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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실 Oct 31. 2022

그녀는 누구였을까

(꿈나라로의 하강, 2010년 9월의...)

늙었지만 주름살 없이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짐을 싸들고 울고 있는 나를 불러 "아이고 우리 OO이 어쩌나"하면서 어깨를 토닥였다

활짝 편 그녀의 손은 말 그대로 내 어깨를 토닥였는데, 마치 나비의 날갯짓처럼 가볍고 따뜻했다

그 따뜻함에 난 울었다

아이 엄마인 나는 오랜만에 정말 아기처럼 울었다

그 위로가

너무 다정하고 따뜻해서

 

그녀는 꿈 초반에는 내 아버지였다

늙고 병들어 바짝 마른 이기적인 아버지

그래도 나의 출발을 위해 차편을 준비하던 아버지

그래도 피하고 싶던 아버지

 

혼자인 줄 알았던 나의 출발에는

현실에서처럼 아이들이 함께였고 출발하는 무리가 된 우리 속에서

아마 내가 울고 있었다

그런 나를 발견한 배웅하던 무리의 그녀가

나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그렇게도 다정하고 따뜻한 몸짓과 말소리로

 

나는 지금도 울고 있다

그녀를 떠올리며

아마 그녀가 그리운가 보다

그녀는 누구일까

 

겉으로 속내를 잘 표현하지 못해도 누구보다 나를 생각해 주는 엄마일까

늘 미안하고 안쓰러운 사랑하는 나의 지원일까

아기일까

따뜻하게 우리를 불러준 시어머니일까

썩 맘에 들게 일하진 않았어도 내가 안쓰럽다며 7시까지 일해준 오늘 불렀던 도우미아줌마일까

장난스럽게 안녕하던 남편일까

눈빛이 따뜻한 우리 도원일까

나일까

 

나의 아이들에게 그런 따뜻함과 위로를 전해줄 수 있다면

따뜻함을 그토록 산뜻하게 전하는(이 꿈에서 기억하고 싶었던 그 나비요인의 요체는, 바로 이 산뜻함이었어. 세상에 끈적한 애정은 널렸지. 네 욕구와 내 욕구가 구별되지 않는, 혹은 사랑이라는 이유로 행해지는 그 흔한 불안의 투사, 사실 폭력이나 위협과도 같은 그 끈적끈적한 걱정들 말이야)

엄마가 될 수 있다면

 

꿈은, 강력했다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2010 9. 17(금) 아이들과의 출발을 앞둔 이른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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