 속상하고 아프구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나약한 제 자신에 대한 실망과 자책을 못 이기고 아르테미스 앞에 당당히 나설 수 없는 저를 아르테미스는 받아안아 준 거예요. 그녀도 더이상 동료들을 잃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전 정말 충실한 동료이고 싶었어요. 아르테미스의 눈물이 너무 뜨거워 그 자리가 화상잊은 듯 데였어요. 그녀도 나를 지키지 못해 슬퍼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수사슴으로 변신시켜줬지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히더라고요.


우리의 동료였던 제 언니 칼리스토가 제우스의 아이를 낳고 헤라의 저주를 받아 곰으로 변한 적 있어요. 언니는 곰에거 다시 님프로 돌아오지 못했어요. 곰이었던 칼리스토 언니는 아들을 보고 반가워서 달려갔는데 아들은 엄마를 알아보지 못하고 결국 그의 화살에 맞아 죽었지요. 언니와 아들은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가 되었지만 헤라는 그것도 가만두지 않았지요. 우린 칼리스토의 비극을 겪고 한동안 실의에 빠져 있었어요. 그 일 이후로 아르테미스도 더이상 동료를 잃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타이게테의 선택

아르테미스는 저를 안전하게 지켜주겠다고 했어요. 저도 그녀 곁에 사슴의 모습으로 있겠다고 했어요. 저는 아르테미스와 함께 숲을 지키는 무리입니다. 맞아요. 아르테미스가 가장 아끼는 사슴, 황금뿔 달린 암사슴입니다.


그리고 우리 아르테미스 일원들의 용맹한 문화 속에서 자란 제 아들 라케다이몬은 스파르타의 시조가 되었습니다.

저 타이게테는 훗날 언니들과 함께 별자리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되었답니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고

타이게테를 생각하며 각색하여 쓴 글


표지그림

The Pleiades by Elihu Vedder


Taygete

The Laconian Pleiad Nym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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