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 객관화된 나에게
내 모습을 닮은 인물이 작품 속에 있을까? (외양이 아니다. )찾기 쉽지 않았다. 시민연극을 할 때 ‘분장실’ 작품에서 맡았던 역할 ‘B’가 유력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내가 ‘그 인물’이 되었던 것 같아서 후보에서 뺐다. 나를 닮은 인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작품을 제3자의 시각으로 감상하면서 동화되었던 인물을 떠올려보았다. 아, 생각이 났다.
아멜리에였다.
2001년 개봉한 <아멜리에>는 프랑스 영화로 코미디, 판타지, 로맨스물로 분류한다. 오두리 도투가 아멜리 역을 맡았는데, 그녀의 얼굴이 담긴 강렬한 포스터가 인상적이었다. 프랑스 원작은 ‘아멜리 풀랑의 멋진 운명’이다.
나와 닮았다고 주장하는 ‘아멜리’가 MBTI 검사를 한다면 나와 같을지 궁금했다. 비슷할 거 같다. 행여 내 것이 밝혀질까봐 쉬쉬하고 있는 MBTI인데, 검사결과를 신뢰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나의 직군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일을 하면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내 성격을 탓하기도 한다. 직군에 적합한 특성을 발현하려면 내 성질을 변화시켜 보곤 하지만, 다시 원래 성향쪽으로 돌아가는 탓에 어렵다. 그냥 생긴대로 살기로 했다. 하지만 번번이 맞닥들이는 부정적인 상황들에서 내 특징에 만족하지 못함은 여전하다.
아멜리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취미 부자, 엉뚱한 반응을 하는 사람, 남을 돕는 일을 우연히 시작하면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 외로웠던 유년기 시절 홈스쿨링으로 친구와의 교류가 없어서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이 남은 사람, 덜 사회화된 사람, 어린시절 충격적인 사고(엄마의 죽음)를 목격하며 마음이 닫혀있는 사람이다. 주변에 있을 듯한 인물, 아멜리를 영화에서는 독특하고 판타지처럼 전개하여 인물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멋진 성향을 가지거나, 특출난 인물도 아니지만 예뻤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아멜리, 너도 그렇구나.
아멜리는 감성적이고 즉흥적이다. 집에서 우연히 발견한 상자를 보고, 그 안에 든 지극히 사소한 것들의 주인에게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라고 여기고 주인에게 찾아주기로 결심한다. 주변인들을 인터뷰하면서 자신의 에너지를 쓴다. 아멜리가 즉흥적이고, 사람을 향해있고, 감성적으로 공감하는 모습이 나와 닮았다. 사람을 만나면 에너지를 얻는 것, 누군가를 만나서 신나게 이야기하거나, 다른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다.
아멜리는 상자를 찾은 것을 계기로 사람들과 교류하고 그들을 위해 한 행동이 뿌듯하고 보람된 것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혼자만의 취미를 만들어 여가시간을 보내던 아멜리는 사람을 향해 에너지 방향을 바꾼다.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살겠다고 말이다. 어린시절부터 생긴 상처와 성장환경의 영향으로 마음의 문이 닫힌 상황에서도 사람을 통해 에너지를 얻었다. 만약 따뜻하고 발랄하고 타인과 즐거운 삶을 사는 아멜리가 마음의 문이 닫히지 않았다면 자기 생긴대로 지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힘든 가운데,
너 자신으로 사는 것을 찾았구나,
기특하다.
아멜리 이웃 중에는 몸이 아프기 때문에 혼자만의 삶을 살아가는 이웃의 화가 아저씨가 있다. 친구가 없는 아멜리는 아저씨와 혼자있는 삶의 외로운 심정을 나누며 지낸다. 아멜리보다 더 오래 혼자의 삶을 살았던 그는 아멜리에게 ‘혼자’로 남지 말고, 세상을 향해 ‘용기내어’ 문을 열고 나가라고 말해준다.
아멜리는 자신을 기다리는 세상을 향해 고민 고민하다가 아저씨의 말을 듣고 마침내 마음의 문을 열고 나간다. 문손잡이를 잡고 연 아멜리에게 감사했다. 혼자로 남지 않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용기 내서 선택한 아멜리에게 “잘했어.”라고 말해주었다. 자의, 타의로 마음의 문이 닫혀 있어서 힘든 요즘, 나와 닮은 아멜리를 떠올린다.
나를 닮은 나에게 말한다.
“아멜리,
세상이 상처를 주었지만,
세상은 또한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