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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달팽이 Sep 11. 2024

완전원고를 보냈다  

책쓰기를 마무리하며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문자를 기록하는 일이 아니다. 마음을 온전히 비워 내 마음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다. 그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떤 고난이 와도 헤쳐나갈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긴다. 글을 쓰며 깨달은 것 중 하나는, 글쓰기는 영감을 받아서 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글이 써 내려가질 때, 그 생각이 어디서 오게 된 것인지 궁금했다. 나는 가만히 내 마음에 귀를 기울였다. 본심, 글쓰기는 본심을 따라가는 것이었다. 

 

 

본심이란 본디부터 변함없이 그대로 가지고 있는 마음이라는 뜻으로 꾸밈이나 거짓이 없는 참마음을 가리킨다. 선한 마음을 따라가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고, 글 또한 그러해야 함을 알았다. 글이란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도구다. 그 도구가 깨끗하고 바르어야 한다. 나는 책을 쓰며 알게 됐다. 독자를 향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진정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곤 한다. 기본적으로 맞춤법과 띄어쓰기, 올바른 문장으로 보는 이에게 편하게 느껴질 수 있어야 한다. 세세하게 자신의 원고를 보고 또 보아야 한다. 그다음엔 내용이다.

 

 

글쓰기는 영감을 받아야 하는 작업이었다. 나는 영감을 받기 위해 늘 깨어있으려 했다. 마음으로부터 들려오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였다. 나를 깨우려면 간절함이 필요했다. 이루고자 하는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 책을 통한 욕심은 내려놓고 정신은 맑게 유지하려 했다.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최대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집중하면 하나의 글을 쉬지 않고 써 내려갔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한 줄 쓰고 생각하고 한 문단 쓰고 쉬는 것이 아니었다. 무의식을 경험한 것일까? 

 

 

한 문장을 쓰면 그에 느껴지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책 쓰기 초반과 다르게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러워졌다. 글을 다듬고 쳐내야 하는 작업은 그 후에 이루어졌다. 무조건 쓰라,는 대가들의 말에 공감이 되었다. '아티스트웨이(줄리아 캐머런)'와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나탈리 골드버그)'라는 책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자기 안에 있는 생각을 검열하다 보면 써 내려갈 수 없다. 정답은 없었다. 쓰고 또 쓰고, 또 써야 했다. 글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법은 배우면 된다. 책 쓰기 교육원을 통해 배우거나 독서를 통해 공부하면 된다. 그러니 두려움은 잠시 접어 두기를.

 

 

나는 책을 쓰며 두려움을 없앴다. 글을 쓰고 코칭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평가에 대한 두려움은 내려놓아야 했다. 말도 안 되게 유치하고 바보 같은 글도 있었다. 그렇지만 글을 쓰고 무조건 책 쓰기 단톡방에 올렸다. 부끄러움은 글쓰기 실력을 성장시키는데 방해가 될 뿐이었다. 온전히 나를 다 보여 주는 과정이었다. 어쩌면 내 부모님보다 가족보다 글쓰기를 코칭해 주신 대표님이 나를 더 잘 알지도 모르겠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떻게 자라왔는지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책 쓰기는 나를 성장시키는 과정이었다. 책을 출간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관계를 배우고 습득하는 수업이기도 했다. 믿음과 신뢰를 쌓아나가는 시간이었다. 글을 쓰고 피드백을 받고, 바로 수정하여 올리는 그 과정은 서로의 약속이면서도 나와의 약속이기도 했다. 다른 사람에게 신뢰를 얻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나 자신에게 신리를 받는 일 또한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내가 목표한 바대로 실행을 하고, 그 결과를 얻기까지 스스로의 힘과 의지가 필요했다. 

 

 

글을 쓰고 투고를 하고, 계약을 하고, 수정하여 완전한 원고를 보내면서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새겨졌다. 결과만 바라보았다면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과정을 소중히 여기고 묵묵히 지나가다 보니 어느새 목표점에 다다를 수 있었다. 공저를 한다했을 때 참여하지 못했던 이유가 있다. 남편과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써내려 갈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책을 쓰며 자연스럽게 남편과의 관계가 풀리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중에 갈등이 찾아와 싸우고 화해하고를 반복했지만, 점점 풀리는 시간과 속도가 줄어들었다. 그 과정들이 에피소드로 담겼다. 우려했던 해결방법에 대한 부분이 걱정과는 다르게 책 속에 녹여졌다. 갈등을 풀어나가는 지혜를 얻었다. 그리고 태도 또한 조금씩 성숙해지고 있다고 믿는다. 

 

 

글쓰기와 책 쓰기를 하려고 하는데 실행이 어려워 주춤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두려워하지 말고 그냥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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