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백 있는 삶 Mar 22. 2024

이걸 모른다면 평생 행복할 수 없어

삶은 계란..이 아니고 행복

며칠 전, 고등학생 시절부터 모은 사진 중 800장 가량을 골라서 인화했어. 과거가 돼 버린 사진 속 나는 대부분 웃고 있더라. 그리고 그걸 보는 현재의 나도 웃고 있었고.


사실 누군가 내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였는지 물으면, 이때야! 라고 꼽을 만한 게 없어. 엄청 행복했다고 강렬히 기억나는 순간이 딱히 없었으니까.

하기 싫었는데 억지로 가서 하다보니 재미있는 운동. 끝나고 난 뒤 하는 샤워. 순대국 먹고 믹스커피에 태우는 연초. 무더운 날씨에 땀 흘리다가 시원한 카페 들어가서 마시는 아아. 듣기 좋은 노래 나오는 카페에서 하는 공부와 독서. 책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을 때의 뿌듯함. 날 미워하는 것 같았던 선배 장교로부터 받는 인정. 퇴근하고 돌아가는 길에 저녁 뭐 먹을지 차 안에서 하는 고민. 나가기 귀찮아하는 나를 억지로 끌고 나와서 하는 가족 외식. 여태 가져온 수많은 술자리, 여행. 한참 안 잡히다가 갑작스레 잡힌 택시. 시시콜콜했던, 혹은 진중했던 수많은 대화. 누군가와 크게 싸우고 나서 화해하는 과정. 마음에 드는 이성과 주고 받는 카톡. 택배가 언제 올지 기다리는 시간. 따뜻한 이불에서 빈둥대기. 맛있는 음식과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시간.

그냥 정말 모든 게 행복이었구나 이제서야 깨달아. 별 것 아닌 것에 행복할 줄 알아야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는데, 무슨 의미인지 정말 이제야 알겠다.

행복이란 게 반드시 무언가를 이뤄내야만 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항상 따라가는 것이었어. 내가 행복하기 위해 할 일은 그것이 곁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거였고.

내 블로그 글을 몇 개 읽어본 사람들은 내가 상당히 목표지향적이라는 것은 모두 알 거야. 나는 지금 이 순간을 미래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 지금 조금 참고 희생해서 찬란한 미래를 얻겠다는 다짐을 자주 하지. 그리고 그 미래에는 나는 분명 행복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고.

이건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어. 미래에만 행복할 이유는 없었어.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지금의 과정 자체도 행복이었던 거야. 물론, 지금 행복 중요하다는 게 자기합리화를 위한 말로 쓰여선 안 되겠지.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도 행복한 일이라는 의미야.

만약 10년, 20년 뒤에도 이걸 몰랐다면, 미래에 내가 꿈꿔온 모든 성취를 이뤘더라도 행복할 줄 몰랐을 것 같아. 정말 다행이다. 지금이라도 알아서.

작가의 이전글 연애가 끝날 때마다, 솔직한 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