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이브 Oct 12. 2023

접이식 자전거로 섬진강을 이렇게 갈 수 있다니

경로짜기- 이런 코스 없어요

내 체급 체력에 맞게 섬진강을 달려보자!


브롬톤을 타고 섬진강 자전거길을 가보았다.


제주도 자전거길 실패 이후, 두 번째 장거리로 섬진강을 택한 것은 자전거 길이 잘 되어 있고, 아름답기가 최고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조사하다가 가보고 싶은 길을 발견하는 것도 좋지만 믿을 만한 지인 추천이니까 일단 우선 순위에 놓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추천 이후에 섬진강 자전거길을 알아보고, 초보들이 다닐 수 있는지-공도, 경사도 유무, 길 상태라던가, 매점이나, 경치 등. 다녀온 사람의 기록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기록하신 분들이 초보자에게 강추하는 것에 끌렸다. 구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록 초보자도 가능한 경치 좋은 섬진강을 가고 싶어져 두번째 자전거길로 택했다.


섬진강 길의 벚꽃 기억 소환

섬진강, 10년전 지인들과 우연히 조명이 켜진, 절정기를 살짝 지난 하동십리 벚꽃길을 지나갔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와 여기 뭐야??! 꿈길이니?”


그 밤, 그 길만 몇 번을 왔다갔다 했는지 모른다. 하동의 숙소에서 터미널 가다가 발견한 그 길, 쌍계사와 흥용가든의 참게탕, 최참판댁, 모두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꽃피는 시절의 아름다운 인상으로 기억되는 하동, 구례의 섬진강. 나중에 알고보니 유명한 벚꽃길이었다지.


작년 자주 만나는 조카들과 꽃보러 가자고 지난 해 하동십리 벚꽃길을 다시 찾아갔다. 일주일 정도 늦게 가는 바람에 꽃잎 다 꽃비로 내리고 자줏빛 암술수술대만 남았다. 애초에 예측된 벚꽃 개화기간보다 조금 일찍 폈다. 그래도 설마 설마 하는 마음으로 하동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내려갔는대, 입구에서 늦은 느낌이 역력했다.

물론 한달 전 예약했을 때만 해도 최절정기 즈음으로 예측되는 시기였다. 그러나 당일에 가보니 이미 늦었더라. 가족들에게 ‘네 덕분에 좋은 구경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고생했다는 말은 들었다. 오기가 생겼는지 벚꽃을 보겠다고 다음 날 계획을 발표했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개화시기가 늦어지니 북상 드라이빙을 하자고.


그랬더니 섬진강가를 따라서 연분홍의 벚꽃이 듬성듬성 있!었!다!

‘아직 피어 있구나!’


반대쪽 강가에 피어 있으면 그 길을 따라 가다가 다리를 건너가며 벚꽃 터널을 달렸다. 그러다 곡성쯤 올라오니 뚝방길에 벚꽃이 보였다. 그곳에 뚝방마켓이 보여서 차를 멈추고 곡성에서 남아있는 벚꽃으로나마 감탄사 놀이를 했다.

“와, 남아 있어줘서 고마워!”

“예쁘다!”


곡성 뚝방마켓
곡성의 뚝방길을 걸었다.

그렇게 지인 추천과 동시에 소환된 섬진강 기억이 두번째 자전거길을 섬진강 자전거길로 인도했다.



2023 가을, 섬진강 자전거길

일부러는 아닌데, 남들이 안 가는 나만의 경로짜서 달려보기

내가 선택한 코스는 섬진강댐 인증센터에서 남도대교인증센터까지였다. 이게 왜 남들이 안 가는 경로일까 생각할 수 있다. 지금부터 내 코스를 보시면 이해가 되실까.

자전거를 타고 섬진강을 달리고 싶은데, 체력 나보다 별로인 가족은 데려가야겠고, 차를 끌고도 가야겠고, 첫째날에만 숙소에 갈 수 있는 등등의 상황 때문이라고 늘어놓아 본다.




일단 우리는 자차를 갖고 갔다. 섬진강까지 가는 대중교통이 잘 발달된 곳은 고속버스를 이용하겠지만 나에겐 수원터미널까지 가는 길도 조금 벅찼다. 그냥 차에 실어가자,고 생각하며 이틀을 계획했다.

하루에 왕복 70km를 달릴까 했지만 가족은 50km가 최대였다. 전날에 숙소에 머물 생각으로 하루 전날 휴일 숙소를 검색해보니 거의 없었다.

그래서 숙소 사정과 하루 거리, 등.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한 궁리 끝에 다양한 경우의 수를 머릿속으로 돌렸다. 그 결과 이런 코스를 짰다.


<섬진강, 하루에  50km만 달릴 수 있다면>

1. 집에서 곡성 기차역으로 미니벨로를 싣고 출발한다.

차에 접은 채로 두 대를 실으면 둘이 부딪히거나 자꾸 넘어졌다. 전용 바스켓을 사려다가 적당한 박스를 주워왔다.

뒤로 밀리지 않게 가방까지 넣어 짐꾸리기.


2. 곡성 KTX 기차역에 차를 주차하고(무료) 섬진강 자전거길로 진입하여 역방향으로 횡탄정 인증센터 가기


3. 사성암 인증센터가 있는 구례를 거쳐 남도대교 인증센터 화개장터까지 하루 50km 달리기.

사성암 인증센터가 있는 곳 구름이 정말 멋쟜다!

드디어 남도대교 인증센터


4. 화개장터 바로 옆 화개터미널에서 17:10 발 직행버스 타고 구례구역으로 가기. 30-40분 걸림

직행버스 짐칸에 들어갈 미니벨로들.


5. 구례 공용 터미널에서 자전거길 왔던 길 역으로 8km 달려서 구례구역 도착하기 -한번 달려봤다고 덜 헤맨 건 보람되네.

우회도로에서 헤매며 구례구역으로 가는 길.
다행히 시간을 맞췄다! 25분 남기고 도착!


6. 곡성역에 세워둔 차에 접이식 자전거 싣고  10km지점 압록유원지 근처에서 숙박.


7. 둘째날 섬진강인증센터에서 향가유원지까지 35km 나만 달리기.

둘째날 중간에 매점이 없어서 여기 인증센터에 도착 후 끼니를 챙겨먹었다.




수정된 계획 이전의 경로

-첫째날 동생이 힘들다고 다음 날 못 간다고 하는 걸 억지로 데려가려다가 마음 내려놓고 나 혼자 달리게 되었다. 하지만 원래 계획대로 했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원래 계획 1안, 2안까지 존재했음.

1안. 상황봐서 동생은 장군목 유원지까지 15km 가고 왕복으로 돌아가고(30km) 나는 향가유원지까지 (추가20km)가서 총 35-6km를 달린다. 동생이 차로 나를 데리러 오거나, 나 홀로 왕복 70km. 동생은 원하는 곳에서 물멍.


2안.  둘다 향가유원지까지 35km달리고 7km 더 가서 순창 공용터미널에서 강진 터미널로 이동하려고 했었다.


어쨌든 나는 둘째날 섬진강댐 인증센터에서 향가유원지인증센터까지 갔다. 그리고 동생은 그곳에서 기다리며 낮잠자고 물멍을 했다. 나는 향가유원지에서 나를 픽업한 동샌이 있어 편안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틀을 나만의 경로로 달려보니 알게 된 건, 초보자가 달리기엔 섬진강댐 인증센터-향가유원지까지가 자전거 전용 또는 겸용 도로를 달려서 좋았다는 점이다.

횡탄정~남도대교까지는 우회도로와 공도로 이루어진 자전거길이 많았다.

공도는 벚꽃 가로수였는지 나뭇잎도 다 떨어져있었다. 가을, 섬진강변은 벚꽃이 없어도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길이었다. 벚꽃이 있으면? 물론 자동차도, 나도 더 더 천천히 달리게 되겠지?



다음에 나는 내가 어찌갈지 모르겠지만, 완주를 목표로 이렇게 또 나만 갈 수 있는 비효율적인 경로를 또 짤 것 같다.


“이렇게 달리니, 누구랑 같이 가자고 말 못한다. 동생아 너는 갈 거지? ”

했더니 대답은 없었다.



부록


버스 기차 시간표 포함된 계획 메모


10.8 일요일

8시에 출발.

곡성역 기차역에 차를 주차하고


횡탄정 인증센터로 출발-사성암인증센터로 출발- 남도대교 임증센터에서 첫날 완료 50km


화개공용터미널에서 5:10 구례행 시외버스 탑승. 6:10도착.

시간 봐서 택시 또는 자전거 이동.



구례구역에서 18:56 무궁화호 탑승

그 다음은 19:50 무궁화호.









매거진의 이전글 평택 호 20킬로미터 피곤한 라이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