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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멜리 Oct 21. 2022

캠핑 메이트에 따라 달라지는 알록달록 재미찾기

숲속에 테이블을 둘러놓고 앉은 그들의 케미를  기록하다


4인 캠핑, 작은 숲속

3대 1로 갈라졌다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과 캠핑을 다녀왔다.

나는 N,F,P 한 명은 나와 전혀달라 보이는, 그분은 MBTI를 신뢰하지 않아 뭔지는 밝히진 않으셨지만 나와 두 성향 정도는 달라보였고, 나머지 두 분은 적어도 나와 두 성향 이상은 같아 보이셨다. 한 마디로 3대 1이었다.


캠핑을
누구와 함께 가든
좋았다


지인 초대 캠핑을 하면 참 마음이 들뜬다. 늘 같이가는 사람들도 좋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갈 때면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과 웃음의 빛깔이 다르다. 그래서 종종한다. 그러다보니 주로 가족들과 함께 캠핑을 하지만 가끔 동료들, 친구들에게 캠핑을 가자고 조른다. 조르면 어지간히 야외 생활이 싫지 않은 이상 함께 다녀올 수 있다. 나 혼자만의 느낌일 수 있는데,  다녀온 후에는 더 돈독해진 느낌이 들었다. 짙은 어둠, 작은 조명이 밝혀주는 우리만의 공간에 드리워진 빛 텐트와 그 공간이 주는 아늑함과 작은 조명에 의지해 바라보며 음식을 나눠먹고, 나직한 목소리로 깊은 속 이야기를 하며, 둘러 앉아 보내는 그 경험은 특별했기에.



3대 1캠핑이
성사된 이유


이번에 함께 가자고 조른 사람은 직장에서 알게된 분들로 모두 세명, 나까지 4인 캠핑이었다. 친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한번도 이 조합으로 사적모임을 가지거나 직장 프로젝트도 함께 해본 적은 없었다.

나는 돌아오는 주말에 뭐하냐고 묻는 질문이 많다. 캠핑을 간다고 했다. 내게 사람들이 물었다.

“이번 주에 누구랑 캠핑 가?”

“ABC랑요.”

“응? 이 조합은 어떻게 생겨난 거야?”

별 거 없었다.


A

어느 날 우리 중 한 분이 책을 내셨다. A님이 오랜 기간 열심히 만들고 써낸 책이었기에 축하자리로 책 출간 기념회가 있었다. 나도 초대받아서 함께 북토크를 했다. 북적거리는 기념 행사에서 의자를 정리하고 마지막 마무리를 하고 보니 직장 동료 중에 남은 사람은 우리 넷이었다. 책을 출간한 A님의 대학친구도 있었다. 우린 늦은 저녁에 초대받았다. 늦은 시간이라 식당이 문을 닫아 선택한 맥줏집, 좁은 식탁에 붙어 앉았다. 우리 모두 맥주를 마시는 것을 좋아했기에 괜찮은 선택이었다.

맥주가 들어가면서 웃음의 농도는 점차 짙어져가고 있었다. 까르륵까르륵 우리를 웃기는 사람도 있었다. 그 웃음을 만들어낸 사람은 바로 오늘의 주인공 B님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삶의 여유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즐길 줄 아는 분, MBTI로는 나와 성향이 다른 분.

나는 운전을 해야해서 맥주를 마시지 못하고 밥만 먹으며 대화를 했다. 간간히 내게 오는 질문에 답변하면서. 내가 기억하는 그날의 식사 분위기는 식탁 위에 옅게 깔린 진지함과 가끔씩 깔깔깔 터지는 폭소로 맛깔나게 향기롭고 시원했다. 그날 맥주를 마시지 못해서인가 다시 한번 그분들과 맥주를 마시고 싶었다.


그 기회는 멀지 않았다. A님과 또 한번 식사를 하던 중 함께 캠핑을 가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말했다. 물론 둘이 가는 건 부담이 될 수 있으니 2명 더. 그 때 맥줏집 멤버들을 말했다. A님 얼굴에 반가운 기운이 돌았다. “좋아요.”

약속은 금방 잡혔고, 2개월 뒤 캠핑장을 잡았다. 나의 4인 캠핑은 너무나도 즐거운 계획이었다.


조용한 단톡방


캠핑을 떠나기로 하고 단톡방을 만들었지만 톡방은 약속일을 한번 상기시켜 준 이후로 조용했다. 그리고 캠핑 가기 2주전쯤, 준비물과 캠핑장이 잡혀 있는지 물어보고 답변이 오고갔다. 준비물을 과하게 이야기했다가 먹을거리가 풍성해지고 잠자리 보온을 위해 장판도 왔다갔다했다가, 누군가가 음식장만을 역할을 나눠서 알맞게 하자고, 지금은 보온을 위해 침낭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이야길 하며 정리가 되었다. 그러누후 더이상 단체톡방의 기능은 없고 캠핑 당일날, 만남 장소에서 모였다.

나는 캠핑장비를 싣고오고, 나머지 분들은 음식과 각자 개인용품들을 챙겨왔다. 차가 짐과 사람으로 가득하여 더 넣을 수도 없이 만원이 되었다.



캠핑장에서
나는 3대1을 느끼다

B

B님은 분주히 뭔가를 했고, A,C, 나는 식탁에 앉아 이 분위기를 느끼자며 사과대추를 먹었다. 사과대추는 어쩜 그리 달던지, 그 어떤 초코음료보다도 맛있었다.

“대추가 달아요. 어서와서 드세요.” B님은 한참동안 일을 하다가, 테이블에 앉지도 못하고 뭔가를 하셨다. 대추를 함께 먹지 못하여 미안한 마음에 일어섰다.

“이제 저녁을 해야지. 요즘 금방 어두워져. 밥은 먼저 앉혀놓자.”

나는 B님 따라 그릇들을 씻고 채소를 씻으러 갔다. 개수대에서 모듬버섯세트인 만가닥 버섯, 새송이버섯, 팽이버섯을 씻고, 수저와 그릇 몇개 씻은 후 돌아가려는데,

“난 좀 씻고 올게. 먼저 가.” 하셨다.

손닦으러 가는 줄 아는 나는 같이 가자했다. 나는 세안제를 받아서 세수를 하고 가려는데 B님은 세수, 팔 다리 등을 깨끗이 씻으며 거의 잘 준비와 마찬가지로 하셨다.

“어? 다 하시네요.”

“응, 밤에 하려면 춥고 힘들잖아. 도착해서 씻어야지.”


나는 가을캠핑에선 1박은 자기 직전에 얼굴과 손,  발바다닥만 씻는데 갑자기 내린 어둠과 갑자기 온도차가 벌어지는 산속의 찬공기를 헤치고 가는 길이 만만치 않았다. 씻고보니 낮에 미리 해둔다면 안 씻고 자거싶은 귀찮음을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진은 없지만, 테이블 위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아까 씻어온 버섯을 먹기 좋게 뜯어서 널찍한 구이바다 팬위에 올린다. B님은 얇고 폭이 좁은 25cm 정도 되는 나무 도마를 하나 올렸다. 나는 스텐 식기를 드렸지만 여기에 올리자며 도마를 꺼냈다.

“따뜻한 음식은 나무 위가 좋아. 나는 이걸 돌로미티에서 우연히 봤는데 참 좋더라고. 거기서 5유로인가에 갖고왔어.”

나무 접시(도마이지만 플레이팅으로 주로 쓰이니 접시라 이름하겠다.)에 올라간 기름을 살짝 두른 버섯은 갑자기 따뜻함이 배가 되고 한층 부드러워보였다. 나는 버섯을 많이 먹었다. 버섯 본연의 맛을 느껴야하기에 소금은 치지 않겠다 하셨으나, 조금만 쳐달라고 애원하는 우리들 덕분에 약간 가미 되었다. 소금애원이 우리를 까르륵 웃게 했다.  소금이 가미된 버섯 구이도 맛있었지만, 그냥도 좋았다. 소금 유무의 맛의 차이는 잘 모르겠지만 숲속의 버섯구이는 그저 좋았다. 패딩 점퍼 하나만 걸쳐입고 찬 공기 속에서 음식을 먹는 이들의 속을 따뜻하게 채워주었다. 테이블 위에 올라온 불은 우리의 화로였고, 버섯은 느끼하지 않고 질리지 않는 오늘 하루를 살아온 우리에게 감사 음식이었다.

그 뒤로, B님은 버섯 볶았던 전골팬에 버섯과 육수를 넣고 명태어묵을 넣은 따뜻한 국물을 먹었다. 국물까지 싹 비운 후에는 아까 만든 밥을 볶았다. 치즈와 방울토마토, 소스는 어묵탕 국물. 한숟가락 푹 퍼서 떠먹는데 어떤 맛이었을까.

“와 이거 왜 이렇게 맛있냐!”

누군가가 내뱉은 한 마디. 온기도 맛이었다.

나는 그 밤 이렇게 말했다.

“저도 고기 굽는 캠핑 아니라 버섯 굽는 캠핑 해야겠네요. 정말 맛있어요.”


C

나는 C님 곁에서 좋은 일이 있었다. 같이 퇴근하는 길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 나를 초대하셔서 같이 식사를 하다가 좋은 일이 생겼던 기억이 있어서 C님을 긍정적인 인연으로 좋아하게 된것 같다.

이번 캠핑에서 식사를 하면서 소금 애교와 애원을 하며 유머 소재를 던져주었던 분으로, 뭔가에 대한 애원이 그렇게 유머로 남들을 웃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캠핑 의자에 기대어 앉아서 깊어가는 밤을 느끼고 와인을 한두잔씩 마시자 어떤 기운이 마음에도 파고들었다. 어느 순간 내 이야기로 소재가 옮겨갔다. C님이 나를 본 첫해에 내게 관심이 있어서 궁금해하고 친해지고 싶었다 한다. 그 당시 나는 직장에서 가장 슬픈 터널을 지나고 있는 시기라 누군가를 받아들일 수 없고, 오히려 밀어내는 시기였다. 늘 토할 것 같은 속, 다가오는 뭔가를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때, 계속 게워내며 비틀거리며 겨우 버티던 그때, C님을 만났던 것이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 시기의 나를 보여드려서. 하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도 그때가 떠오르면 속이 거북하다. 그런 이유로 잠시 눈빛만 흐려졌다가 대답한다.

“힘들었어요 그땐.”

C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내 아픈 시절이 그분을 서운하게 했음을 눈뜨게했다. 그 시절 내가 못 봤던 것을 돌아본다.

삶이란 수많은 만남이구나. 가까이 갔으나 맺지 못한 인연은 훗날 이미 몸이 멀어져 우리가 잘 어울린데도 묶을 수 없기도하구나.

나는 작년까지 c님에게 일을 하다 답답한 일이 생기면 조언을 청하였다. 늘 답변을 잘해주셨다. 귀에 쏙쏙, 해결 방향도 ‘아, 거기 좋네요!’ 하면서. 동의하게 되는 답변. 영감이 탁 떠올리게 하는 답변. 그러나 선배로서만 만나뵈었다. 이제는 다른 곳으로 옮기셔서 거의 뵙지 못하고 있다. 아쉬웠다.


우리 중에 1


이렇게 나까지 ABCD는 캠핑에서 B님을 특이하게 보았다. B님은 우리는 특이하게 보았다.

“엥? 그걸 한다고?”

“잉? 지금 해야해?”

“뭐?”

우린 서로 이렇게 반문했다.


ACD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다.

“좋다.”

“좀 쉬었다 해.”

“나중에” 라고 하면 “그래요”

화기애애했다.


B님은 “지금 해놔야지. 얼른 갔다 와”


ACD는 B의 말을 들었다.

“야~~ 우리가 3인데 1 말을 듣고 움직여야 되네. 하하하. 이거 뭐냐.”

웃음이 났다. 하지만 깨끗이 정리한 덕에 다음날 아침이 편했다.


우린 서로 성향이 다른 불편한 부분을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역시나 맞추려는 모습이 보였다. 와인과 채소를 좋아하고 나무와 숲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이 캠핑의 시간을 같이 맞이하게 해주었다.


솔직히 좀 재미있었다. ABC각각의 매력으로. 나와 닮은 성향도, 다른 성향도. 모두 캠핑 친구로서 잘 어울린다. 깊은 이야기를 툭 던지고 소금 애교로 웃기고 그것에 크게 반응하며 웃게 되는 것이 좋은 C, 계획을 머릿속에 그려나가며 부지런히 주변을 정리하는 깔끔한 B, 사람들과 곧 헤어질 것이 아쉽고 서운하여 눈물짓는 감수성과 팡팡 터지는 아이디어와 유머 구사로 무릎치게 만드는 A와 캠핑을 해서 즐거웠다.

특히나 B가 ACD에게 웃으며 내려놓으며 흐신 말 ‘허허 안 맞아,’라고 하는 그 말이 기억에 남고 좋았다! 애정이 담겼는데 현실은 인정하는 말 느낌.


“그래요! 맞춰가 보아요! 생각만 해도 흥미로운데요! 우리가 좋아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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