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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마음 Nov 12. 2024

아이의 뒤통수

아이가 잘 때마다 색색거리는 소리가 날이갈수록 심해졌다




처음에는 감기를 앓는 기간에만 그러더니 초등학교에 들어가고나서는 그 횟수가 제법 많아졌다

잠귀 예민한 나는 아이의 숨이 잠깐 멎을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다시 숨을 쉴때까지 아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곧 가슴쪽이 들썩이며 후- 하는 날숨이 쉬어지자 미련하게도 그때서야 핸드폰을 들어 아이의 증상에 대해 검색하게되었다.





아이를 데리고 간 병원에서 아데노이드 절제술을 권유받았다.  엑스레이상 또래들보다 확연히 커다란 것을 보니 그간 아이가 잘때 뒤척였던것이 수긍이 갔다. 수술 날짜를 잡고 돌아오는 길에는 벚꽃이 휘날렸다.



엄마~ 나 수술 하는거야?? 무서워!



돌아오는 차 뒷자리에서 삐질삐질 눈물 콧물을 빼던 큰아이에게 아이고~ 백밤도 더 넘게남았으니 미리 걱정하지마셔요 했던것이 엊그제였는데 어느덧 아이와 헤어지고 덩그마니 수술실 앞 의자에서 아이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있다.




시간이 속절없이 흐르는것이 요근래 피부에 와닿는다.




대학생 시절 김광석의 노래중 '매일 이별하고 살고있구나' 라는 구절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친구의 말이 이해가 되지않았다. 아무리 곱씹어도 어디서 눈물이 터져야하는건지 알수가 없었다. 나는 15년이 흐른뒤에야 매일 이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알게되었다.





휴직기간에는 모든것이 아이들 중심으로 돌아갔다.

배고플때 먹이고 놀고싶을때 놀리고 졸려할때 재웠다.

나도 그에따라 내가 배곯때 먹고 같이놀고 졸릴때 잤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건 욕구에 따른 삶을 살다보니 시간에 구속받는다는 느낌이 없었다.




아이들이 하고싶을때 하게하고 멈추고 싶을때 멈추게하니  3자의 눈에는 기준없이 엉망진창으로 사는것 같아보였겠지만 그 안에서 나는 쳇바퀴처럼 돌고도는 시계바늘대신 아이들을 눈을 들여다 보며 살았다.




복직을 하고 그간 남편혼자 책임졌던 생활경제전선에 뛰어드니 항상 기한이 있는 업무에 나를 밀어넣어야했다.



엎친제 덮진격으로 복직 전후에 경제생활에 크게 타걱받는일이 있어 벌어들이는 돈의 대부분을 고정지출로 쓰게되었다.



아이들에게 엄마 소방서 나가면 훨씬 좋을거야 했던 말이 무색하게 아이들에게 나눠야하는 나의 시간도 돈도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엊 저녁 수술전날 잠이 오지않는다는 아이를 앞세워 로비를 걸었다. 아이와 함께 앞을 내다보며 걷는데 순간 시선을 거두어 쫄레쫄레 걸어다니는 아이의 뒤통수를 보았다.




지금 아이가 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예전같으면 이제 다 돌았으니 들어가자 했을텐데 아이의 뒤통수를보며 마치 내가 아이를 통해 세상을 보는것처럼 같은자리를 뱅뱅뱅 돌았다.





아이가 수술실에 들어간지도 이제 30분째다.




마취제가 들어가기전  마지막으로 아이의 눈에는 어떤풍경이 담겼을까.





아이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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