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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정필 Feb 15. 2023

벽이 어느날 눈을 뜨다

프라에코(Praeco) : 광고의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 1. 계기

프라에코(Praeco) : 광고의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

“벽이랑 대화하는 것 같아.”


아내의 이 한마디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내 과거엔 시간은 있되 자본이 없었고, 그래서 광고음악을 만들어 녹을 받으며 결혼을 하고 대학원을 졸업하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벽이랑 대화하는 것 같아.”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치열하게 삶을 살고 아내를 사랑해 왔다고 생각했던 나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부부상담을 받으러 갔다.  그래서 알게 된 나의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가 시작된 나의 삶은 완전히 새롭게 변해있었다.

2평 남짓된 공간에 갇혀 희뿌연 감각으로 소리와 음악만을 탐구하던 나의 시야와 청각은 외부세계로 넓어졌다.

주변 환경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다시 태어난 감각으로 인해 세상은 신세계로 느껴졌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본격적으로 광고음악을 업으로 삼은 지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도 

그저 내 눈앞에 던져지는 일 만을 홀로 외로이 처리해 왔을 뿐인지라 

업계의 사람들은 나를 잘 모르고 나 또한 업계의 사람들을 잘 모른다.


바람결에 실려오는 느낌으로 누군가의 이름이 언뜻 들려올 때면 

그저 나와 상관없는 것이리라 신경 쓰지 않았던 이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그들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할까, 그들도 나와 같은 장비를 쓸까, 작품에 담긴 그들의 생각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 바람이 어디서부터 불어오는지 궁금해졌다.


출처 : unsplash.com


오로지 해류의 흐름과 별자리만을 의지한 채 망망대해로 모험을 떠났던, 

마치 폴리네시아 군도 사람들의 강렬한 호기심과 생존본능과 같은 마음으로 항해를 나가고자 한다.




이 시리즈는 광고, 그리고 광고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 

음악이라는 키워드로 서로 연결고리를 가질 수 있는 이들을 찾아 나서고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이 세계로 이끌었는지 물어보기 위해, 

내가 그러한 것처럼 그들도 매번 치열한 고민 속에서 작품을 만들 터이기에 

그 과정을 조금이나마 아카이빙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위해, 

무엇보다도 어딘가에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믿음과 낭만을 확인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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