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지 못하였던, 살아있어야만 했던 다시쓰는 이야기
가끔은 예전에 봤던 만화들을 다시 돌려볼때가 있다. 만화의 첫 입문을 이끌어주었던 '아즈망가 대왕', 마법소녀라는 장르를 처음 접하게 했던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 , 다양한 견문을 넓히는데 큰 역할을 해주었던 '소녀혁명 우테나',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가 그 예다.
하지만 본인에게 가장 큰 만화에 대한 인식을, 그리고 본인하면 빼놓지 못할 '마법소녀' 라는 장르를 보며 다양한 감정이 들었던 작품을 하나 소개해보고자 한다. 세일러문같이, 그리고 웨딩피치 같이 추억으로 남아있을 뜻 깊은 작품들이 많은 90년대 작에서 유별나게 눈에 띄는 작품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충격, 누군가에게는 아련함을 가져다준 그 작품, 바로 '간호천사' 였다.
이번 띵작 만화를 찾아서에서는 예전에 썼었던 첫 띵작만화, 리리카 SOS에 대해 다시 쓰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본인에게 리리카 SOS라는 작품은 만화 입문 초창기때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마법소녀라는 장르의 틀에 갇히지 않은 어딘가 일상물스럽고도 잔잔한 분위기, 치유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해냈던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더더욱이. 항상 악에 맞서 싸우고 이를 정화시키는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싸움 이외에 마주하는 악을 치료한다는 개념에서 가지고 있는 툴을 벗어나지 않았던 점이 크지 않았나 싶다. 챠챠와 같은 제작진이라는 점도 더 크게 다가왔겠지만 말이다
리리카라는 작품이 가지고있는 숨은 내적의 이야기, 그리고 조기종영에 대한 이야기를 예전부터 찾아보면서 안타깝다는 감정, 그리고 어쩔 수 없었겠다라는 공감같은 감정이 많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팬심으로 들고보면 '굳이 이럴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과 중립적으로 보면 '그럴수밖에 없었겠다.' 라는 생각이 많이 들게했던 이야기가 많다. 유독 마법소녀 작품 치고는 어딘가 엇나간 이야기가 많은 작품, 하지만 그렇기엔 그 엇나감을 잊게 해줄 많은 장점을 가진 작품이라 생각하게 된다, 그렇기에 다시 써보는 리리카에 대한 숨은 이야기를 시작하며 추억과 새로운 모습을 기약해보고자 한다.
1 . 챠챠와 스쳐지나가며 미소를
리리카 SOS, 우리나라에서는 '긴호천사 리리카 SOS' 라는 이름으로 방영된 이 작품은 본래 원작이 존재한다. 무려 AKB48의 프로듀서이자 일본 음악계에서 상당히 유명한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 가 스토리로 참가했다. 또한 작화는 '두근두근 투나잇'의 작가로도 유명한 이케노 코이가 담당하였다. 물론 아키모토는 우리에게 '쫑아는 사춘기' 로 익숙할 '아츠키쨩' 의 원작 스토리도 감수했기에 그렇게 놀랍진 않겠다만 아이돌 프로듀서로 유명한 그가 리리카의 첫 이야기를 창작해냈다는 것은 조금은 놀랍기만 하다. 싸우는 간호천사나 작은 설정은 아키모토가, 그 외의 세세한 설정은 이케노 코이가 담당했다는 듯하다. 그 인연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1기의 오프닝 작곡가는 다름아닌 '코무로 테츠야'다! 아쉽게도 한국판 오프닝보단 평이 좀 깎인다. 코무찡...
그런 원작이 좋은 인기를 얻게 되자 95년 애니화가 결정되어 '빨간망토 챠챠' 의 후속작으로 방영이 확정되게 된다. 여기서부터 리리카의 시작점은 조금씩 꼬이게 된다.
빨간망토 챠챠는 본토, 그러니까 일본에서 상당한 인기몰이를 했었다. 당장 유명 아이돌 그룹 SMAP의 카토리 싱고가 주인공 리야 (뚜뚜)의 성우를 맡았고 개그요소와 마법소녀를 잘 섞어낸 소재가 먹혀들어가며 인기를 얻게 된다. 그리고 이런 챠챠의 인지도와 인기를 엮어내고 더 끌어오르기 위해 제작된 작품이 바로 리리카가 되시겠다. 당장 위의 애니 잡지만 보더라도 챠챠는 정말 엄청난 화제를, 그리고 인기를 얻게 되었던 작품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진 않은 부분이지만, 어찌 되었던간에 일본 내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얻은 작품이었고 당연히 부담이 될 수밖에.
하지만 이런 요소들은 작품의 외적 요소를 갉아먹는 이야기가 되버렸다. 챠챠는 원작만화부터 철저히 개그작품임을 표방했었고 애니로 넘어오면서도 마법소녀물로 변모하는 와중에도 특유의 개그를 놓지 않았다, 되려 마법소녀의 이야기가 끝나면서도 남은 회차를 개그만화로 채우는데 성공하면서 전작이나 다름없을 '히메쨩의 리본' 을 이어가는 인기를 유지했다면, 리리카는 원작과는 거의 다른 노선을 선택했기에 이런 우연은 필연으로 갈수밖에.
물론 리리카 SOS의 제작진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원작에 비해 개그적인 요소가 많이 줄어들었다는게 너무나도 큰 타격이었을 뿐. 그럼에도 방송사는 이런 전략을 가져가게 되었고 챠챠에서 후보군에 있었던 '다이치 아키타로'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리리카였고 이런 전략은 실패로 돌아가게 되었다. 챠챠와 매우 다른 분위기의 작품은 인기몰이를 이어나가기가 쉽진 않았을 것이고 분위기 자체가 너무나도 달랐던 탓에 적응도 많이 떨어졌을 것이고, 주 시청자층이었던 어린 아이들이 보기에도 많이 버거웠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나름 챠챠와의 연관관계를 찾아보자면 챠챠에 관련된 모습이 살짝 나오긴 한다. 초콜릿의 모양이나 챠챠 만화책이 바로 그 예. 또한 히메쨩의 리본 캐릭터들도 나온적이 있는데 못보고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게 너무 아쉽긴 하지만서도...
2. 초대받은 스폰서의 파티
"모리야 리리카라는 인간이 처음부터 없었더라면, 아무도 슬퍼하지 않아."
사실 90년대 만화, 아니 마법소녀의 고질적인 문제는 바로 '스폰서' 였다. 마법소녀물은 그런 점이 더더욱이 부각이 안될수가 없었는데, 마법소녀라는 작품 특성상 '완구 제품의 판매량'에 따른 스폰서의 이익과 방송사에 주는 지원이 들어가느냐 마냐에 대한 결정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스폰서와의 관계때문에 당장 80년대만 하더라도 그 유명한 '밍키 모모'에서는 캐릭터를 죽이기까지 했었고, 위에서 설명할 챠챠는 안들어가도 될 마법소녀의 요소 (매지컬 프린세스!) 를 집어넣었으며, 2000년대 들어서도 코메트상 (별나라 요정 코미)은 조기종영의 여파를 피할수 없었다. 그 유명한 세일러문마저도 완구제품의 판매량 부진으로 조기종영까지 될뻔했을 정도로 스폰서와 마법소녀는 뺄래야 뺄 수없는, 애증과도 같은 관계였다. 여기서 리리카는 더한 타격을 입게 된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챠챠는 스폰서의 제안에 따라 마법소녀라는 장르로 탈바꿈하며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하지만 리리카는 당장 노선의 부정적인 요인과 여러 요소들로 인하여 완구 제품의 판매가 매우 좋지 못했다. 여기에 스폰서였던 타카라는 지원을 끊어버리게 되었고 방송사는 스폰서가 손을 땐 작품은 더 이상 방영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리리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이정표이자 유명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바로 '조기 종영' 이다. 주인공을 갑자기 11살 생일날에 죽어야 지구를 구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 물론 이 이야기는 원작에도 나오긴 하지만, 조기종영의 여파로 너무나도 뜬금없이 묘사가 된 것이 문제였다. 결국 이런 결말은 리리카의 마지막이 '죽음' 이라는 의미와 큰 착각을 불러일으킬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오해가 지속되자 결국 다이치 아키타로가 직접 해명까지 해야했을 정도.
사실 리리카의 초창기 노선은 앞서도 언급했지만 상당히 어둡고도 진지한 이야기가 많았다. 당장 주인공 리리카가 마법소녀, 아니 간호천사로서의 임무에 대해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거나 믿었던 사람의 세뇌로 인한 배신, 실연을 겪는 모습은 어린 소녀에겐 너무나도 가혹한 처지였음은 분명했다. 그런 설정이 주가 되면서 긴장감있게 전개되던 와중에 갑자기 분위기가 급변하여 밝아지는 모습은 어딘가 뜬금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한다.
거기다 리리카는 본래 50화로 예정이 되어있던 작품이었다. 다크조커의 이야기나 카논의 숨은 이야기같은 설정들이 매우 많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런 모습이 서서히 줄어들고 작품의 방향성마저 크게 흔들리게 되어 급전개를 내버리게 된다. 카논은 죽다가 살아나고 다크 조커는 빠르게 괴멸되어 에너지로서의 모습으로만 남게되어버리는 등 매우 뜬금없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미미나가 너무 갑작스레 나온 것도 바로 그런 점이다.
그래도 원작 만화는 결말 자체를 조금은 자세하게 다루었던 편이다. 리리카가 '살아 있어...?' 를 외치고 세이야와 듀이가 달려오며 부축한 다음, 시간이 흘러 리리카와 세이야의 입맞춤과 고백으로 끝나는 결말, 사실 애니판도 예정된 횟수를 채웠다면 이런 전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다.
그리고 스폰서라는 거대한 괴수의 등장, 그리고 이러한 괴수를 감내하지 못한 리리카의 아쉬운 퇴장은 지금 소소하게 나오는 마법소녀 작품들에게 다시끔 생각해볼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본인의 생각이긴하지만 예전의 다양한 마법소녀 작품을 넘어 제한된 모습만의 마법소녀 작품들이 등장한다는 점은 스폰서의 제약이 따르고, 완구제품에만 연연하는 모습으로만 남게 되었다는 것이 아쉬운 생각이다. 또다른 리리카는 다행히 나오진 않았지만 스폰서라는 괴수를 감당하지 못하여 반타작으로 남는 작품이 넘쳐난다는 점에서는 다시끔 리리카가 떠오르는 시점이자 관점으로 볼 수 밖에.
3. 마법소녀의 전성기는 리리카를 몰아넣고
리리카가 방영되던 1995년. 이 시기는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마법소녀가 유독 많이 나오던 시기였다. 슈퍼 S를 방영중이었던 세일러문, 사랑이라는 소재를 엮어낸 웨딩피치, 마법소녀와 메카물이라는 독자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던 마법기사 레이어스, 괴도물을 적절히 어레인지했던 괴도 세인트 테일, 천지무용을 베이스로 사사미를 마법소녀로 만들어냈던 프리티 사미까지... 엄청난 마법소녀 작품들이 나오던 시기에 리리카는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던 것이다.
간호사와 '치유'라는 독특한 설정을 넣은 것까진 좋았다. 그런 점이 리리카의 특수성을 크게 드러내는 모습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모에적 요소가 다른 작품들에 비해 낮았던 것이 사실이고, 이상하리만치 이야기에 대한 저평가가 매우 심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물론 다른 작품들이 진지한 이야기가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기본적으로 밝은 소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냈다는 점을 본다면 이런 진지하면서도 어두운 이야기가 얼마나 당시에 평가가 좋지 않았는지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위의 본토 내의 반응을 살펴보자면 '경쟁 상대'와 나카요시와 리본의 경쟁 구도도 영향이 많이 끼쳐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장 나카요시만 하더라도 세일러문과 세인트 테일, 레이어스까지 있었을 정도로 상당히 큰 만화 잡지사였고 리본 역시 이에 뒤지지 않는 곳이였으니 말이다. 나카요시만 하더라도 마법소녀를 전문적으로 애니화 시키고, 원작만화까지 연재가 되었던 작품이 많았고, 리본 역시 마법소녀가 많진 않았지만 우리에게도 익숙할 치바 마루코 (마루코는 아홉살), 꿈빛 파티시엘, 귀를 기울이면의 원작만화 등 다양한 만화가 많았다. 다만 세일러문과 세인트 테일이라는 두 거대한 작품과 맞붙이기에는 리리카는 하염없이 작을수밖에 없었고 결정적으로 시청자층이 그 두쪽으로 몰리다보니 밀리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주제가가 바뀌게 된 것도 분위기를 변화시키기 위해 어쩔수는 없었다고는 하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선택인 것도 감안은 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다. 그럼에도 아쉬운건 확실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름 그 안에서는 어느정도 경쟁력도 보여주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그 결말'이 엄청난 임팩트를 내며 '결말이 유명한 만화' 로 알려지게 되었다는 것이 어느정도 위안이라면 위안이겠지만, 여로모로 아쉬운게 없진 않을 듯 하다.
리리카는 자세히 살펴보면 현실적인 요소가 다른 작품들에 비해 굉장히 많았던 편이다. 리리카의 남사친이자 친구 세이야가 리리카의 이야기를 알게되고 따라다니며 도우려고 하는 것, 그리고 카논의 색다른 배신과 악역이었던 듀이의 선역화같은 소재는 지금 나와도 꽤 손색이 없을 정도로 90년대 만화에서는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었다. 아쉬운 것은 이러한 세세한 묘사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없어져갔다는 것이지만 그래도 나름 조연 캐릭터들에게도 에피소드를 하나씩 주며 비중을 넓혀줬다는 것도 나름대로 시대를 앞서나간 편이다.
시기를 잘못 타고났지만, 그럼에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잘 펼치려고 시도했다는 점은 리리카가 우리에게 보여주려했던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4. 이루어줘, 또다른 소원을.
"내가 간호천사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내 힘으로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생명을 구할 수 있잖아."
리리카가 비극적으로, 그리고 나름 강렬하게 종영 된 이후 감독이었던 다이치 아키타로는 차기작으로 '아이들의 장난감'을 만들게 된다. (중간에 요정공주 레인이라는 작품이 있긴하지만 단발성 OVA이다.) 이 아이들의 장난감은 마법소녀 작품이 아닌 학원 개그물로 지금도 종종 회자가 되는 인기작이 되었다. 위의 사진에서 트윈테일 머리가 바로 아이들의 장난감의 주인공 사나.
다이치는 리리카에 대해 많은 힘을 넣으며 상당히 소중한 작품으로 여긴것으로 보인다. 작화 감독 데뷔를 리리카로 시작한 애니메이터 '와다 타카아키' (골든 카무이의 1기 오프닝 작화 감독이다!)에 의하면 다이치가 신이 나서 콘티도 보여주었고 본인도 작품을 보니까 재밌었는데 조기종영되어 많이 아쉬웠다고 말한 일화가 있을 정도이다. 다이치 아키타로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그 안의 메세지를 주는, '고난과 역경을 넘어선 곳에는 반드시 희망이 있다.' 라는 그의 성향과도 연관이 굉장히 깊다. 결말파트의 리리카의 고민, 그리고 결의는 당시 문제였던 자살과도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했으니까, 그런 사람들에게 삶에 대한 희망을 다시끔 주기 위해 메세지를 넣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이런 이야기는 그 유명한 '후르츠 바스켓'에 등장하게 된다. (후바스켓도 띵작 만화에서 다룰 예정이니까 많은 기대를 부탁드린다.)
또한 그의 다른 만화이자 정말로 유명한 문제작 '멋지다 마사루!'는 아예 오프닝 자체를 리리카의 1기 오프닝을 오마주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장면 하나하나가 상당히 똑같은데 이는 리리카의 조기종영을 아쉬워하면서도 디스하고자 넣었다고. 아이들의 장난감에서도 리리카와 비슷한, 아니라고는 하는데 정말 비슷한 코스튬이 등장하기도 한다. 나름대로 미련도 남았을 것이고, 그에겐 뼈아프면서도 애정이 가득한 작품이 아니었을까 하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물론 다이치 아키타로의 지금 감독작들이 마법소녀와는 거리가 멀고, 작품에 참가했었던 사쿠라이 히로아키가 그나마 마법소녀와 비슷한 작품을 내고는 있다만 리리카와 같은 작품이 나오기에는 지금의 애니메이션 기조가 상당히 많이 달라졌던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렇지만 다이치 아키타로의 소중했던 이야기는 다른 만화들에게 이어지며 새로운 명작들을 만들어냈고, 그 미련은 어느 만화의 유명한 주제가에서 이미지로 남게 되었다. 그렇기에 아쉬움이 많으면서도 또다른 소원을 이뤄냈다는 것은 그에게는 아픔이면서도 치유를 하는, 리리카 답게 끝났다고 볼수있을 것이다.
5. 리리카는 언제나 영원히
리리카라는 작품, 그리고 다른 마법소녀와의 차이점은 처음 봤을때는 상당한 차이점이 많았다. 세일러문과 레이어스, 천사소녀 네티에서 보여준 격투물과 이에 딸려오는 이야기의 패턴에서 리리카는 상대를 치유하고, 아픔에 대해 공감하는 점이 너무나도 참신하게 들어왔었다.
분명히 악과 싸우고는 있는데 본인이 아픔을 더 느끼는 아이러니한 상황, 그리고 본인이 동경하고 좋아하던 사람의 배신은 어린 소녀에게는 너무나도 큰 타격이자 트라우마로 남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힘들고도 중요한 '간호천사' 라는 임무를 주었던,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다정하게 본인을 맞이해주던 사람에게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리리카에겐 크나큰 아픔이었으리라.
본인이 리리카를 처음 알게 되었던 5년 전의 여름, 그 시기의 여름은 큰 전환기이자 애니메이션을 보는데 많은 파격적인 작품을 찾게 되던 시점이었다. 거기서 눈에 들어온 작품은 바로 네티와 리리카였었고, 이를 보면서 리리카라는 작품은 본인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만화였었다.
마지막 화의 충격,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인식에서는 '주인공이 마지막화에 죽는 만화' 라는 이미지로만 남게 되었던 것에 많은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많았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아픔을 천천히 치유해나가자. 라는 주제의 만화에서 주인공을 갑자기 죽일 이유는 전혀 없는데 굳이 죽여야만 했나? 라는 의구심도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다이치 아키타로 역시 이런 이유를 근거로 리리카는 죽지 않았음을 확인했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유튜브만 보더라도 그런 이야기로만 리리카를 강조하는 것이 마음아프기도 하고, 때론 씁쓸하게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다른 관점, 그리고 만화를 보면서 이해하게 된 여러 모습으로는 리리카가 이런 모습으로나마 다른 사람들에게 회자가 되는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마법소녀가 서서히 사멸화 되가는 지금의 애니메이션 계의 모습, 그리고 더더욱이 없어져만 가는 정통파적 마법소녀 작품을 보면서 차라리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어그로' 를 끌수있을 작품으로 남는게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말이다. 묻혀져만 가던 만화를 간신히 꺼내준 것도 결말의 임팩트인 것을 부정히진 못하니까, 그래서 리리카라는 만화가 더더욱이 기억에 남을 수도 있으니까.
리리카라는 작은 소녀의 굳은 결의와 용기, 그리고 마지막의 희생은 시시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 내가 과연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그럴 수있을까? 라는 생각. 그런 생각이 드는게 당연시되는 것도 조금은 충격적이긴 하지만, 리리카라는 소녀의 강렬한 모습을 지켜보며 진정한 '마법', 그리고 '기적'을 일으켰던 모습은 상당한 현실감을 불러일으켰었다. 물론 죽음으로 인한 기적이 정상적인 것은 당연히 아니긴 하지만, 리리카라는 캐릭터에게 연민, 그리고 공감은 마법소녀라는 작품에서 보기 힘들었기에 더더욱이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다.
'생명의 소중함을 보여주며, 아끼고 사랑해 나가자.' 라는 이야기를 주려고 했었던 리리카, 조기종영으로만 알려지는 것이 많이 아쉽긴 하지만서도 많은 명 에피소드와 숨은 의미를 알아 나가면 리리카 만큼 재밌는 작품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샘영의 꽃이 마지막에 보여졌듯, 리리카가 다시끔 한번 우리에게 나타나길 기원한다.
- 글을 마치며.
제가 좋아하는 만화를 다시 다루게 되어 기분이 굉장히 묘하면서도 색다릅니다. 사실 그 전에 비슷하게 썼었는데 간만에 리리카를 돌려보다보니 새롭게 쓰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새롭게 리부팅을 해봤는데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리리카라는 작품은 저에게 상당한 충격을, 그리고 색다른 재미를 주었던 마법소녀 작품입니다. 상당한 우울증을 앓던 시기에 리리카를 보면서 나름대로 부담을 덜어냈었던 기억이 있네요. 그래서 훗날 성우분들 팬미팅을 가거나, 애니송 전문 콘서트를 갈때 꼭 리리카를 찾곤 했습니다, 그렇게 찾아간 팬미팅에서 성우분들이 조금은 놀라시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저 나름대로는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만화를 조금은 알려드린 것 같아 기분이 그렇긴 하지만 말이지요 ㅎㅎ;
마법소녀라는 작품은 한계점이 있고, 그런 한계점을 뛰어넘으려면 다양한 시도가 밑바탕이 되는 것이 주된 패턴이었습니다. 세일러문이 큰 인기를 얻은 이유도 전대물이라는 요소를 집어넣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였죠. 리리카는 그런 전대물적 요소가 많아지던 마법소녀물에서 다시끔 새로운 시도를 했었고 나름대로 차별화를 두었음에도 아쉽게 내적 요소가 심하게 터지며 조기종영의 아픔을 겪게 되어버리고 맙니다. 나름대로 인기를 얻어가던 시점에서 그런 일이 터지게 된 아픔, 다이치 아키타로가 겪었던 좌절은 그렇기에 그를 더 좋은 감독으로 만드는데 큰 밑바탕이 되었을 거라 생각을 하게 됩니다.
리리카라는 친구, 그리고 캐릭터에게 위로받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아갔던 것에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힘든 이 시점에, 많은 트라우마를 생각하던 본인에게 많이 회상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러분들에게 리리카의 숨은 이야기, 그리고 알려드리고 싶었던 이야기를 보여주어서 만족스럽기도 하구요.
아무쪼록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다음 띵작 만화를 찾아서는 그 전에도 언급했지만 죽어라 쓰지도 않았던 '사랑은 비가 갠 뒤 처럼'을 다루고자 합니다. 좋은 주말 되시길 기원하며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