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우리 엄마는 어떤 사람인가

by 고스라히



내 기억속에 우리엄마는 한없이 쳐량한 사람이다.

정신요양병원에서 십여년을 있다가 병원에서 돌아가셨다.

내 결혼식 딱 4일전에.

그래서 삼일상을 치르고 하루 쉬고 다음날 결혼식을 한….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일을 치뤄냈다.


그래도 잘한건 혼주한복으로 맞춰놨던 엄마한복을 수의로 입혀드렸다는 거다.

내가 혼주한복을 수의로 부탁드린게 못내 마음이 아프셨는지 장의사분이 엄마볼에 핑크빛 볼터치도 해주셨다.

생기있는 엄마모습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으셨나보다.

그덕에 나는 엄마를 보면 펑펑 울줄 알았는데..정말로, 정말로 엄마가 너무 예뻐서

눈물이 아닌 웃음이 나왔다. 엄마의 마지막이 서글프지 않았다.



어릴때 학교끝나고 집에가서 현관문을 열때

집이 너무 깨끗하면 무서웠다. 오늘이 그날이기 때문이였다.

‘엄마가 아빠의 마음을 돌려보려 노력한 날’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빨간 립스틱과 빨간 메뉴큐어를 바르고 술상을 차려 아빠의 퇴근을 기다리는 날.

그날은 반드시 싸움이 났다. 새벽까지.

어린 마음에 매달려 말리다가 얻어맞을때도 있었고, 울면서 사정할때도 있었지만 그들의 싸움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나중엔 귀를 틀어막고 이불속에서 억지로 잠을 청하며 다음날 학교갈 걱정을 할정도로 그 싸움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제 아이둘을 낳은 엄마가 되고 결혼생활을 해보며 엄마의 외로움을 안다.

딸아이 하나 있는 남자. 공무원이고 인물좋고 똑똑한 사람.

선자리가 들어오자 엄마는 집안에서 내쳐지듯 떠밀려 시집을 왔다.


13살 차이나는 아빠의 재처자리에 시집와보니 마음대로 안되는일이 투성이였을것이다.

게다가 큰집에서 아들을 못낳자 둘째아들인 아빠에게까지 할머니의 타박이 들어왔고

엄마는 아들낳는데 혈안이 되어있었다.

그런 엄마에게 막장 드라마처럼 어느날 갑자기 아들하나가 떡하니 생겼다.


아빠가 첫째부인과 이별후 엄마를 만나기 전 딱 그사이.

그사이에 술집작부와 눈이 맞아 하루잔게(딱 하루래더라) 혼외자식까지 만들어질줄 몰랐겠지..

엄마의 미친듯한 반대로 우리집 호적에 올리지도 못했고, 우리와 같이 살지도 못했지만 분명히 아빠핏줄이 밖에도 있다.

엄마는 모든것이 꼬였을꺼다.

왠만한 막장드라마 저리가라 스토리인데..제정신으로 버틸수 있을까.

결국 시험관까지 해서 나와 7살 터울이 나는 귀한 아들을 볼수있었지만 엄마의 인생은 행복해지지 않았다.


그땐 백화점에 주구장창 다니며 카드빚을 만들어대는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고

어짜피 대화도 되지않는 아빠를 붙잡고 대화좀 하자며 시도했다 매일 싸움으로 번지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공직생활로 안정적인 수입이 들어오는데도 본인 스스로 돈을 벌고 싶다며 자꾸 밖으로 나갈려는 엄마가 이해가 되지않았다.

엄마는 내게 이해 안되는 인간이였다.


그런데.

이제는 안다.

엄마는 사랑받으려고 몸부림 쳤던거 같다.

엄마의 한평생의 불안을 안다.

엄마의 끝나지 않았던 외로움을 안다.



그리고 어느새

내가 엄마를 닮고있음을 알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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