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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기코 Nov 26. 2022

Ep.7 반려동물과 함께 일한다는 것

Working with Pets in the office 

대한민국의 가까운 미래는 아이보다 반려동물이 더 많은 나라가 될 거란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아이 대신 반려동물을 키우는 '딩펫족(반려동물을 기르는 딩크족)'이 늘어나면서 출산을 꺼려하는 신혼부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출산율은 대만과 더불어 OECD 국가 중 꼴찌를 달리고 있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사회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통계기관의 기준에 따라) 적게는 인구의 15%, 많게는 30%의 인구가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다고 한다. 



불과 4년 전 일이다. 88 올림픽 이후 30년이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도 '개고기' 이슈가 외국 언론들에 의해 다시 거론되었고 대한민국은 '개고기 먹는 나라'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문화냐? 야만이냐?'라는 대립 관계 속에서 개고기 금지법 통과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식용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커졌다는 것이다. 이제는 개아빠, 냥엄마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은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고, 개통령이라고 불리는 강형욱 훈련사가 나오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 이상의 시청률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춰, 국내 반려동물 시장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1조 9,000억 원 시장이었던 반려동물 시장이 2020년 3조 4,000억 원 규모를 넘어 2027년에는 6조 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추세에 따라, 반려견과 반려묘에 대한 월 고정 비용 또한 각각 13만 원, 10만 원이 소비될 정도로 펫팸족(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의 씀씀이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런 빠른 트렌드 속에서 일부 명품 브랜드들 또한 '반려동물 용품 명품화'를 선언하면서, 에르메스는 반려동물 빗 하나에 15만 원, 발렌시아가는 반려동물 밥그릇 하나에 120만 원, 구찌는 반려동물 캐리어 하나에 490만 원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식상한 표현일지 몰라도 정말 개팔자가 상팔자가 된 세상이다.


490만 원 구찌 펫 캐리어. 출처: gucci.com


지금은 국내에도 많이 알려져 있는 웹사이트 구축 솔루션 회사인 WIX(윅스)를 10년 전 방문했을 때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당시 NASDAQ(나스닥)에 상장을 목표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던 WIX 본사의 모습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3가지만 뽑으라면, 본사 건물 사방에서 볼 수 있었던 지중해 뷰, 반바지 차림의 자유스러운 복장 그리고 무엇보다 반려동물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친반려동물 근무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불독부터 래브라도 리트리버까지 다양한 반려동물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며, 반려인이 일하는 동안 옆에 앉아 있는 반려동물을 보면서, "아무리 잘 나가는 스타트업이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업무 집중이 가능해?"라는 구시대적인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한편으로는 이런 기업문화가 부럽기도 했지만, 또 한 편으로는 걱정이 됐던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출처: 이스라엘 비즈니스 산책


WIX의 이런 친반려동물 기업 문화가 너무 강력해서였을까? 나 또한 반려동물과 함께 일하는 것을 꿈꿨던 적이 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상상은 현실이 됐고, 반려동물과 함께 근무 가능한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물론, 대중교통으로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데려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모든 직장 반려인들이 반려동물을 사무실로 데려오기도 현실적으로 힘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반려인들의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 홀로 집에서 남겨져 있는 자식같은 반려동물을 생각하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반려동물의 존재만으로도 밋밋하고 건조한 사무실 분위기를 활력있는 분위기로 전환시킬 수 있는 보석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출처: Yogibo몰


우리 회사의 강아지 모델이자 회사에 출근한 첫 반려동물이기도 한 하비(Harvey)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사랑한 중형견 웰시코기(WelshCorgi)다. 치명적인 매력인 엉덩이가 식빵을 닮았다고 해서 식빵견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웰시코기의 뒤태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생김새만으로 회사에서 하비가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하비의 경우, 직원들이 간식을 먹을 때면 어디선가 나타나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도 좀 주세요"라는 눈빛을 보내기도 하고, 다양한 필사기 애교로 직원들의 마음을 녹여 직원들이 손수 싸온 간식을 하비의 간식으로 만들기도 한다. 개중에는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하비에게 공과 원반을 던져주고 같이 놀아주면서, 가끔은 무료할 수 있는 회사 생활이 펀 타임(Fun Time)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일하는 것이 꼭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비의 경우 울림통이 큰 강아지이다 보니 벨 소리가 나면 짓기도 하고 쏜살같이 달려가는 모습에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기도 한다. 다행히도 전문 훈련사에게 훈련을 받은 하비는 공격성이 낮은 강아지이지만, 직원들 중에서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직원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사무실을 찾는 손님들 중에서도 강아지에 대한 두려움이나 알레르기가 있을 수 있기에 매사에 조심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하비는 배변 훈련이 비교적 잘 되어 있지만, 만약 사무실로 찾아온 강아지가 훈련이 충분히 되어 있지 않다면 이것 또한 큰 문제이기도 하다. 사무실을 임대해서 사용하는 경우, 건물주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도 있겠지만 엘리베이터나 비상구 계단과 같은 공용 공간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 또한 너무 중요하다. 이런 공간에서 갑자기 반려동물이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한다거나 큰 소리로 짓기라도 한다면 이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개월 동안 하비와 함께 일하면서 큰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발렌타인데이에 시작됐는데 직원들끼리 초콜릿을 선물하고 서로 나눠 먹는 과정에서 우연하게 초콜릿이 바닥에 떨어졌고, 결과적으로 하비가 그 초콜릿을 주워 먹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강아지의 크기의 상관없이 초콜릿은 강아지에게 매우 치명적인 음식이다. 초콜릿 내 들어있는 테오브로민과 카페인 성분이 강아지의 중추신경 자극 및 심장 흥분을 일으켜 잘못하면 강아지가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동물병원이 걸어서 5분 내 갈 수 있는 근처에 있었고 응급처리를 통해 하비가 건강을 되찾긴 했지만, 잘못하면 하비의 건강에 이상이 올 수도 있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기도 했다. 


출처: https://www.fruugo.com

분명 장단점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과중한 업무 속에서도 웃고 있는 강아지 미소만 봐도 모든 스트레스와 걱정들이 다 날아갈 거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회사 내 평소 강아지를 무서워했던 직원도 결국 하비를 예뻐하게 됐고 강아지에 대한 두려움이 해소되는 긍정적인 효과들이 일어났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반려동물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동의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반려동물에 대한 케어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말 못 하는 동물의 감정을 다 알 수 없기에, 사무실 환경이 집보다 더 불편할 수도 있고 충분한 쉼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손을 타서 건강에 무리가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발렌타인데이가 반려동물에게는 치명적인 날이 될 수도 있었던 것처럼, 함께 하는 반려동물에 대한 충분한 사전지식 또한 가지고 있어야 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또 한 명의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과 유사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의 배려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한다는 공감대 측면에서 말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이 특혜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환경과 조건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기도 하다. 한 생명과 함께 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인 책임이 따르는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반려동물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회사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다른 이유보다는 반려인이 직장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반려동물들이 외로움을 덜 느끼고 분리불안이라는 지병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에서이다. 대한민국에 반려동물의 수가 많아질수록 반려동물에 대한 진정한 사랑의 레벨도 높아지길 희망하며, 회사 직원 중 한 분이 했던 이야기인 "우리 회사의 가장 큰 복지는 하비인 거 같아요."인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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