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부대 조종사분과 여자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접근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여태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으면, 매우 솔직했다. 그러니까, 직진했다. 하고 싶은 말, 해주고 싶은 것을 못하는 건 찌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아하면서도 티 낼 줄 모르는 주변 사람들을 보며, 스스로 우월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여튼, 내 기준에서 이성에게 직진하는 건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나는 당연히 나의 고귀한 행위를 상대방도 알아봐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닌 경우가 더 많았다.
조종사분은 다른 제안을 하셨다. 모든 여자가 같지 않기에 나의 방식이 틀렸다고 말할 순 없지만, 상대방을 아쉽게 만드는 것이 많은 경우 효과가 좋다고 이야기하셨다. 그래서 선배께서는 알아가는 과정에서 내 눈 앞의 여자가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티를 잘 내지 않는다고 하셨다. 표현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어필하지도 않으며, 그저 여러 번 만나면서 천천히 알아간다고 하셨다. 그렇다고 냉랑하게 대하지도 않는 거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맹탕의 온도에서 덤덤히 지내는 거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사람의 가치는 티가 나기 마련이고, 그때 이성은 이미 당신에게 빠져있다고 이야기하셨다.
원래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절대적 수준에서 보았을 때 괜찮은 사람이라면 연애를 포함 모든 관계에 대한 문제는 저절로 해결 될 거라고. 그래서 나는 나의 가치를 올리는데에 더 집중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관계가 그게 전부는 아닌 듯하다.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 믿으면, 멋지고 자연스러운 바이브가 나올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일 뿐이다. 관계의 마스터키가 되는 건 아니였다.
이런 말을 하는 여성들이 꽤 많다.
"오빠는 정말 좋은 남자인 것 나도 알고 잘 느껴지는데. 별로 남자로 느껴지지 않아." "분명 호감 있는 남자였는데, 나를 좋아하는 걸 알게 되면 그때부터 마음이 식어."
결국, 상대방을 아쉽게 만들지 못한 탓이다.
나는 블로그에 글을 자주 쓴다. 내 글을 여러 편 읽어본 이들은 다 하나 같이 말한다. "글이 잘 읽히고 느끼는 점이 많다." 내 글이 읽을 만하다는 것이다.
내 글들이 타인에게 읽히기를 간절히 바라는 건 아니다. 자기 만족의 목적이 더 크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지 않은가. 더 많은 관심이 쏠리면 더 기분이 좋은 게 사실이다.
이전의 나는 일상에서 깨닫는 양이 적어서 글감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솔직한 생각을 글로써 많이 생산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내면서 저절로 깨닫게 되는 게 무척 많다. 그 덕에, 블로그 글 리젠율이 상당하다. 그래서인지, 최근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매우 줄었다. 이전에는, 나와 그리 관계가 깊지 않은 사람들도 내 몰래 블로그를 들어와 글을 염탐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블로그 글 조회수가 그리 잘 나오지 않는다. (ㅠㅠ)
기백 있는 삶 블로그의 글이 이전보다 덜 매력있어진 거다. 글 자체의 수준은 이전보다 압도적으로 높아진 게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니까, 공급이 많아진 탓에 내 글이 이전보다 덜 아쉽게 된 거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땅을 치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부모님이 얼마나 감사한 존재였는지, 돌아가시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 거다.
이도 같은 이유다. 살아 계실 때에는 당연히 전화하면 받고, 배고프다고 하면 밥 차려주시고, 돈이 없다고 하면 용돈을 주셨으니까. 그때에는 부모님이 너무나도 당연하고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니까.
더 이상 만나뵐 수 없게 된 시점에서야 아쉬워지는 거다.
이 주제에 대한 사례를 그 외에도 백 개 이상은 더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굳이 그럴 필요도 없고 귀찮으니 이만 줄이겠다.
이 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거다. 진정 사람을 끌어당기는 방법은 오히려 사람을 은근히 밀어내는 것이다. (완전 밀려버릴 정도로, 확 밀어서도 안 된다.) 내가 얼마든지 시간을 내어줄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어선 안 된다. 사람은 참으로 비열하기에, 없을 때 아쉬움을 느낀다. 그런 존재가 되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