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커피 권하는 사회
모든 시작은 내가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매일 적당한 양의 커피는 항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하나 일부러 듣지 않은 것처럼 기억나지 않는다. 커피를 즐겨 마시니 많은 정보 중에 유리한 것으로 선택해서 들었던 게 분명하다.
편의점 달달한 커피
편의점에서 내 입맛에 맞는 달달한 커피를 사서 마셨다. 2009년부터 간간히 마셨던 걸로 기억한다. 2017년 출근길에 새로 편의점이 생기면서 아침에 하나씩 사서 마셨는데, 1년, 2년이 지나고 나니 안 마시면 이상할 정도로 커피 음료가 당겼다. 운전할 때는 두세 개씩 갖다놓고 마셨다.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나가려고 2+1의 달달한 커피를 편의점에서 샀다. 자전거길에 뭘 사먹을 곳이 없어 이왕이면 행사 상품으로 3개 넣었다. 가방에 넣고 달리며 마시려고 했다. 같이 먹을 사람이 없었다. ‘로우 슈거’라 쓰인 문구에 나도 모르게 안심하며 하나 둘 마시다 어느 순간 세 개를 다 먹어버렸다. 그날 내 자제력도 문제였지만 목에 심한 갈증이 생겨서 바짝바짝 마르는 듯했다. 이뇨작용으로 인해. 수분을 커피음료로 섭취하면 안 된다는 다큐가 떠올랐다.
아메리카노
2016년 전까지는 카페라떼만 마셨다. 맛있었으니까. 그러다가 우유를 마시면 장트러블이 생기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장트러블이 많으니 우유를 끊어보라는 말에, 우유를 끊고 나니 장이 편안했다.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쉬웠다.
그 뒤로는 맛이 없어도 아메리카노를 먹어보려고 했다. 카페라떼에서 시작하여 커피를 벗어나진 못했다. 아메리카노, 그 쓴 커피 처음엔 맛이 없었지만 사람들이 산미 바디감 다크로스트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들으며 나도 따라 하나둘 맛보고 커피 맛을 알아가려고 했다. 점차 원두커피, 에스프레소 등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물보다 커피를 더 마시는 나를 발견했다. 아침이면 커피를 사러 가거나 내려마셔야했다. 혹은 간단하게 스틱이라도 마셔야 기운이 났다.
직장에 복지물품으로 애스프레소 머신이 오고나서는 하루에 두잔은 꼬박 마셨다. 매일 마신 덕분에 머신 앞에 있는 직원과 친해졌다.
다양한 차를 맛보지 않고 오로지 커피
나는 중독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먹는 음료가 커피 하나인 것에 회의감이 들 때가 있었다. 그런 이유로 몇 년 전, 다양한 차를 마시려고 녹차도 사고, 카누도 사고, 옥수수차 메밀차 작두콩차도 샀다. 히비스커스, 루이보스티도 샀다. 물론 빼놓지 않고 맥심을 사고 원두를 샀다. 홈카페를 완벽하게 마련했다.
그러나 차를 준비할 때 내 일순위 선택은 원두, 시간이 없으면 카누와 맥심이었다. 지금 차를 넣은 홈카페 자리에는 언제적 것인지 모를 ‘차티백’들이 빼곡히 있다. 커피 빼고는 아직도 쌓여 있다. 거의 먹지 않았다는 뜻이다.
내게는 카페인이 불면증 효과를 주지 않으니 가끔은 커피를 마시고도 금방 잠에 들었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에 정신이 깨어나는 듯 각성효과가 좋았다. 주야로 마셨다.
그러다가 세 개의 커피 음료를 연달아 마신 날, 내가 커피 애정을 넘어서 몸 건강을 생각하지 않고 마시는 수준이 아닐까 하는 각성을 하게 되었다.
수분 부족으로 몸이 아픈 듯 바짝바짝 목이 마르는 날이었다. 그 날, 과거 나의 음료 선호도가 떠올랐다. 그동안 오로지 커피만 마시고, 다양한 차를 즐기지 못하게 된 것은 커피에 대한 애정이 지나쳐서 혹은 그것만 먹게 하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그 무엇 때문이라 여겨졌다. 당분간 커피를 끊어보기로 했다.
-커피를 안 먹기로 하니, 아침에 편의점 들를 일이 없다. 물을 마셨다. 벌컥벌컥.
-사무실에 가서 커피 말고 다른 칸을 뒤적거렸다. 양파껍질차와 메밀차가 있다. 양파껍질 티백을 우려내 마셨다. 그날 오후에 우리 부서장의 지인이 별다방 커피를 사무실 인원만큼 뽑아오셨다. 다른 선택지는 없이. 비밀은 아니지만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며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원래 먹던 맛인데, 한 모금이지만 마셨네. 결심을 어겨서 자존심이 상했다.
-다음 날 운전을 하고 친구와 놀러가기로 한날이었다. 장시간 운전에 커피는 필수였는데 물 하나만 넣었다. 친구가 왠일이냐 했다. 커피 의존도에 대한 내 이야길 듣더니 잘했다고 한다. 커피 한모금 안 마시고도 운전 잘한 내가 자랑스러웠다.
-직장에서 하는 워크샵. 워크샵 다과자리에는 커피가 있다. 늘상 자판기에 있다. 그런 것이 오면 늘 커피 두 잔 정도는 마셨는데, 이번엔 지나쳤다. 뭐라도 마시고 싶어 옆에 보니 현미녹차와 메밀차가 있었다. 대안이 있었네. 하지만 맛있고 달달한 맛에 길들여졌던 입이라 심심했다. 따뜻하게 몸을 덥혀주는 현미녹차와 메밀차가 있어서 각각 두 잔 마셔보았다. 또 두 잔을 마시네. 커피 아니어도 괜찮구나 싶었다.
-점심 먹고 차 한잔 마시러, 아니 정확히는 “커피 마시러 가자”였다. 커피 마시러 가자고 했지만 커피를 시킨 사람은 딱 한 명이었다. 나는 애플시나몬 티를 마셨다. 첫 시도였다. 맛을 보니 달았다. 시럽은 넣지 않고 싶었기에 다음 번 주문시에는 순수한 차인지 확인해두려고 한다.
3일 간 내가 차를 마셔야 하는 상황이 꽤 있었다. 때로는 커피는 고급으로 준비해주는 상황도 있었다. 유명 프랜차이즈에거 커피를 대량으로 배달해주는 케이터링 서비스가 생겨서 그런가보다. 그래도 나머지는 흔한 티였다. 그게 어딘가 싶다. 그러고보니 내 주변에도 커피를 ‘못’ 마시거나, ‘안’마시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커피를 안 먹어보니 좀 알겠다.
커피를 안 먹거나 못 먹는 사람을 위한 대안이 좀 나아졌으면 좋겠다.
전세계적으로 커피 소비가 높아지고 있다. 커피 농사는 잘 되고 있는지 걱정도 되고, 정당한 원두 구매는 되고 있는 건지 묻는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한잔이라도 덜 먹어야겠다고 생각한 적 있다. 한때 아보카도 하나를 얻기 위해 이 열매에 필요한 물공급양의 생각보다 많은 수치, 유통망의 공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로 인해 아보카도를 무분별하게 소비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나보다 앞선 사람들이 들려준 이야기와 실천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씩 줄여나가자고 생각했다.
커피를 끊으며
그동안 내가 얼마나 무분별하게 커피를 마셨었는지 인지하게 된다.
내 주변이 얼마나 커피를 권하고 있는지 인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