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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리 Oct 03. 2023

스트레스, 꺼져버려!

왜 그럴 때 있잖아.

마음이 잡히지 않고, 계속 답답해서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울 때.

일도 하기 싫고, 생각도 하기 싫고, 모든 게 다 귀찮고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욱 격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이런 나 자신이 너무도 한심하고 한심해서 땅으로 꺼지고 싶을 때.


난 그럴 때면 조용한 음악을 틀어놓고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하곤 해.

그래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고 요동칠 때면 파도 소리, 풀벌레 소리 등의 ASMR에 의지하기도 하고.

그래도 안 되면 '에잇~ 잠이나 자자!' 냅다 누워버려.

잠이 오냐고? 당연히 잠이 올 리 없지.

이리 뒤척 저리뒤 척하다가 결국 일어나 앉아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해.

앉아서 딱히 할 게 없어. 하고 싶은 건 더더욱 없고.

그럼  한다?

그냥 숨이나 쉬는 거지, 뭐.

멍하니 앉아서 허공에 숨을 크게 내뱉는 거야.

후우... 후우...

살기 위한 작은 몸부림이랄까.

차디찬 공기와 내 뜨거운 한숨이 교차하는 게 느껴질 정도로 숨 쉬는데만 집중해야 해.

담배 연기를 내뱉듯 창자까지 숨을 들이마시고 땅이 꺼져라 훅 숨을 내뱉는 거지.

내 안의 모든 나쁜 기운이 빠져나가길 바라며.

하나... 후우.... 두울... 후우... 세엣... 후우...

산소가 모자라서 머리가 띵해질 때까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가 바닥까지 내뱉었다가,

이렇게 숨 쉬기를 반복하다 보면 조금 살만해지더라.




가끔 오늘처럼 들숨날숨이 자길 기억해 달라고 내 숨통을 조여올 때가 있어.

정말 신기하게도 숨이 안 쉬어지는 걸 경험하게 되지.

산소호흡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야.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지.


정말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는 적군이 분명해.

멀쩡하던 내 몸을 이다지도 무기력하게 지배해 버리니 말이야.

이런 생각이 들면 자존심에 확 스크레치가 나는 게 느껴져.

그럼 난 외쳐버려.


내가 너 따위에 무너질 거 같아?

스트레스, 꺼져버렷!!!


하... 이제 숨이 좀 쉬어지는 거 같군.


생활하면서 내가 숨을 쉬고 있다는 걸 알아차릴 때가 얼마나 있을까?

아마 거의 없지 않을까 싶어.

숨은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쉬어지는 거니까.

과연?


갑자기 이런 말이 떠오르네.

'내가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하루는 누군가 간절히 바라던 하루다.'


그래. 내 숨이 언제까지 저절로 쉬어질지 모르겠지만,

지금 숨을 쉬며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사는 건 어때?

옆에서 엄마 임종을 지키면서 봤잖아.

사람의 목숨이 얼마나 어이없이 쉽게 꺼져버리는지를.


그러니까!

스트레스로 내 숨통을 스스로 조이는 바보 같은 짓은 이제 그만.

왜 스스로를 괴롭히지 못해 안달이니...


자, 가슴을 활짝 열고 숨을 크게 쉬어봐.

다 괜찮아질 거야.

안 괜찮으면 또 어때?

사는데 아무 지장 없어. 그러니까 그냥 숨 쉬며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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