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이브 Nov 21. 2023

꿈 해몽을 하면 로또를 사지만 분석을 하면 마인드세팅!

무서운 꿈을 꾸었을 때 분석해보니

몸이 음식을 거부하는 상황에 처하다


밤새 작업을 해야 하는 날이었다. 마감을 치기 위해서 에너지를 얻으려고 밤에 간단하게 먹은 간식이 살짝 메슥거리는 느낌이 났었는데 결국 탈이 났다. 밤새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며 몸의 이상 신호를 발견했다. 처음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변기통을 부여잡고 쏟아내는 몸의 거부반응이 여러 차례 반복되는 것을 보며 내 몸이 온전하지 않구나 싶었다.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는데도, 꽥꽥 소리를 내며 몸은 격렬하게 신음하였다. 다음 날 아침, 직장 상사에게 지금 당장 병원에 가야할 거 같다고 오늘 병가를 쓴다고 사정을 말씀드렸다. 병원에 가서 대기표를 받고 기다리는데, 내 몸의 신호가 너무 두려웠다. 내가 먹은 음식은 나를 왜 해하려 했을까, 생각도 했다.       

    

의사 선생님의 차분한 진료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내가 먹은 음식이나 내 증상을 차분히 들으시더니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네요.” 하셨다. 음식이 자극적인 것이 별로 없고, 평소 지병 등을 앓는 것이 없었다. 연관성을 찾다가 나온 진단, 스트레스가 심하면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하셨다.     

 

스트레스가 극심했었구나, 몰랐다. 요새 맡은 업무의 마감처리로 머리가 복잡했었고, 최근 금리인상으로 담보대출 이자의 상승으로 인한 걱정 근심에서 온 것 같다. 고민과 걱정으로 한숨이 나올 때가 있었다. 결국 밤에 잠시 먹은 간식이 살짝 메슥거리는 느낌이 났었는데 결국 탈이 났던 것이다.     

 

며칠 음식을 조심하고, 따뜻한 물을 마시며 입맛이 생기면 그때 조금씩 회복식을 먹는 게 좋다고 하셨다. 나는 밤새 시달렸기에 걸어갈 기운도 없어서 힘들다고 했더니, 원기 회복을 위한 수액도 가능하다고 하셔서, 수액처방과 처방전을 챙겨서 나왔다. 수액을 맡고 내 힘으로 걸어서 집에 돌아왔다. 버스가 너무 안 오는 동네에 살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물 한잔과 약만 마시고 하루 종일 잠에 들었다. 다음 날이 토요일이었는데, 우리집 김장이었다. 저녁 때 잠시 깨어났을 때, 다행히 몸이 조금 나아진 듯했다. 김장 때 겉절이와 고기쌈은 먹지 못하겠지만, 일손을 도울 수는 있겠다 싶었다. 다시 잠들었다.     


토요일 아침 김장 날에도 늦잠을 자다 악몽을 꾸다     


김장날이라 늦잠을 자면 안 되는데, 몸이 안 좋으니 약간 잠을 설치면서도 늦잠을 잤다. 그런데 정말 내 인생 최악의 꿈 최상위권에 기록될 만한 꿈이었다. 이 글을 보는 독자들 중에는 어린 분도 있을 수 있으므로 꿈 내용은 상세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려 한다.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꿈을 꿨다. 나는 어떤 행동을 하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꿈 속의 상황을 잠시 설명해볼까 한다.     


무서웠던 꿈 속


꿈속에서 나는 내 앞에 벌어진 일에 몹시 떨렸고 두려웠다. 대체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절망, 아니 그보다 더 근원적인 것, 공포심,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나는 그 일을 당하고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떨고만 있었다. 해결하지 못하고.      


그 순간, 눈을 떴다. 꿈이었다. 다행이었지만 꿈 속의 장면이 너무 생생해서 뒤숭숭했다. 평소 친구는 내가 무서운 꿈을 꿨다며 이야기를 하면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서 꿈해몽 된 걸 읽어주고는 했다. 그러면 해몽에는 좋은 일이라고 앞으로 잘 풀릴 거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는데, 그게 잘 된다니 안심을 하며 지나갔다.      


그것이 떠올랐다. 꿈자리 때문에 힘든 이 기분을 얼른 알아봐야겠다고. 꿈보다 해몽을 알고 이 두려움을 날려야겠다고 생각해서 검색을 해보았다. 검색어를 치기도 겁이 났다. 검색 자체가 무서운 단어여서.


재물이 들어오거나, 사업이 잘 풀릴 꿈이다.     


이렇게 무서운 꿈인데, 재물이 들어오거나 사업이 잘 된다고? 안심을 했다. 그렇지만, 예전에 재물이 들어온다는 똥꿈이나 돼지꿈을 꾸었을 때 복권을 사본 적이 없으니 그 꿈이 이루어진 적은 없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이럴 경우 복권을 사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말이다.   

   

해몽을 들었는데도 꿈은 마치 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아직도 나를 장악하고 있었다. 나는 이 꿈에 덕지덕지 붙은 나의 두려운 기분을 휘발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몸도 회복이 다 되어 가던 차였다. 얼른 로또를 사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장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한 시간, 나는 식구들에게 잠깐 나갔다가 얼른 오겠다며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로또 판매점에 갔다.    

  

“로또 주세요. 3만원 자동이오.“


샀다.


그동안 간간히 로또를 받거나, 로또를 재미삼아 딱 2천원이나 5천원 정도만 샀지만 그것들 중에 5천원 딱 한번 당첨되어 보았다. 난 뽑기운이 안 되네 했다.


오늘은 이 꿈을 해소시켜야 하니, 큰 돈을 썼다. 3만원. 안심이 됐다. 해몽을 위해 로또를 샀으니 꿈이 이제 이루어져서 내게 주는 영향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꿈이 해소되었다.


집에 돌아와 김장을 하고, 나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잘 쉬었다. 그렇게 하루가 잘 지나갔다.  

   


해몽을 확인하는 요식행위이지만, 기대 없이


다음 날 일요일, 전에 마감 작업을 하다가 밀린 일을 하고 있었다. 머리 식히려고 인터넷 서핑을 하는데 우연히 로또 당첨 기사를 보았다.      


“아, 맞다. 나 로또 샀었지?”


로또 1등 당첨 숫자에 6부터 있는 것을 확인했었다. 로또 복권을 구매할 당시 내가 흘긋 봤을 때 6은 없었다. 아니었구나. 회복식으로 저녁을 먹고 앉아서 로또 복권 QR에 카메라를 갖다 대었다.      


총 6장이었다.      


첫 번째, 낙첨입니다.

“그래.뭐”


두 번째 낙첨입니다.


“그러니까 숫자 6개 중에 두 개 맞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


세 번째 낙첨입니다.

“뭐 기대한 건 아니니까.”


네 번째 당첨입니다.

어? 당첨이네. 왠일.

어 밑에 이 숫자 뭐야.

어? 어? 어?     


엄마!     


3등이었다. 150여 만원. 그 순간 잠깐 멈춤이 되었다.      


이 화면은 캡춰했다.

‘이거 뭐지?’     


나는 평소 로또 1등이 되면 조용히 지내라는 기사들을 많이 들었다. 1등 당첨금으로 잘못 선택한 결과들이 삶을 힘들게 한 이야기들도 종종 들었다. 좋은 결과들보다 나쁜 결과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1등이나 2등 아닌, 3등이 되니, 이야기를 해도 될 것 같았다.      


“엄마, 나 로또 됐어.”     


3등이라는 말을 빼니 엄마의 표정이 벙벙하다. 일단 ‘너 로또 샀었어?’ 하는 표정부터 감지되었다.     


“엄마, 3등이야.”     


그 순간 표정이 다시 그럼 그렇지, 한다. 식구들에게 3등에 당첨 됐다고 이야기했다. 식구들은 내 걱정을 했다.      


“차이브! 숫자 하나만 더 맞으면 1등 됐을 텐데, 하는 그런 생각은 하지 말고. 욕심 부리지 마. 그냥 거기까지인 거니까.”     


식구들은 내가 속상한 마음을 갖게 될까 봐 걱정하는데, 속마음을 들여다보자면 나는 1등은 생각도 안 했다. 인터넷 로또 기사에서 흘긋 봤을 때, 당첨 숫자는 ‘6’부터였다, 내 로또 복권 숫자에 ‘6’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정말 이 숫자 ‘6’ 하나만 더 맞았으면 1등 21억에 당첨되는 거였다. 이 사실도 나는 몇 시간 뒤에야 깨달았을 뿐이다. 그저 꿈 자체가 공포였던 것이 로또로 인해 해소된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감사하고 있다.   

   


내 그릇을 알게 한 꿈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꿈은 해석이 필요하다. 꿈의 언어는 일상적인 것과 다르기에 그것을 풀어보고 삶을 살아가는 방편으로 삼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것은 내 마음의 소리, 즉 내 무의식이 보내는 신호라고 한다.      


꿈 분석하는 책들에 따르면 내가 위험한 상황에 있으면 무의식은 악몽으로 그것을 표현한다고 한다. 꿈의 언어는 그렇게 되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나처럼 스트레스 받는 상황을 자신은 인지하지 못하지만 몸이 망가져가고 있거나 하면, 무의식이 그것을 꿈으로 알려준다. 그래서 사람이 꿈을 꾼 후, 내가 요즘 왜 이러지? 하면서 긴장하고 자각하게 된다. 이렇게 꿈을 기록하고 해석하다보면 자신을 이해하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


로또 1등 당첨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했을 때, 좋은 꿈을 꾸고 구입해서 당첨된 경우도 20퍼센트라고 한다. 3등인 나도 쳐 준다면, 그런 셈인데, 내 무의식이 당첨될 것을 예상했다는 뜻일까?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가? 이에 대해서는 정확한 말을 하기는 어렵다. 이 부분은 내 개인적인 성찰의 부분은 아닌 듯하다.     


단지 나는 무의식이 만들어낸 그 상황에 내가 했던 행동과 감정, 대처했던 방식을 보며 나를 파악하기로 했다.      




무서운 꿈 분석하기     


나는 꿈을 꾸고 산 로또가 3등, 150만 원에 당첨되었다. 정말 숫자 하나만 더 맞았으면 21억이었다. 이것은 내가 1등 당첨이 됐을 확률도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나는 큰 돈을 만질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아직도 21억이 있으면 무엇을 하지? 하면 21억 중에서 세금 빼고 수령한 돈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잘 몰라서 주변 사람들과 나눠써야지, 빚 청산해야지, 아파트 사야지, 그리고 기부해야지, 이런 것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꿈에서 나는 배짱이 두둑하거나, 배포가 큰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심약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생각만 했었다.


내가 1등이 되려면 꿈속에서 그런 무섭고 두려운 상황에서도 배포가 크게, 또한 인류애를 발휘하여 행동하고 대처했어야 한다. 만약 내가 꿈 속에서 받아안는다거나, 뭔가 다른 행동을 했다면 큰 그릇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작은 그릇이었을 뿐이다.     


나는 무의식 속에서 아직은 나를 키워가야 하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나를 알았다. 꿈 속에서 행한 나의 모습을 바라보고 나니, 난 아직은 3등 정도의 그릇이었다. 내 그릇은 1등을 품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겸허하게 나를 수용하게 되었다.      


로또는 무슨 로또야. (평소 로또를 꾸준히 구매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큰돈이 들어오면 나는 안절부절 못하고 그랬을 거야.”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내 그릇의 크기를 알았고, 그릇을 키워 넓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알아차렸다. 내 그릇을 키워 넘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조절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마음씀이든, 능력이든.     



우연한 경험에서 오는 긍정적인 에너지     


심각하게 아프고 나서 꿈이 지시한 대로(!) 우연한 결과를 얻는 사건을 겪으며 나는 급속도로 회복되고 있었다.


업무와 생활의 고난에 대한 걱정이 꿈해몽 사건으로 가벼워졌다.  최근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힘들어했었는데, 에너지가 생겼다. 아니 현실은 그대로인데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나는 내 삶을 자수성가할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을 얻었다.



지금은 3등 정도 그릇이지만 더 큰 그릇으로


3등이었지만 잠을 살짝 설쳤다. 1등이 되었다면, 잠도 못잤을 것이다.


3등 당첨금을 받으려고 농협은행을 찾아가는 동안 심장이 두근거렸다. 혹시라도 내가 넘어져서 다치면 어쩌지? 이런 잔 걱정을 하며 걷고 있었다. 평소와 다름 없는 거리였는데 오늘은 걷는데 신경이 너무 쓰였다.

3등일 뿐이데, 복권 종이가 있는 가방을 누가 들고 가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었다.



하물며 1등이었다면,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걱정들로 머리가 지끈지끈해졌을 것이다. 농협 본점까지 제대로 갈 수 있으려나.


숫자 하나도 큰 확률이지만 꿈의 해소가 중요했으므로 내가 1등이었다면?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1등에 대한 한도 없다. 지금 내 그릇이 이 정도에 알맞다는 것도 깨달았다.



꿈 분석을 하면서 느꼈다.


꿈 해몽을 하면 로또를 사고 끝이었겠지만, 분석을 해보니

마인드 세팅이 됐다. 지금 내 삶을 로또 1등 당첨금보다 더 값진 삶으로 만들고 싶은 열망이 커졌다. 하루하루 꾸준히 책 읽고 나를 가꾸어가는 노력으로 값진 결실을 만들어내겠다는 태도가 마음속 금고에 가득 찼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 몸은 걱정과 스트레스로 병들어 가고 있었다. 아팠지만, 무의식이 건넨 꿈과 그것을 통해 ‘우연히’ 겪은 그릇의 크기가 정해져 있는 작은 횡재 덕분에 성숙해졌다. 나의 상황과 그릇의 크기를 알려주는 기특한, 꿈 분석.


아픈 덕에 성숙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