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로하스 캠핑장
대부분의 캠핑장은 조용하다.
묵언수행자들만 모여 있나? 아님 다들 수화를 하고 있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곳도 더러 있다.
처음엔 적응이 안 됐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곳을 선호하게 됐다.
남 생각 안 하고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사람들 때문에.
조용히... 아무것도 안 하고... 오롯이... 나를 위해 쉬고 싶을 때 캠핑을 떠난다.
어찌 보면 내게 캠핑장은 치유의 공간이다.
그런데 간혹 그런 곳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
바로 이웃을 잘못 만났을 때다.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심지어 그 사람들의 가족 관계와 지인들 뒷담화까지 들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고문이다. 창살없는 감옥이 따로 없다.
왜 내가 여기까지 와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수다를 듣고 있어야 하지?
술이라도 들어가면 그 목소리는 더 커진다.
매너 타임도 그들에겐 소용없다.
정말 궁금하다.
모두가 쉬고 있는 공간에서 저렇게 떠들고 싶을까?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라는 걸 정말 모르는 걸까?
나도 목소리 큰데....
나도 떠들 수 있는데...
홧김에 음악이라도 확 크게 틀어버릴까! 싶다가도 참는다.
그들과 똑같아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도 풍광이 좋았던 로하스 캠핑장.
한 달을 기다려 명당자리를 잡는데 성공했다.
도착한 순간, 우와... 탄성이 절로 나왔다.
한 달을 기다린 보람이 있구나.
풍광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절로 편안해졌다.
그런데 갑자기 평화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당탕탕 시끄러운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성인 남성 4명이 한 데크에 텐트를 치고 있다.
뭐? 성인 남자 4명을 예약받았다고?
설마... 가 사람 잡았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들은 텐트를 피칭하자마자 술 타임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낮부터 시작된 술 타임은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아니, 새벽까지.
텐트에 누워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괴로웠다. 고문이 따로 없었다.
나중엔 지쳐서 피식 웃음까지 나왔다.
그들의 히스토리를 하도 듣다 보니 마치 전부터 알고 있던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는 동생들이었으면 당장 뛰어가서 따졌을 텐데...
"그만 닥치고 좀 자줄래? 왜 우리가 니들 술주정 듣고 있어야 하니?"
아침이 되자 그들은 휘리릭 텐트를 접고 아침 해장을 하겠다며 캠핑장을 떠났다.
2박을 안 해서 얼마나 고맙던지...
그들이 떠나자 캠핑장엔 평화가 찾아왔다.
평화는 정말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을 배려해 주는 마음, 그것이 평화의 시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