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의 나이에 퇴사를 하고 아내와 함께 1년간의 세계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주변에서는 대단한 용기라며 멋있다고 칭찬했지만, 저 스스로는 용기가 아닌 객기라고 정의했습니다. 용기정도로는 평범한 삶이 주는 달콤함을 놓기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리스크가 컸던 덕분이었을까요. 글쓰기라는 새로운 도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고, 작가로서 한 걸음씩 나아가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는 꽤 성공적인 갭이어였다고 칭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서점을 열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모든 분들의 반응은 한결같았습니다. "요즘 서점은 어렵지 않아?"라고요. 심지어 오픈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는 와중에 가게 앞을 지나는 행인분들도 요즘은 다 인터넷으로 사지 않느냐며 걱정을 해주십니다.
게다가 서점을 차린 곳은 자녀가 포함된 가족 단위가 많이 살고 있는 동탄입니다. 자연스럽게 모든 초점이 아이들에게 맞춰져 있는 곳인데요. 서점을 오픈한다고 하니 어떤 참고서를 팔 계획인지 자연스레 물어오곤 합니다. 문제는 저희가 어른들을 위한 서점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공간 한편에는 공유작업실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서점과 작업실이 함께 있는 공간이라고 하니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아내와 글을 쓰기 좋아하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다 넣으려다 보니 조금은 생소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쯤 되면 장사 초보가 멋 모르고 낭만을 쫓아 차린 공간정도로 생각하시는데, 사실 그게 맞습니다. 서점이 어려운 건 저희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책 한 권을 팔면 남는 돈은 3~4천 원 남짓인데, 하루에 한 권을 팔기도 어려운 것이 동네 서점의 현실이니까요. 공유작업실도 자리가 많지 않아 수익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공간을 차렸습니다. 퇴사 후 두 번째 객기를 부려본 것입니다. 해보고 싶은 것을 하지 않고 삶을 그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아깝다는 것을 지난 1년 간의 세계여행에서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저 저희가 만든 공간에 공감해 주실 분들이 어딘가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계셨길 바랄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 공간을 짧게 소개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읽고, 쓰고, 일하는 [자기만의 공간]입니다.
자기만의 공간은 공유작업실 겸 서점으로, 책방지기 리아와 작업지기 재훈이 함께 운영하는 공간이에요. 평생 책만 읽으며 살고 싶은 리아와 평생 재밌는 글을 쓰고 싶은 재훈이 각자의 취향을 담뿍 담아 만들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공유작업실 겸 서점이라는 형태가 되었고요.
그저 책 한 권 읽고 싶은 날, 연필로 무엇이든 쓰고 싶은 날, 적당한 소란 속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날, 그런 날 자기만의 공간을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북카페라고 하기엔 커피를 안 팔고, 공유오피스라고 하기엔 책이 더 많은 수상한 공간. 익숙하지 않으실지라도 비빔밥 같은 묘한 매력을 즐겨주세요.
저희와 함께 읽고, 쓰고, 일하실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 :)
ps 1.
자기만의 공간이 오픈 이벤트를 엽니다. 12월 2일(월)부터 8일(일)까지 공유작업실을 무료로 이용해 보실 수 있도록 할 계획인데요. 이용 후 간단한 피드백만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동탄에 사는 지인분들에게 오픈 소식을 알려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