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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ㅡ Oct 11. 2024

동그라미 사춘기

- 너와의 두 번째 이별법 -


내 동그라미 안에 작은 동그라미를 품었어

겁도 없이.

, 너라는 동그라미를

감히.


커다란 내 동그라미 안에 작은 네 동그라미를 열 달이 지나도록 고이 품고 지냈지.

내 안에서 여울지는 생경하고도 울창한 너의 세계.

하릴없이 좋았어.


그래서였을까.

네가 세상에 나왔건 오롯이 놓아주기 어려웠지.

내 눈에 비친 넌 아슬아슬하도록 아나해 보였거든.




너의 세상이 커질수록  동그라미는 거대하게 부풀어.

더 이상 내 동그라미 속 동그라미가 될 수 없지.

더 늦기 전에 보내주어야 .

내 동그라미 밖으로.

너의 세상이 내 세상을 넘어 자랄 수 있도록.


살며시 손을 놓아 밀어주니, 

나의 무게와 나의 색깔이 덜어져 

네가 가고픈 방향으로 속도를 내어.



무채를 두른 나의 색이 겹쳐있던 탓일까

나의 밖으로 빠져나가는  영롱 투명했고.

묵직했던 나의 무게가 덜어진 탓일까

 한껏 가벼워져 아롱아롱한 가능성을 머금 황홀하게 떠올라.


생기 넘치도록 알로록달로록한 미지로. 무한하게.

네가 그렇게 좋아하던 비눗방울처럼. 찬란하게.


없이 멀어져 가. 




요요하게 동그란 비눗방울은 아름답고 신비로와.

눈이 부셔도 기어코 바라보고 말지.

멀어져 가는  동그라미를  정녕코 바라보고 말아.


한없이 응원하지.

네가 닿고 싶은 곳에 무사히 가닿길.

닿는 여정에 작고 작은 고난들의 합이 부디 안착하는 기쁨을 넘어서지 않길.


크넓게 커지고 찬란하게 눈부실 네 동그라미를 작고 초라해진 내 동그라미가 멀리도 바라볼 수 있길.

감히 바라보아.


바라볼 수 있기만을 바라보지.




내 동그라미는 여전히 꿈을 꿔.

아무도 모르는 꿈을.

감각할 수 없을 만큼 낡고 낡은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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