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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반의 연애를 마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

도대체 난 뭘 할 때 행복하지? 

돌아보면 이 한 마디에서 모든 게 시작되었다. 


"우리 시간을 좀 가지자"




혹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 적이 있는가? 


'난 뭘 할 때 행복하지?'


3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제대로 고민해 본 적 없던 질문이다. 


초중고등학생 때는 수능만 끝나면 행복할 줄 알았고

군대에 가서는 전역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고 

취준생 때는 취업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이 모든 행복의 관문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왔기에 나름 '행복하다'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올해 2023년, 직장인 7년 차였던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제 결혼만 잘하면 행복하겠다' 


하지만 3년을 넘게 만났던 연인과 갑작스럽게 이별하면서 곧 마주하리라 믿었던 나의 행복은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인생은 예측불가...



'우리 시간을 좀 가지자' 한 마디로 시작된 균열은 결국 이별로 이어졌다. 내게는 교통사고 같았던 이별 후, 힘든 시간을 보내며 가장 크게 느낀 게 하나 있었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다는 것"



나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나는 힘들 때 무엇으로 힐링하는지


아니 이 정도 수준의 질문이 아니어도..


당장 주말에 혼자 뭘 해야 하지? 

일을 마치고 나면 뭘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하지? 

등등... 



오롯이 혼자가 되고 나니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삐걱거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 이별이 당연히 더 힘들 수밖에. 이렇듯 이별 후의 시간은 내 삶의 중심이 온전히 나에게 있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돌아보면 친구, 연인, 직장동료들에게는 별 것 아닌 일에도 질문을 하고, 궁금증을 가졌으면서 정작 나에 대해서는 왜 그리도 무심했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예전에 함께 일했던 선임은 나의 이런 모습을 알아봤던 것 같다. 대략 5년 전쯤, 점심시간에 함께 커피를 마시던 중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빈 종이 같은 사람이었으려나...


"00아, 너는 무채색 같아"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당시에는 ‘어디 내놔도 잘 적응하는 혹은 어울리는 사람’이라 이해했기에  사실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리 좋은 말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개성이 있고, 또 그게 드러나기 마련인데 나에게는 그런 것들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소리이기도 하니까. 


이렇게 보면 나는... 평범 그 자체이면서 나에 대해서도 궁금해하지도 않았던 사람으로 살아왔던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으니 나만의 색이나 개성들이 드러나지 않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다행인 건. 이별 후, 내가 나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힘들었던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나에 대해 알아야만 했다.(꼭 이렇게 일이 생겨야 뭘 하는 스타일...ㅎㅎ) 


그중에서도 가장 절실했던 질문이 하나 있었다. 


30년 넘게 살았어도 모르겠는데요...ㅎㅎ


"나는 뭘 할 때 행복한 사람이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았기에 그 틈을 행복으로 채워야만 했다. 그래야 버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요즘은 '나'라는 사람에 대해 가장 많이 궁금해하고, 알아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렇다 해도 아직까지는 내가 뭘 할 때 정말 행복한지 잘 모르겠다. 다만, 이전과는 다르게 내가 행복한 순간,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실제로 해보니 내 성격, 취향, 취미 등을 찾아가는 과정이 꽤나 재밌다는 걸 느끼고 있는 요즘이기도 하고. 



그래서 이 과정들을  글, 영상 등으로 기록해보려 한다. 내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언제였는지 또는 나와 잘 안 맞는 것들은 무엇인지 잘 기록해 두고 두고두고 써먹기 위해. 그래서 내가 느끼는 행복의 순간들을 오래도록 써먹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오롯이 나를 위한 활동이니만큼 이번에는 꾸준히 꼭...!) 



다만, 뭔가 거창한 것들로 내 행복을 채울 생각은 없다. 아래 영상을 보며 '행복은 크기보다는 빈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에 달려있다 


그리고 실제로 내 경험을 돌이켜봐도 큰 행복은 강렬하긴 하지만 그 행복감이 그리 오래가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기에(대표적인 예로 너무나 간절했던 취업 성공의 즐거움은 출근 후 2주가 채 되지 않아 아주 깔끔하게 사라졌었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좋아하는 색상(초록)의 물건 사기', '금요일 저녁 맥주 한 잔 마시고 잠들기' 등 아주 사소하지만 내가 행복을 느끼는 포인트들을 찾아 실행해 보는 중이다. 사실 정말 별 것 아닌데 생각보다 만족도가 높다.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한 번쯤 별 것 아닌 행복 포인트를 찾고 실행하는 걸 추천한다. 진짜 생각보다 만족도가 높다 ㅎㅎ) 



이런 경험들을 하나하나 실행하고, 기록하며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순간들을 더 많이 발견하며, 은은하지만 더 자주 행복을 느끼며 사는 내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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