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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실 Jun 01. 2023

타인과의 연결(세계인지행동치료학회 리뷰 2)

역시 만취 즉석 리뷰


코엑스 노상의 리셉션 장에서, 자기들끼리 왁자지껄인 외국인들을 가장자리 구석 기둥 뒤에 서서 지켜보며 술을 마셨다. 잘도 취했다. 혼자인 게 쑥스러워서 너무 급히 마셔서일 거다. 그리고 나는, 내가 군중들을 이렇게나 순수한 호기심의 시선으로 관찰한 적이 과연 있었던가 싶어 진다. 아마 국내인들에 대해서도 없었다. 나로서는 매우 드물게도, 이들을 관찰하고 있는 것, 혼자인 뻘쭘함마저 이기는 연결된 느낌을 갖는 것은, 당연히도 그들이 임상심리학자 혹은 심리치료자, 적어도 심리치료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일을 하는, 비슷한 종류의 일상과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겠거니 하는 생각. 어느밤, 갑자기 눈이라도 퍼붓기 시작하면, drop되었던(이 표현 싫다. 무슨 drop된인가? 지가 drop한거지, -> drop했던; 나에게는 기어코 마포대교에 다시 서겠다며 나의 미숙함을 탓하며 돌아서던 그녀처럼(다행히 그녀는 ...)) 내담자들이,   아마 그들에게도 찾아오곤 할 것이다.


그런 기대와 생각이 나를 그들과 연결해 준다. 제한된 삶의 시간을 가진, 태어나 죽는 한 인간으로서, 세상의 모든 사람과 연결되는 것은 불가능하며, 사실 그건 끔찍할 거 같다. 외로움과 소외감을 모르는 자에게 주어진 자원은 짐일 수밖에.


연결을 소망한 적이 없다고 했던가? 연결의 의미를 모르겠다고 했던가? 대단한 설렘이나 행복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꽤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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