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 비호감을 가르는 기준
#마음결, 첫만남에서 알아차릴까?
사람을 처음 만나면 상대에게서 나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 그리고 무관심 이런 것들을 느낀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옷차림이나 말과 행동, 외적인 것으로 감지되는 첫인상이 나란 존재는 그다지 잘 갖추지 못하다보니 나는 그것을 비교적 잘 알아차린다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눈치가 있었다.’
이 눈치를 챙기고 산 덕분에 상대를 대하는 태도를 기가막히게 세팅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과 표정, 나에게 하는 말의 목소리톤에서 호감과 비호감을 판단했다. 그러다보니 호감인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주로 그런 사람들은 다정하거나 활달한 사람들이었다.
#호감일 리가 없는데 사례
2016년, 통기타 초급 반에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 사는 차이브라고 해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나의 차분하고 작은 목소리는 그날따라 더 차분했다. 사람들은 각자 열심히, 자기 옆 사람과 일면식이 있어서 악보를 보며 연주를 하고 나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동호회 대표가, 잘 생겼었다, 내게 와서 뭐 칠 줄 아는 거 있냐며 알려주겠다고 한다. 캐논 연주곡을 사례로 들어, 유명하고 선율이 좋은 코드의 흐름을 알려주고 스트로크 주법으로 함께 해보자고 했다. 재미있었다.
동호회 대표는 내 번호를 물어보았다. 이제 관리 받는 동호회 회원이 된건가 싶어서 넘겨주었다. 그리고 첫날 동호회 기타 연주 활동을 쓸쓸하지 않게 무사히 마쳤다.
며칠 뒤인가, 휴대폰에 대표의 번호가 떴다.
“누나, 뭐하세요?“
“네, 일하다가 잠깐 쉬는 중이에요.”
“아, 저는 아이 유치원 데려다주고 집에 들어가는 길이에요.”
“직장은요?”
“저 음악 연주자라 집에서 작업해요.”
“아 그렇군요.”
동호회 대표인 B는 첫날, 나의 따뜻하고 너그러운 심성을 알아차렸는지 이 누나를 찾나보다 싶었다. 나와 친해지고 싶어서.
“누나, 저 애 등원시키고 시간 있거든요. 누나 시간되면 나중에 만나요.“
“가족 있지 않아요? (부인)“
“네, 있어요.”
이쯤 되니 부인이 남편의 인간관계에 별 말을 안 하나 싶었다. 그러나 나는 이상하게 별로였다. 첫 만남에 이러한 호감을 보인 존재는 없었다. 동성들은 있었지만.
“하하하하핫.”
하며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호감이 부담스러워
나는 그 날 이후로 대표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매주 두번 있는 통기타 모임에 나가서 대표를 피했다. 물론 적당히. 대표는 그런 나를 한두번 겪고 나서는 나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동호회에는 사람이 많아서 대표는 어울릴 사람이 많았다. 나는 옆에 새로 들어온 신입회원과 이야기하며 아주 쉬운 곡을 치고 있었다.
때로는 내가 너무 철벽이었나 싶어 미안했지만 마음에서 격하게 부담을 느꼈다.
통기타 모임 뒤풀이가 있는 날, 총무가 속닥거렸다.
“아, 또 B 때문에 사람들 나갔잖아. 신입여자들한테 전화해서 만나자고 하고는 종교단체에 데려간대.”
“저번에 주의를 줬는데도?”
”그러니까…“
동호회를 세운 대표는 그렇게 첫만남에서 호감을 표현하고, 자신의 종교적 열정을 강요했었던 것이다.
상대의 지나친 호감 때문에 마음에 일어난 격한 부담은 철벽이 되고, 결국 친밀함을 쌓아나가기 어려워진다.
#나에 대한 태도: 처음엔 대개 무관심
첫만남에서 호감과 비호감을 표현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대개는 무관심으로 나를 대했다.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6개월, 1년 지나야 드러난다. 나는 낯가림이 심하다. 많은 이들이 그렇지 않을까. 첫만남에서 나에 대한 많은 걸 보여주는 사람은 없다. 대개 처음엔 뚱해 보이는 낯가림 심한 나의 모습에서는 사람들에게 즉각적인 호감은 기대하지 않았고, 거의 드물었다. 그러다보니 패턴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있으면 즉각 알아차리고 경계를 하게된다.
#역지사지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회화 되면서 상대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올라오는 호감과 비호감 무관심 판단에 근거한 표현을 잘 하지 않으려 한다. 사람을 오래 보며 차분히 그들에 대한 거리를 좁히거나 멀리하게 된다. 모두가 비슷한 거리에서 시작하고, 모두에게 천천히.
어릴 때 첫만남이 많던 시절에는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에 근거하여 관계를 어떻데 이어갈 지 판단을 해갔다면 나이가 들어서는 다른 것으로 사람을 대하고 만난다.
아마도 사람 그 자체로 보려는 생각.
그동안 발산적 활동을 주로 하던 나였지만, 나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내가 맺어온 관계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글쓰기를 하다보면 정리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대중교통에서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