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반파반솔(?)입니다.
약 4~5년 전, 파이어족이라는 용어가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FIRE는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약자로, 젊은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조기 은퇴를 실현하려는 사람들을 말하는데요. 이들은 주로 젊은 시절에 아끼고 모은 돈을 투자 등을 통해 불리고, 충분한 자산이 모이면 고배당 ETF 같은 안정적인 투자 상품으로 정기 수입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파이어족의 개념이 변질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꾸준한 노력을 통해 경제적 자유를 이룬 사례들도 있었지만, 파이어족이 되는 방법을 컨설팅하거나 강의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이들이 등장했습니다. 또한 암호화폐 투자처럼 단기간에 큰 수익을 노리는 이른바 한탕주의를 노리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이처럼 변질된 파이어족 문화는 당연하게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암호화폐 시장이 불안정해지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파이어를 이루려는 사람들이 버티지 못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파이어족에 대한 열풍은 자연스럽게 식어갔습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트렌드로 '솔로프리너'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Solo(혼자)'와 'Entrepreneur(기업가)'의 합성어인 솔로프리너는 혼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1인 사업가를 의미하는데요. ChatGPT로 대표되는 AI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 시장의 확대로 사업의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지며, 대규모 인력이나 물리적 사무실 없이도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저는 반파이어족, 반솔로프리너입니다.
평생을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자유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몇 년은 먹고살 돈을 모아두고 대기업을 퇴사했습니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온 삶을 잠시 멈추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게 떠난 1년 간의 세계 여행 중에 자연스럽게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요. 재미로 시작한 글쓰기가 어느새 텍스트 크리에이터, IT 커뮤니케이터라는 직업이 되어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솔로프리너라 부르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기업가가 될 깜냥이 되나 싶기도 하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반파반솔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파이어족이 되려면 이렇게 해야 하고, 솔로프리너가 되려면 저렇게 해야 해라고요. 가끔은 그런 말에 흔들릴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이 좋습니다. 그렇게 또 세상이 규정한 정답대로 살게 되면 제 본질을 잃게 될 것 같거든요. 우선은 느리더라도 천천히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또 그에 맞는 속도로 나아가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