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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헨젤 May 02. 2022

봄날의 클래식을 좋아하세요? <다정한 클래식>

클래식의 바다에 입수하기 전 준비운동


책 표지도 고급지고 예쁘다

5월의 첫 번째 책, <다정한 클래식>.


4월에 브런치에 발행한 에도 쓴 적 있듯 나는 클래식 음악 혐오자였다. 하지만 최근 클래식 음악과 극적인 화해를 한 후, 근래 들어 차츰 클래식을 찾아 듣고 있는 상태다.


약 10년 만의 냉전을 끝내고 그렇게 나와 클래식 음악 사이에는 평화가 찾아오는 줄 알았건만,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커다란 문제가 있었으니...


제목을 분명히 읽고 있는데... 읽을 수가 없어..

가장 큰 문제는 이거였다. 곡의 제목을 읽을 수 없다는 것. "Chopin: Nocturne No.15 in F minor, Op.55 No.1"... 그래서 대체 저 No.15는 무엇이고 Op.55는 뭔가.


영어 읽기에 특화되어 있는 한국인 특성상, 작곡가인 쇼팽이 제목 맨 앞에 등장하는 건 대략적으로 파악 가능하다. 하지만 그다음부터는 무엇을 얘기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거기다가 저 문제의 F minor는 또 뭐란 말인가. F minor 코드라면 내가 아는 건 파, 라 플랫, 도 음계를 누르는 F minor 코드밖에 없는데, 실용음악 이론이 왜 클래식에 갑자기 등장하고 난리란 말인가?


두 번째 문제는 '클래식'이라는 범위가 내 생각보다 너무 넓다는 거였다. 이 피아노 곡도 클래식이고, 저기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곡도 클래식이고. 그렇다면 이 수많은 클래식 중에서 내 취향과 맞는 좀 유명하고 괜찮은 곡들을 알 수는 없을까.


나의 경우는 이 두 가지 문제점이 클래식을 듣는 데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그렇게, 클래식을 즐기고는 싶은데 그게 안 돼! 가 반복되던 어느 날. 그러니까 매 번 유튜브에서 <힐링 클래식 50> 등의 영상만 찾아 듣다가 내 취향과 맞지 않는 곡들과 왕왕 마주해서 단단히 빡친 나는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린 후 바로 탐독을 시작했다.


책은 총 3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1막은 작가 '클래식 읽어주는 남자의 삶과 클래식'이다. 2막은 가볍게 알아보는 클래식 음악 이론, 3막은 작가가 추천해주는 클래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시작해보자면,

1막에서는 작가 본인의 경험과 클래식을 연관 지어 소개한다.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 등 각 곡이 어떻게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쳤는지와 함께 짧게 그 곡과 작곡가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


2막에서는 본격적인 클래식 음악의 이론이 펼쳐진다. 2막을 읽으며 가장 재밌었다. 단순히 클래식, 하면 피아노만 생각했던  지평을 넓혀 준 파트이기도 했고 소나타 등 다양한 음악 형식들을 알려준 파트였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이 파트는 내게 클래식 음악 제목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려준 고마운 파트다.


나만 제목 읽기 어려운 거 아니라니깐....

이 챕터를 다 읽은 후, Chopin etude op.10 등의 이런 난해한 제목을 당당하게 해석할 수 있었을 때의 기쁨이란. Chopin etude op 10. 은 쇼팽의 피아노 연습곡(etude) 오푸르 10번이라는 뜻이었다. 맨 처음 나 스스로 이걸 해석하고 너무 뿌듯했다.


그리고 2막에서는 유명한 클래식 스타들을 함께 소개하는데, 여기서 익숙한 이름을 찾아서 놀랐다. 바로 국대베-국가대표 베이스- 성악가 길병민 님! 4월에 유튜브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팬텀싱어에 등장했던 노래들을 들어보게 됐는데, 그중 길병민 님이 속한 그룹인 레떼아모르 내 픽 중 하나다.


유튜브 '레떼아모르' 검색. 지금 당장 롸잇 나우.

레떼아모르의 'Reality', 'When you love me'를 듣고 사랑에 빠지게 되면레뗴아모르의 리더이자 명품 베이스인 길병민 님을 알게 됐다. 팬텀싱어3에 첫 등장하는 영상에, 화려한 수식을 가지고 계신 걸 보면서 노래 들으면서 "유명한 분이시구나..." 정도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책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줄은 몰랐다. 괜히 책에서 아는 유명인을 만나니 반가웠다는 이야기.


물론 길병민 님은 나를 모르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길병민 님을 알고 있으니까 우린 그걸로 됐어(?)


3막에서는 본격적인 클래식 추천을 시작한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2막과 3막이었다고 생각하는데, 2막에서는 클래식 지식들로 기초공사를 다졌다면 3막에서는 다양한 곡들을 소개함으로써 그 지식에 날개를 달아준다.


3막에서는 관현악/피아노곡/성악곡/오페라4개 장르들로 클래식을 세분화시켜 곡을 추천다. 그동안 클래식 작곡가라곤 베토벤부터 모차르트, 바흐, 쇼팽밖에 잘 몰랐(ft. 창모 - 마에스트로). 그러나 책을 통해 브람스, 드뷔시, 스메타나 등의 다양한 작곡가를 소개받았다.


팬텀싱어 보면서 바리톤? 베이스? 테너? 했던 날들... 안녕

별 100개 드려도 모자라다 싶었던 부분은 바로바로 오페라를 소개하는 파트였다.


팬텀싱어 클립들을 보면서 종종 등장하는 '명칭'들. 테너, 베이스 등. 나의 경우 테너, 바리톤, 베이스의 차이점을 몰랐고, 그 테너라는 영역 안에서도 다양한 음역대로 나뉘는 줄 몰랐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정리해준 덕에 이에 대해 뼈대들이 잡혔다. 나는 이제 테너, 바리톤, 베이스 순으로 음색이 낮아진다는 걸 안다. 레제로 테너가 가장 높은 영역이고, 드라마틱 테너가 테너 중 가장 낮은 영역이라는 것도 안다.


"험담은 산들바람처럼" 가사

책에서 소개해 준 모든 곡들을 다 들어보진 못했지만, 추천해준 오페라 곡들은 한 곡씩 무조건 찾아들었다. 특히 가장 좋았던 건 메조소프라노 음역대를 느낄 수 있던 '하바네라'와 베이스 음역대의 '험담은 산들바람을 타고'.



가사 없는 성악 영상을 봤었던 나...

내가 찾은 '험담은 산들바람을 타고' 영상은

가사가 없었다. 그래서 그 뜻을 이해하기 전까지는 단순히 여기서는 좀 여리게 연주하는군, 여기는 포인트를 주고 싶었나 보군,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가사를 보면서 들으니 확실히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달랐다. 가사에 '조금씩 조금씩'이 나와서 여기를 여리게 연주하다가 '천둥'이라는 가사가 등장할 때쯤에는 강하게 연주하는구나, 등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 아무래도 오페라 자체가 외국곡이다 보니 약간씩 곡 제목의 번역이 다른 경우가 있었는데 이게 흥미로웠다. 내가 예시로 든 '험담은 산들바람을 타고'는 유튜브에 '소문은 미풍처럼', '험담은 미풍처럼'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되어 있었다. 이 책에서 따르는 번역과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제목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물론 원곡의 제목을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점도 깨닫고 갑니다.


진짜 국대베-국가대표 베이스-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노래

이 책을 보고 들으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클래식 음악도 재밌을 수 있다'는 점이다. 뭐든지 알고 나면 조금 더 새롭게 볼 수 있듯, 클래식 음악이 딱 그렇다.


특히 오페라가 그냥 노래만 잘 부르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노래 외에도 표정 연기, 손짓, 제스처 등으로 풍부한 음악을 그려야 하는 종목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오페라 영상을 볼 때 성악가의 노래뿐만 아니라 다른 것에도 주목해서 보니 더 재미있었다. 길병민 님이 부른 '험담은 산들바람을 타고' 영상을 보면서, 노래를 잘 부르는 건 둘째치고 익살스러운 연기가 너무 일품이라 더 집중해서 재밌게 감상할 수 있었다.


메조 소프라노, 베이스 등의 낮은 목소리가 좋더라.

그리고 이 책을 통해 클래식이라는 망망대해 속에서 나의 취향을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성악곡이나 오페라를 가장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소프라노 등의 높은 음역대보다는 낮은 음역대가 더 좋다. 관현악기 중에서는 첼로가 가장 좋고, 피아노곡은 화려하지 않은 것을 좋아한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언젠가 나만의 클래식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마냥 어렵게만 느껴지던 클래식을 좀 더 친숙하게 느끼게 도와주고, 여러 명곡들을 소개해주면서 '클래식을 듣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이 책은 정말 읽을 가치가 있다. 래식이라는 바다에 뛰어들기 전 준비 운동을 위한 책으로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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