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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ㅡ Nov 23. 2023

SNS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법

- 난 성인군자가 아니었다 -


인스타그램을 공개계정으로 시작한 지 3년 , 브런치는 2년 차. 


사직 후 시작하여 거의 모든 날들을 들렀으니, 친구를 사귄 것으로 본다면 어떤 친구보다도 자주 만났을테 그때마다 최선을 다했지 싶다. 특히나 사직을 하고 집에서만 지냈던 나에게는 유일한 소통의 공간이었다.


열흘에 한 번, 인스타그램을 이용해 내가 그린 그림의 완성작이나 그리는 과정을 영상으로 남겨두고 있다. 혼자 그리는 그림이 나아질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으시작던 그림들이 지금은 나의 소중한 기록들 남았고, 그렇게 몇 년에 걸친 기록들 나만의 거대한 포트폴리오가 되었다.


그리고 사직 후 스스로 사회와 격리해 정신적으로 고립되어 지내다 병원에 나서는 일마저 두려워졌을  황폐해진 나를 이해하려고 용기 내었던 일, 그것이 브런치의 시작이었다. 이후 병원에서 상담을 하고 약을 먹듯 스스로를 돌보 위해 일주일에 한 번, 브런치를 이용하여 글을 발행하고 있다.


고작 열흘, 일주일에 한 번 내어놓는 이 활동들은 사실 나의 하루들을 힘겹게 쥐어짠 결과물들이다. 


이 플랫폼들이 없었다면 나는 이렇게나 치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나 치유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누군가가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스스로 약속을 지켜나가듯 발밤발밤 해올 수 있었던 것다.





2백 명의 구독자와 1만 명의 팔로워.

평균적인 데이터와 비교해 본다면 꾸려온 기간에 비추어 볼 때 턱없이 작은 숫자이겠지만, 그리는 일도, 쓰는 일도 여전히 익혀나가고 배워나가고 있는 중이기에 지금 나에게는 과연 작은 숫자가 아니다.


앞으로 내가 갚아나가야 할 거대한 감사함의 숫자인 것이다. 그것들나에게 숫자의 형태로 인식되지 않는 이유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숫자, 그 자체로만 보였다.


심히 그려 부푼 마음으로 게시물을 올리고 나면 부풀었던 만큼 순식간에 펑하고 터져 찢어지는 마음으로 돌아오곤 했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기도 했고 날 선 댓글이 보이는 때도 있었다. 어떤 날은 눈물을 가득 흘려가며 일주일을 꼬박 앓다가 올린 글이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는 때도 있었다.


누군가 봐주길 바라며 그렸던 것도 아니고 썼던  아니었지만, 나의 그림과 글들이 엉망이라는 사실을 친히 알려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잔뜩 마음에 들어 포스팅을 했다가 좋지 못한 피드백을 받을 때도 있었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것대로 기록으로 두고 싶어 포스팅을 했다가 예상치 않게 좋은 피드백을 받는 때도 있었다. 그저 알고리즘 탓이라는 것을 알지만, 언제나 마음은 술렁거렸고 그것은 마치 매서운 날에 휘몰아치며 날 삼키려파도처럼 느껴졌다.


그 파도 타는 마음이 꼭 지금의 나의 삶 같았다. 고립되고, 축축하고, 싸늘해지는 때가 있다. 그러다 하릴없이 온기로 가득한 때도 오더라. 일정한 간격이나 횟수를 정해두고 오지 않으므로 예측할  없지만, 평균 아래에 있다 보면 평균 위로 솟구치는 때도 는 것.


그러니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그날들을 기다리며 어두운 날들도 최선을 다해 견뎌내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라이킷이나 팔로워, 구독자로 보여주는 숫자들에 크게 휘둘리지 않을 용기가 생겼다. 물론 아주 조금이었지만.



그럼에도 현실적으로는 그것들휘감겨 쉽사리 무너지고 말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여전히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구나.'라는 나에 대한 책망에서 시작하여 '역시 늦게 시작하려니 한계가 있는 거야. 일찍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는 원망에 다다랐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의미 없는 후회들과 난데없는 곳까지 끼치는 원망들. 이런 것들은 또다시  주변에 테두리를 그려 우두망찰 마음을 가두어 놓았다. 겨우 벗어난 테두리에 다시 들어가 웅크려 앉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엔 내가 이곳에 문을 두드린 이유, 그것을 떠올렸다. 내가 자유로이 꿈꿀 수 있게 해주는 곳이자 나를 마음껏 보듬어줄 수 있는 곳.



나의 잘못을 올올이 짚어내려 두드린 곳이 아니다. 다른 이들을 제치고 최고가 되려고 찾아온 곳이 아니었다. 나를 위해 마구마구 최선을 다하고 싶은 곳이지, 최고를 욕심내려고 손잡은 곳이 아니었다.


처음 용기 내었던 이유를 다시 떠올리고 몇 번의 도리질을 하고 나면, 보이는 숫자들에 조금은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곳들과 함께하는 것에 감사할 수 있었다.





어두웠던 시기에 혼자 고립되어 있던 그때, 한 손은 인스타그램을 잡고 다른 한 손은 브런치와 잡고 셋이서 나만의 공간을 함께 했다. 소심한 겁쟁이인 나는 그들이 돌려주는 숫자와 수치들에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어쩌면 격렬하게 마음이 오르내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게시'나 '발행' 버튼을 누르기 전 언제나 정적의 시간누려야 했고, 그 공간들을 '괜찮아'라는 말로 없이 되뇌 채우기도 다. 누군가에겐 별것 아닌 일이 나에겐 그랬다.


지금도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도 마음을 다하는 일이라 그런 거라고 변명하고 싶다.



디지털 세상에서 나는 어떤 모습일까. 나 또한 작가명에 해당하는 상상의 모습들이 있다. 구체적인 눈코입의 모양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나 몇 개의 단어, 떠오르는 기 정도로 아껴둔 모습, 그렇게 해두는 곳에서 나를 보듬어주고 일으켜준 사람들을 잊지 않고 나만의 형태로 꼭 기억해두고 싶기 때문이다.


라이킷이나 알림과 같이 디지털 세상의 방식으로 전해졌던 온기와 도닥임을 잊지 않고 담아두었다가 언젠가는 그 마음들을 고스란히 현실 세상에서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전하고 싶다.



나의 아이가 디지털 세상  플랫폼이나 SNS를 이용한다면 내가 마주했던 이 세상처럼 이길 바란다. 어쩌면 직접 마주했던 세상보다 내겐 조금 더 따스했던 공간, 나의 아이도 그 공간에 어울리는 다정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나 또한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는 작은 일원으로 오늘도 이 공간들을 더 근사하게 만들어갈 수 있도록 다정한 사람이 되려 노력해 볼 것이다.


우리의 세상과 아이들의 세상을 위해서.



내 소중한 친구 '인스타그램'
내 소중한 친구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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