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구구절절하게 사연을 쓰진 않았다.
한 번에 딱 떨어져 나갔으면 드라마가 아니잖아?
그 여자애는 나중엔 정말 내 남편이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게 맞냐면서 증거를 요구하고 (아니 네가 왜???)
내 남편은 밤마다 정신과약과 술에 취해 집에 와서 왜 이혼을 안 해주냐며 개꼬장을 몇 시간씩 부렸다.
(그때는 술주정이라고 해도 자기 속내를 뱉어내는 게 이 사람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서 들어주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웃기고 치가 떨리는 게 있는데,
남편이 그 여자애에게 그랬단다. 자기 맞고 산다고.
한순간 나는 폭력아내가 되었다. 바람피웠다는 걸 알고 뺨따귀 때린 걸로.
(물론 열 번은 넘게 때렸다. 나는 그렇게 이성적이지 않아.)
그래서 내가 남편을 붙잡고 있는 게 정말 그 사람에게 좋은 건지 모르겠다면서
정신과 정말 상담받는 게 맞냐고, 약을 먹는 게 맞냐고,
그래서 제정신 아니라서 자기한테 그런 게 맞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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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탈하게 떨어뜨려야 한다는 생각에 살살 달래면서
좋게 좋게 헤어지게 만들고 싶었으나 역시는 역시나.
나는, 어떤 사람으로 비치길 바랐을까.
좀 상식적인 여자?
관심을 넘어 간섭을 하는 어린 여자애를 보며 생각했다.
‘아, 이런 건 순리대로 처리할 수가 없는 거였구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어머니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또 책 한 권을 쓸 수 있지만 (이건 나중에)
모든 일에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갑 중에 갑, 진상중에 진상, 킹오브 더 킹이다.
어디 가서 싸움으로 진적 없고, 억지 써서 원하는 걸 얻어내는 여자다.
그 방식으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지켜냈고 지금도 그 방식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그 여자애가 안 떨어지는데요.”
“전화번호 엄마 줘. 너는 통화도 하지 마. 상대할 것 없어”
갑자기 눈앞에 그림이 펼쳐졌다.
분명 온갖 협박으로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자임을 안다.
너 죽고 나죽자의 방법으로 머리끄댕이 잡으면 잡았지 놔줄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그 여자애도 그 정도는 당해도 싸다고 생각한다.
근데, 타격은 나도 입는다.
직장에 소문이 날 테고, 누구 하나 잘릴 테고, 그럼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나는 어떻게 되는가.
아씨. 더럽고 치사해도
우린 가진 게 없고, 비루한 그 사람 직장에 매달려 세 식구 주렁주렁 살고 있단 말이다.
“아니에요. 제가 처리할게요.”
“몸도 성치 않은데 왜 그런 더러운 일까지 네가 해. 엄마가 할게.
어딜 감히 너한테 그딴 소리를 지껄여?? “
“어머니까지 나서면 일 커질 거 뻔해서 그래요. 직장에서 잘리게 할 순 없잖아요”
결국 그 여자애에게 나 또한 협박을 했다.
“너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감정이 아니었다고 말했고, 내 남편만 너한테 매달리는 거라면
네가 이렇게 간섭하고 관여할 일도 아니고 궁금해할 일도 아니다.
부부일은 부부가 알아서 할 테니 서로 마주 칠일 만들지 마라.
만약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너희 부모님께도 말하고
우리 쪽 부모님도 만날 일이 생길 것이다. 그땐 나도 사력을 다해
너희 둘을 바닥끝까지 가게 만들 거라고. “
그 뒤로 그 여자애는 직장을 떠났다.
나는 누굴 지켜내려 한 걸까?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아래
쓰레기 같은 내 남편을?
아니면 내 배 속에 아기를?
것도 아니면 자존심은 지키고 싶은 나를?
모르겠다…
글을 쓰는 지금도 이문제는 마주하고 싶지 않다.
사실 쓰는 것도 힘들었다.
다시 기억을 꺼내 쓴다는 건 감정도 따라오는 일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끄집어내어 쓰려했던 이유는,
한 번쯤 어딘가엔, 아무도 모르는 대나무숲엔,
버리고 싶었던 감정이었기 때문이다.
기록하고 싶었던 내 인생의 암흑기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