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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텔 Oct 21. 2022

AGENT, 대행사의 기획자로 산다는 것

Jason의 독백


이 글은 제가 전회사의 인트라넷에 올린 글입니다.

2011년 즈음입니다.

뭔가 답답한 마음에 써내려간 글이지만

저도 가끔 꺼내 읽어보곤 합니다. 각성을 위해.


[본문]


에이전트(대행사의 기획자)로 산다는 것, 쉽지 않습니다.


실시간으로 이메일 체크하면서, 눈앞의 업무도 진행해야 합니다.

To do는 끊임없이 쌓이고, 데드라인의 압박은 커피를 계속 들이키게 만듭니다.

내 일 뿐 아니라 나와 관계된 업무를 항상 체크하고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어떤 의사결정과 판단에 있어서 가치를 어디에 두고 어떤 논리로 결정해야 할지, 행동해야 할지 알아야 합니다.


또 리더나 선임자는 그것을 코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에 했던 방식이 항상 먹히지도 않습니다. 항상 새롭게 고민하고 해석해야 합니다.

관습적 업무 방식 조차 변화를 줘야 할 때가 더 많습니다.

핸드폰은 아저씨처럼 벨트에 붙여놓기라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광고주의 짜증을 항상 견뎌내야 합니다. 그것 조차 광고주의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좋게 좋게 넘어갈 수도 없고, 이심전심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도 없습니다.

자신의 표현과 커뮤니케이션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광고주는 그 책임에서 벗어나는데도 말이죠.

리더는 끊임없이 팀원들의 To do를 관리하고 체크하고, 팀원들은 끊임없이 주변과 대화를 하고 무엇하나 정체되지 않도록 챙겨야 합니다.


참 힘든 직업 군 입니다...


누구나 멋진 에이전트…플랫폼 기획자, 광고 기획자, 마케팅 기획자를 머리속에 그리며 발을 들여 놓습니다.

그러나 발을 디디자 마자 그런 사람이 '없다'라는 것을 나로부터, 윗사람으로부터, 회사로부터…

결정적으로 광고주로부터 알게 됩니다. 그 원인은 자신에게 있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발전은 뒤로 미루고 과녁을 찾기 시작합니다. 회사의 시스템, 상사의 무능력, 광고주의 일방통행…

누가 들어도 수긍이 가는 이유들로 무장하여

스스로 삼류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가치를 두고

중요한 일은 알아보지도 못합니다.


중요한 일이라고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고

오래 걸린다고 중요한 일인 것도 아닌데 이를 혼동하기도 합니다.


묻고 싶습니다.

에이전트로 지내면서 어떤 철학을 품고 살아가는지요.


제가 가지고 있는 철학은 딱 한 단어입니다.


[감동]

PT로 감동을 줄 수도 있고,

기획안으로 감동을 줄 수도 있고,

메일 한 통으로 감동을 줄 수도 있습니다.

진행상의 매끄러움으로 감동을 줄 수도 있고,

아웃풋의 결과로 감동을 줄 수도 있고,

광고주보다 반 발짝 앞섬으로 감동을 줄 수도 있고,

광고주의 고민을 들어줌으로써 감동을 줄 수도 있습니다.


에이전트에게 필요한 것은 철학 뿐이 아닙니다.



[자기 역할과 책임을 뛰어 넘으려는 의지].................

전 여기서 프로페셔널리즘이 시작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은 100만큼의 일을 받으면 100을 감동적으로 풀어내고

어떤 사람은 100을 받으면 110을 챙기려 합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 일은 아니지만 함께 고민을 함으로써 전문영역을 나눠주려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자기 영향력을 높이는 일이죠.

그런 분 들이 많아지면 나중엔 '놀이'와 같이 재미지게 일 할 수있는

가치 지향적인 곳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

언제나 필요합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기획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협업을 할까? 어떻게 메일을 쓸까? 어떻게 지금 상황을 풀어 나갈까?

어떤 질문을 날려야 할까? 지금 놓치고 있는 것이 있지는 않은가? 팀이 해 낸 일을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할까 등등등…

이런 이슈를 자주 자주 옆 사람, 윗 사람과 공유하고 대화 해야 합니다. 

기획을 다루듯 아이디어를 짜내고 해결 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디어를 짜냄에 있어서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자기 머리를 믿고

아무런 정보 입력 없이 아웃풋을 위해 끙끙거리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아니 머리에 뭐가 없는데 어떻게 문제를 풉니까? 객관식도 아닌데....

그런 상태에서 아이디어를 꺼내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문제 해결에 대한 정보와 지식 그리고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고민을 하면

뇌는 그것이 문제해결과 무관한 가장 편안하고 합리화가 쉬운 답을 내놓습니다.

바로 허접한 아이디어 인 것이죠.

그리고 그때부터 '나의 노력' 이라는 이름으로 내 아이디어가 대접받기를 강요합니다.

논리적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윗사람이라는 이유로 밀고 나가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밀고 나갑니다.

그렇다고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지식과 정보를 쌓으라는 말도 아닙니다.

그러면 자기가 몰랐던 사실에 필이 꽂혀서 엉뚱한 산으로 가는지도 모르고

광고주에게 설교와 강의를 하게 됩니다.


평소에 지식과 기술을 꾸준히 갈고 닦아야 실전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PPT]..................에도 철학을 투영할 수 있습니다.

피피티 디자인은 무조건 중요합니다. 이유는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피피티에 시간을 길게 할애 해서도 안됩니다. 평소 스킬로서 갖춘 상태여야 합니다.

피피티는 단순한 툴이 아니라,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입니다.

브랜드에게 미디어와 콘텐츠가 핵심 채널이듯, 기획자에게는 메일과 피피티가 핵심 채널입니다.

그런 중요한 채널에 '비문'이 남발하고 띄어쓰기는 개나 줘버리고, 정렬은 생각조차 없습니다. 오타는 특기죠.

미적 감각을 타고나지 못했으면 잘 된 디자인을 베끼면 되고, 문장 능력이 떨어지면 관련 책을 사서 외우시면 됩니다.




[논리]………..논리는 철학자, 변호사, 수학자, 과학자에게만 필요한 것일까요?

그들보다 더 낮은 수준의 논리만 가지고 있어도 충분하다고 생각 하시나요?

창의성과 논리에서 선택을 하라면 창의성을 선택 하려 하시나요?

기획에 창의와 논리 중 무엇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 하십니까?


창의…이 단어 멋지죠?

논리…이 단어는 우리 문화가 이미 골치 아픈 단어로 세팅 시켜놨죠…


정제된 사고 체계가 훈련이 되어있어야

창의적인 해석과 접근이 가능하고

감각과 직감을 더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창의성은 이런 과정의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일은 잘하고 싶은데,

영화도 보고 싶고, 유튜브도 보고 싶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100억 짜리 기획력' 같은 쓰레기 책이 나옵니다.

도움 안됩니다.깊이 있는 공부를 하셔야 합니다. 사고력을 넓히고 상상력을 넓히셔야 합니다.


짧디 짧은 글들은 여러분의 사고력을 넓혀주지 못합니다. 좋은 책을 깊게, 조금은 많이 봐야 합니다.

책을 바탕으로 자기주도학습을 꾸준히 한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진짜 다릅니다.


타고 나셨다면 하고 싶은거 다 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여기엔 타고난 사람 없습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타고 나셨다면 여기에 있지 않습니다.


어떤 비전을 가지고 출퇴근 하십니까?

그저 직업일 뿐입니까?

그저 대충대충 해도 누가 뭐라 하는 사람 없으니 다니기 편한 직장입니까?



이제부터

자기 생각에 확신이 들면 위든 아래든 챌린지하고

토론하고 토의하고 고치려 노력하고 껍질을 벗어 던지셔야 합니다.

회사가 받아 들이지 않아서, 윗 분들이 그냥 흘려 들어 좌절만 쌓이십니까.

좌절은 모든 일의 기본입니다. 이 방법이 안되면 저방법으로 계속 작전을 짜고 도전 하셔야 합니다.


욕 먹는게 두려우십니까. 그럼 아무것도 못합니다.

저도 이 레터를 못 쓸 겁니다. 욕먹는거 예전부터 많이 먹어봐서 괜찮습니다.

건강하고 발전적인 무엇을 위해서라면 외교와 정치를 총 동원해서 발전을 도모 하셔야 합니다.

앞으로 몇 년 간 리더급 이상의 분들에게 다크써클을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

그 다크써클이 회사의 발전 지표가 될 것입니다. 궤도에 오를 때 까지의 지표.



어려울 때 곁에 있어준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이곳에서, 변화의 시작을 꽤하고 있습니다.

변화는 누구에게나 스트레스이고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입니다.

바로 이런 시기에 진짜 친구가 되도록 도전해보십시오.



에이전트로 일하는 것, 너무 매력적인 일입니다.



꼭 그렇게 일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Ja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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