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양말을 열심히 찾아 신었다. 평소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집 안에서 양말을 신다니... 그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얘기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내복을 입지 않는 겨울이란 생각할 수도 없지만 유독 발에만 열이 많은지 실내에서는 갑갑해서 양말을 신지 못한다. 집에 들어서면 맨 먼저 양말을 벗어던지는 건 물론이고 식당에라도 가면 몰래 양말을 벗고 있기 일쑤다. 그러나 몸의 컨디션이 안 좋거나 열이 있으면 발에 찬 게 닿는 게 싫어 양말을 찾게 된다.
양말을 신으며 엄마를 생각했다. 여름에도 양말을 신고 계시고 밤에 주무시다 기껏 거실에 있는 화장실에 가실 때도 양말을 찾아 신고 가시던 엄마. 그땐 이해할 수 없었는데 발이 찬 게 그렇게 싫으셨나 보다.
엄마는 내가 발을 내놓고 맨발로 있는 걸 몹시 싫어하셨다. 그건 오로지 내 발이 못 생겨 보기 흉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내가 맨발로 있으면 어김없이 양말이나 덧버선을 슬며시 내밀며, 이거 신고 있어라. 보기 싫다. 하고 말씀하셨다.
듣기 좋은 소리도 한두 번인데 번번이 그러시는 엄마한테 짜증도 많이 냈었다. 다른 건 몰라도 그 말씀은 따르기가 너무 귀찮고 답답했으니까. 하긴 내가 봐도 내 발이 보기 싫은 건 부정할 수가 없다. 피골이 상접하다고 해야 하나. 발만 보면 기아에 허덕인다는 소말리아 사람들이 연상될 만큼 앙상하다. 살만 없는 게 아니라 발가락이 긴 데다 뼈가 툭툭 튀어나왔고 절대 무좀 같은 건 걸릴 일 없게 발가락 사이가 넓어 참 볼썽사납게 생기긴 했다.
급기야 엄마는 결혼을 며칠 앞둔 내게, 너 절대 신랑 앞에서 맨발 내놓지 마라. 창피해서 어떻게 그 발을 신랑한테 보여주냐. 하고 당부하셨다. 당신 딸이고 당신이 만들어 주신 발인데 왜 그렇게까지 감추고 싶어 하셨는지 모르겠다. 그러게 참외같이 작고 예쁜 당신 발을 물려주셨더라면 좀 좋았을까.
그러나 정작 그런 발이 불편한 건 보기가 싫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발 볼이 얇다 보니 신발 살 때 늘 애를 먹는다. 길이가 맞으면 볼이 커서 신발과 발등 사이 손가락이 쑥쑥 들어갔다. 운동화는 괜찮은데 여름 샌들이 항상 문제였다. 발이 신발 속에서 헛돌다 보니 발목을 삐끗하기 일쑤라 되도록 작은 샌들을 선택해야 했고 앞이 막힌 걸 골라야 했다. 앞이 뚫린 샌들은 앞부분으로 발가락이 미끄러져 나가 흉한 발가락이 여지없이 드러나니 뚫린 건 웬만해선 신기가 싫었다. 그러니 여름 신발이나 슬리퍼를 살 때는 마땅한 걸 찾지 못해 신발가게를 순례하며 진땀을 빼곤 한다. 신발을 선택하는 기준이 오로지 내 발의 단점을 커버해 주는 디자인에 맞추어야 한다니...
이렇게 생긴 걸 어쩌라고! 누가 내 발을 보기나 하나. 이렇게 베짱이 생긴 건 거의 최근이다. 그리고 요즘은 여름이라도 통풍이 잘 되는 여름운동화가 많이 나와 여간 다행이 아니다.
결혼 후 신랑 앞에서 맨발을 내놓지 말라 하신 엄마 말씀은 귓등으로 흘리고 당당하게 맨발로 돌아다녔다. 내 발을 본 신랑의 반응은, 발이 E.T. 발 같아.라고 했다.
E.T.발? 그게 어떻게 생긴 건데? E.T.손은 봤지만 발은 못 봤구먼. 무조건 이상하게 생겼다는 말이겠지.
며칠 동안 열심히 챙겨 신던 양말을 오늘은 거의 신고 있지 않다. 몸 컨디션이 많이 회복되고 있다는 뜻인가 보다.
E.T.발이라도 좋고 무좀을 거부하는 발이라도 좋다. 그저 맨발로 지내고 싶을 만큼 늘 몸 상태가 좋기만을 바란다.
양말을 벗고도 임무를 다하는 발이기만을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