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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수정 Nov 17. 2022

게을러질 자유에 대해

이토록 멋진 휴식


# 게을러질 자유

코로나 확진 3일차. 확실히 2-3일차가 진짜 고비인 듯 하다. 심한 근육통은 당연하고, 기침을 너무 해서 목과 머리, 복근이 다 아프다. 기침때문에 잠도 편히 못자고, 영화도 집중안되고, 책도 눈에 안들어온다. 코로나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도 못하고, 발이 묶여있는 이때 내가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나 관찰해보면, 푹 자며 쉬는 것도 아니요, 일하는 것도 아니요, 영화를 보며 즐기지도 못하니 이래 저래 전전긍긍해만 하고 있다.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는 조급한 마음때문에 정신적으로 긴장상태가 되니, 몸의 회복도 정신의 회복도 방해하고 있다. 제대로 쉬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요즘 나는 일하기 위해 사는 건지, 살기 위해 일하는 건지 때로 헷갈린다. 또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쉬는 것도 아닌 애매한 시간도 많다.  이렇게 일과 휴식의 경계가 불분명한건 쉬어야 하는 강박만 있을 뿐 어떻게 쉬어야 하는건지 모르기 때문이다. 단순히 일을 안하는 상태가 휴식이 되거나 충전이 되는 것도 아니니 여간 답답한게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일과 휴식의 온오프를 잘 할 수 있을까?



# 매일 매일 멀티테스킹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마음의 평정을 찾고자 쪽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고 한다. 베토벤은 장대한 작곡을 하면서 오후마다 장시간 산책을 하고 선술집에 들러 신문을 읽었다니 그들이 생각하는 쉼과 여가는 일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나보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모습을 어떨까? 근면이 도덕적 선과 같은 의미가 되었고, 과로를 미덕으로 삼는다.  


우린 이메일을 쓰면서 동시에 기사를 보고, 사이사이 업무리스트 정리도 한다. 이렇게 습관적으로 한번에 다양한 일을 하면서 유능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런 멀티태스킹은 뇌를 혹사시키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멀티태스킹은 뇌의 생산성을 떨어뜨려 주의력과 집중력을 잃고, 심지어는 지능도 저하된단다. 우리의 뇌는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하게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의성을 위한 몰입을 위해선 끊임없이 사방팔방 멀티태스킹을 하지 말고, 온전히 하나의 업무에 집중했다가 진척이 되지 않으면 다음 과업으로 넘어가야 한다. 고갈시에는 의도적으로 물러나 쉼을 갖고, 나중에 다시 돌아와 그 일에 관심을 쏟으면 된다. 일과 쉼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쉼이 가장 생산적인 일임에도 나는 쉼을 그 어느 구석에도 허락하지 않았었다.



# 타임오프는 의무이다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는 나는 분주했고, 점점더 생산성은 떨어지는 걸 느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악순환의 굴레에 있었다. 모든 시간을 끌어다 양을 채우지만 밀도있게는 쓰지 못하는 거다. 즐거운 시간은 30분이 3분같은데, 하기 싫은 일은 30분이 3시간 같이 느끼는 건 물리적 시간의 양과 질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겠다. 그래서 시간의 흐름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순간순간의 시간의 밀도에 집중해야 한다. 즉 크로노스라는 ‘측정된 시간’ 보다 카이로스라는 시간의 질을 말하는 몰입상태로 들어가야 한다. 시계시간에 너무 집착하면 카이로스 시간이 지나칠 수 있다. 매순간 시계를 보며 몇 시 몇 분인지 확인하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카이로스는 타임오프 시간에 만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물리적 시간 속에 의도적 공백을 주어야 한다.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러셀은 시간을 의미있게 밀도있게 쓰려면 오히려 타임오프를 하라고 한다. 일하는 시간을 단축하라고 했다. 단축할 때 시간의 질이 올라간다.



# 나만을 위한 고귀한 여가 찾기

결국 일하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도, 일 중간중간 쉼을 배정하는 것도 내 의지에 달렸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의도적인 쉼 리추얼을 할 예정이다. 멀티태스킹을 줄이고, 시간적인 쉼을 습관이라는 울타리에 가둘 것이다!


1. 쉼 일정을 넣고 삶을 음미하기- 멀티태스킹은 금물 한번에 한가지만 또는 슬로우모션 멀티태스킹(한두가지를 치열하게). 4시간마다 매일 엉덩이를 뗀다. 수요일 오후에는 무조건 책상에서 벗어나 취미에 몰두한다. 월 1회는 오랜 지기와 두시간 느긋하게 산책을 하고 평상시에 가고 싶었던 맛집에 간다. 틈틈이 5분~10분 명상을 하거나 멍때리기를 해서 뇌를 디폴트 모드로 바꿔주고, 휴식을 취한다. 8시간 충분히 잔다.

2. 운동: 한바퀴 돌고, 조깅하고 움직일때마다 튼튼한 퇴직연금이 늘어난다고 인식한다. 이건 복리로 불어나는 적금과 같다. 매일 스쿼트 10개로 시작한다.(실천이 쉽게 아주 작게)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이것도 무지 체크리스트 같으나 일단 치열함보다는 꾸준으로, 매일 전력질주 할 수 없다는 것 명심해본다. 의도적으로 무조건 쉬자.


코로나 확진받자마자 쉬면서 읽겠다고 산 책들. 정신이 얼마나 없으면 똑같은 책 2권 주문함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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