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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ㅡ Nov 29. 2024

혼자 하는 숨바꼭질

- 방울 방울 숨바꼭질 -


도망치고 싶어.

아무도 없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

절히 도망하싶어.

오롯이 나만 보이는 순간, 나만 존재하는 순간.


얼기설기 사납게 설익은 모습은 얼핏 보아도 두렵고

위태롭게 쌓아 올린 곰삭힌 고요는 소란스레 슬퍼.




하릴없이 달려선 버스에 올라.

매번 도망하는 나만의 도피처

그곳의 투명한 창 너머, 찾을 수 없는 널 찾아.


뜨겁게 내리는 바깥,

차가운 숨결로 자욱해진 안은 뽀얘져.

그곳의 투명해진 너머, 찾을 수 없는 널 찾아.


널 따라, 빗방울을 따라 손가락을 옮기다

잡히지 않는 방울 아래를 사납게 짓이겨 보아도

결코 밖으로 가닿지 못해. 

게 닿을 수가 없어.

널 만질 수가 없어.


손가락이 지나간 자리만 애꿎게 흐릿해져

널 좇은 자리만 혼탁하게 자국이 남아.

오롯이 나의 세계에, 상처가 남지.

처량하고 선명하게. 쓸쓸하고 황홀하게.




잡힐 듯 닿을 수 없는 거리

보일 듯 아득한 다른 차원의 공간

비추듯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는 평행세계

그것들을 가늠하다 내게도 방울이 지고 말아.

기어코 방울진 널 따라 끝을 맺고 말지.

무심코 무연히. 몽글몽글 뚝뚝.


떨어지는 눈물방울에 눈이 시리고 맘이 저려 고단해.

다시 시리고, 기어코 고단해지겠지.

또다시 방울질 날들이 두려워

흐트러진 방울 , 찾을 수 없는 찾아.


빗방울이 눈물방울을

눈물방울이 빗방울을

포개고, 감싸 안아,

숨고 가리어져 찾을 수가 없어.




닿을 듯 사라질게, 사라지도록 사랑할게.

우리 숨바꼭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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