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아끼는 방법에서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로 바꾸었다
출근하는 곳이 바뀌었다. 서울 용산구로.
비뀐 직장의 위치를 알게 되고 처음 한 것이 집에서 가는 방법 찾기. 지도 앱에서 알려주는 대중교통편은 짧게짧게 환승하는 방법이 추천으로 떴다. 1시간 30분 정도일 줄 알았는데, 전철이 잘 안 오는 지역이라 대기시간 포함하여 2시간이 떴다.
새로운 출퇴근 길, 적응기간 6개월이 지나고 나니 몸도 마음고 적응했다. 그리고 정신적 여유가 생겨서 브런치에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용산구까지 대중교통으로 가는 출퇴근길은 몇 가지 루트가 있다.
처음엔 인간적으로 최적의 방법, 혹은 최소 시간, 교통비 최저가, 또는 환경적으로 쾌적의 조합을 찾기 위해 부던히도 애썼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다 겪어보았는데, 네 가지 방법으로 추려졌다.
전에는 SRT도 타고 광역버스도 타고 자차로도 이동했으나 2024년 3월말에 GTX가 개통되었기에 아래의 방법으로 최종 정리되었다.
첫 번째, 최단 시간의 조합.
-GTX타고 수서역에서 분당선 전철 타고 다시 한번 더 갈아타서 근처까지 가서 내리기. 도보 10분 후 도착. : 최고 비용. 운 좋으면 1시간 40분.
두 번째, 걷는 시간을 최소화한 인간적으로 최적의 조합.
-집앞에서 광역버스 타고 남부터미널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고 바로 직장 코앞에서 내리기. : 최소 비용. 도로 사정 나쁘면 최장 시간. 피곤한 날은 좌석에서 잘 수 있음.
세 번째, 편안함과 운동을 살짝 섞은 짬짜면 스타일의 조합.
-GTX타고 전철로 환승. 3호선 수서역에서 옥수역으로 가서 역에서 바로 한강으로 자전거 타고 15분간 달리기. (땀이 거의 안나므로 여벌 옷 필요없음). : 고비용, 한강변 바람 쐬며 상쾌한 공기 마시는 프레쉬업.
네 번째, 가로수 터널과 한강을 달리는 환경적으로 최적의 조합.
-GTX타고 수서역으로 가서 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50분간 달리기. 도착하여 옷 갈아입기. : 고비용, 프레시업, 운동효과.
네 가지 방법, 모두 2시간 남짓 걸린다. 남들이 보면 어떻게 그렇게 지내냐고 묻는다.
내 옆에 버스를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광역버스 좌석에 몸을 기대 눈붙이는 사람들, 많이들 그렇게 살아간다. 나 역시 몇년 전 직주근접으로 가까이 살 때는 보지 못했던 세계였기에 그렇게 이야기했었을 수도 있다. 지금은 보인다. 출퇴근길 사람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고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를.
출퇴근 두 시간씩인데 어떨 땐 길어져서 왕복으로 5시간 걸릴 때도 있다. 우울함이 밀려올 때가 있다.
첫째는 버스를 탔는데 길이 너무 막힐 때다. 도착시간은 계속 늘아나고, 직장 상사에게 전화해서 늦는다고 전화해야하나 초조해하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분단위로 볼 때이다.
둘째는 몸이 안 좋아서 집에 가는 길이 너무 멀게 느껴질 때이다.
늦게 되는 상황 들이 심리적인 요인으로 탁 튀면 우울한 생각들이 내 장거리 출퇴근응 해야하는 처지와 남쪽행을 선택한 것응 후회로 물들게 하고, 현실을 비관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보람된 일을 할 때 뿌듯함을 느낀다. 운동을 하면서 다리 근육이 당기는 신체적 고통이 와도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낸 것에 만족감이 든다.
나는 게으른 인간형이라 ‘아침형 인간’은 꿈도꾸지 못했다. 또한 저녁에 운동도 거의 하지 않았다. 늦게까지 유튜브나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들고 늦잠을 자는 일이 다반사였다. 직주근접일 때는 시간을 꾹꾹 눌러담아 잠을 잤다. 직장 출근시간 정각에 맞춰서 도착할 수 있을 때가지 딱 맞춰 그시간까지 잠을 잤다. 아침에 여유롭게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
시간의 물리적 크기가 고정값이라면
그 시간을 채우는 질적 속성을 바꾸어
능동적인 나를 잃지 않기
이랬던 내가 장거리 출퇴근 하는 사람이 되고 왕복 4시간을 하니 뭔가 아쉬웠다. 새로운 교통편에 몇 개월 적응하고 나니, 해보고 싶었지만 늦잠자느라 못했던 일들을 실행하기로 했다.
몇 가지 대중교통 출퇴근 방법 중에서 최근 이용하는 것은 네번째. 수서역에서 내려 자전거를 50분 간 타는 조합이다. 50분간은 독서를 하거나 책을 읽고, 50분은 자전거 타기. 이건 날씨가 도와야 가능하기에 비만 오지 않으면 거의 이 방벚을 쓴다.
출퇴근 시간에서 각각 한 시간씩을 써서, 외국어 공부를 하거나, 운동하는 시간이거나, 휴대폰으로 글을 쓰는 시간, 또는 독서하는 시간으로 바꾸었더니 뿌듯함이 올라온다. 물론 멍 때리며 두시간을 보내거나, 사색하는 시간으로 보내도 좋다.
사색만 했을 때도 좋았지만 내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정리된 결과물이 없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브런치에 글을 쓰거나 리포트를 쓰면서 글의 위력을 느꼈기 때문에 사색과 글쓰기는 병행해야된다. 이제 새로운 환경에 몸이 적응했으니 글을 써야되지 않겠니 라고 마음도 나를 잡아끈다.
그래, 6개월 적응기간이 끝났으니 그동안 하지 못했던, 생각 정리를 이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