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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이브 Oct 01. 2023

추석연휴 카페에서 글쓰기

조앤 롤링은 카페에서 어떻게 장편을 썼을까.

연휴에 치유 휴식 후 글을 쓰고 싶은 마음


추석 연휴, 카공족은 가족들을 만나거나 집에서 연휴를 보내고 있나보다. 평소엔 한가한 이곳 카페엔, 연휴를 맞아 둘이서 혹은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한가득이다. 다행히 카공족들이나 홀로 업무를 보려고 노트북을 들고 온 사람들이 앉는 다인테이블은 한적하다. 가끔 전기코드를 꼽고 친구나 연인과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이 있는 것빼고는 노트북을  벗삼아 앉아 있는 사람은 나와 맞은편의 한 남자뿐이다.




연휴 막바지에 호수공원에 나와 눈부신 햇살이 바람에 흔들거리는 갈대위로 쏟아지는 광경을 보면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혼자 걷는 마음을 비릿하게 만들었다. 즉시 전화를 걸어 이 동네에서 가장 가까이 사는 친구에게 같이 바람을 맞자고 전화했지만, 연휴 내내 노동을 했더니 이제는 쉬어야 할 때라고 했다. 나는 난생 처음 연휴 전날 아팠기 때문에 연휴 내내 자고 먹고, 다시 치유책으로 잠을 자면서 72시간의 집에서 격리 휴가를 가졌다. 그덕에 오늘은 쌩쌩한 모습으로 걸어다닐 수 있었다.


“그래, 푹 쉬어. 우리 어차피 내일 만나기로 했잖아. 아참, 겨우 하루 쉬어 가지고 회복할 수 있겠어? 이틀은 쉬어야 하는 거 아닐까?”

“괜찮아. 하루면.”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 백팩을 메고 나왔다. 호수공원을 걷다가 친구가 생각났고, 친구가 안 된다기에 약간 마음이 새어 버렸다. 호수공원의 바람은 아쉽지만, 다시 집으로 들어가기가 뭣한 마음이 들었다. 백팩에 있는 노트북을 생각해서라도 뭐라도 해야한다는 마음으로 카페에 들어가서 앉기로 했다.


아, 오늘이 추석 연휴여서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 나처럼 혼자 온 사람은 저기 보이는 저 남자뿐이었다. 그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는 조앤 롤링일까? 설마 연휴에 노트북을 들고 밀린 업무를 처리하러 나온 사람은 아니겠지.


나는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쓴다. 노트북이라고 하면 직장에서 하나씩 나눠준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그건 업무용으로만 쓰는 것이 제일 마음 편했다. 내 노트북은 2020년에 사서 그 뒤로 휴대폰에게 자리를 뺏기고, 탭에 자리를 뺏겨서 이번에 새주인을 만나게 해주겠다며 당근마켓에 매물로 내놓았다. 그러나 구매자가 없다. 나와 비슷한 노트북의 동향을 살피려고 검색어를 넣어보니, 주르륵 쏟아진다. 공급은 많으나, 수요가 적다. 그래, 내것도 팔리긴 어렵겠구나. 노트북에게 미안하다며, 다시 내가 너를 잘 쓰겠다며 데리고 나왔다. 카페에 가기로 했다. 이 연휴에 쉽게 카페로 향했지만, 최근 뉴스에서 접한 카공족 이야기에 잠시 내 존재가 카페에서 어떤지를 떠올려본다. 한 두세시간만 있으면 별 무리는 없겠지, 생각했다. 그래. 아무리 앉아 있어도 세시간을 버티기란 내게 어려울 테니까. 최대 세시간까지만 있다가 오자 싶었다. 노트북을 향한 길들이기를 오랜만에 하는 거니까. 그동안 휴대성 때문에 휴대폰에게 많은 일을 맡겼었지만, 이제는 큼직한 화면과 자판으로 된 노트북을 통해 활동을 하리라 생각했다.


카페에 앉아보니 조앤 롤링이 떠올랐다. 그분은 엘리펀트 카페에서 해리포터를 집필했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그 카페에 최대 몇 시간을 있었던 걸까? 차는 몇 잔을 마셨을까? 카페에서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이 장소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는 몇 시간 정도일까. 노트북을 갖고 집에서 활동을 해도 되지만, 가끔은 카페나 도서관에 있어야 글을 쓸 때 끈기있게 마감을 치는데 도움이 되었고, 아이디어가 파바박 떠오르는 나의 뇌 덕분인지 노트북 갖고 활동하기 전에 먼저 카페에서 어떻게 얼마나 활동해야 하는지 이 생각부터 하게 된다.



카페는 예술가들을 사랑하여 그들을 위한 자리에 인색하지 않는다면 좋겠다. 다행히 나의 동네에는 예술을 사랑하는 카페가 있다. 대형카페이기도 한데, 짓기 전부터 소문이 있었다. 작은음악회도 가능한 곳이라고 했다. 그 뒤로 이것을 확인한 바는 없다. 그러나 이 카페는 예술가를 후원하는, 아니 적어도 쫓아내지는 않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이 내가 사는 곳에 있다는 것이 자랑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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