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시작된 글쓰기 수업
어떤 분이 내게 반색을 하며 물었어.
"작가라며?"
이런 질문을 받으면 상당히 당황스럽곤 해. 그다음 물음은 뻔하거든.
"그래서 어떤 거 써?"
"뭐 썼어?"
"유명해진 거 있어?"
작가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네! 라고 대답했다가 난처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난 유명세와는 거리가 먼 아주 소박한 작가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러다 보니 어느새부턴가 작가냐는 질문에,
"그냥 뭐..."
말을 흐리는 습관이 생겨버렸지.
이번도 마찬가지였어. 대충 대답하고 자리를 피하려는데 그분이 날 잡는 거야.
"우리 조카도 작가야. 여행을 다니면서 글을 써서 책도 많이 냈다나 봐."
"아, 네..."
그래서 자기는 어떤 글 써? 책은 냈어?
다음 쏟아질 질문을 예상하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닌 거야.
대충 대답하고 자리를 피하려는데 그분께서 이런 말을 하셨어.
"부럽다. 글 잘 쓰는 사람."
툭 내던지듯 한 말이지만 그 말엔 진심이 묻어 있었어.
그제야 나도 불편한 마음을 내려놓고 그분을 바라봤어.
희끗한 머리에 세월의 나이테처럼 깊게 파인 주름을 보니 예순은 족히 넘어 보였어.
하지만 청아한 음색과 미소는 영락없는 소녀였지.
왜 그런 거 있잖아. 초롱초롱한 눈에서 밝은 에너지가 막 뿜뿜 하는 사람.
"나도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그분의 진심 어린 고백에 나 또한 진심으로 다가가게 되더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그냥 쓰시면 돼요."
그분은 손사래를 치며 강하게 거부하며 말했어.
"글은 재능이 있어야 하는 거야. 난 그런 재능 없어. 못 써."
"재능도 필요하지만 쓰는 게 더 중요해요. 아무 거나 일단 써보세요."
내 말에 그분은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셨고, 난 그분이 떠난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어.
그분 말씀대로 글은 재능이 필요할 지도 몰라.
나한테 그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고민하며 괴로워하던 시절이 떠오르더라.
그렇게 고민만 하다가 버린 숱한 시간들이 반성되면서 말이지.
글은 무조건 써야 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무조건 쓰고 또 써야 하는 거야.
내 안의 내가 내게 소리쳤어.
"재능 운운하며 떠들 시간에 한 자라도 더 쓰란 말이야!"
만나는 사람마다 스승으로 알라.
괴테의 말처럼 난 스승을 만났는지도 몰라.
바람처럼 스쳐갔던 그 스승 덕분에 정신 차리고 책상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어.
재능도 노력도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잖아?
글 쓰는 걸 즐기자. 내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처럼.
얼떨결에 시작하게 된 글 쓰기 수업에서도 이렇게 말할 생각이야.
그래. 일단 써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